지난 2011년 대한민국 정치권의 화두는 단연‘안철수 신드롬’이었다.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던 안철수가 퍼뜨린 증후군은 가히 폭발적이었다.서울시장 후보 불출마를 선언하기 전까지 며칠 사이에 서울시장 후보군에서 단숨에 수위로 떠올랐음에도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자리를 양보하자 그의 인기는 절정에 달했다. 대통령 선거에 나설 생각이 없다고 했으나 오히려 여론조사에서는 대세론이 굳어진 것처럼 보였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한 때 앞지르기도 했다. 그는 일종의 성공신화의 표상이었다.

의사에서 벤처기업가로 성공했고 적지 않은 나이에 유학을 가는 용기도 보여주었다.신자유주의 사회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대중, 특히 젊은 층은 그에게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15년 대한민국 스포츠계 화두는‘슈틸리케 신드롬’이었다.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던 그는 호주 아시안컵에서 한국만 만나면 늪에 빠진 듯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른바‘늪 축구’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의 축구를?‘실학 축구’라고 부르게도 했다. 경기력과 관계없이 한 골씩만 넣으며 연승 행진을 이어가는 실용적인 축구를 구사한 것이다. 실학사상가인 다산 정약용의 초상화를 합성한 패러디 사진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역시 2015년 미국 프추버그 야구계 화두는‘강정호 신드롬’이었다. 한국에서의 화려한 성적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그는 데뷔 첫 해부터 피츠버그 팀과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팀이 필요할 때마다 적시타를 치는 등 공·수·주에서 맹활약했다. 루키 시즌에 15개의 홈런을 친 그는 이듬해인 2016년에는 더욱 맹타를 휘둘렀다. 2015 시즌에 당한 부상으로 2016년을 늦게 시작했음에도 그는 21개의 홈런을 쳐냈다. 영양가 만점의 홈런들이었다. 그의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는 그의 몸값에 비해 엄청나게 높다. 자신이 받는 연봉에 거의 10배에 상당하는 활약을 펼친 것이다. 피츠버그 구단과 팬들이 그를 좋아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

안철수, 슈틸리케, 강정호 신드롬 모두 오래 갈 것만 같았다.그러나 안철수는 서울 시장 양보에 이어 2012 대선에서도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하는 등‘새정치’가 아닌‘철수정치’를 하며 그를 추종하던 지지 층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2017 조기대선에서 그의‘신드롬’이 되살아나는 듯 했으나 역량 부족이 드러나 대권의 꿈이 좌절되고 말았다. 슈틸리케 감독의 신드롬은 2018 월드컵 예선리그가 끝나기도 전에 사그라지고 말았다. ‘늪 축구’는 사라졌고 전술 없는 전술로 일관하다가 사실상 경질됐다. 강정호는 음주운전에 걸려 하루아침에 ‘미아’ 신세가 됐다.

2017년 대한민국 정치권의 화두는 단연 ‘문재인 신드롬’이다. 취임 후 그가 보여준 행보는 파격 그 자체였다. 탈권위적이고 개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대중과 활발하게 소통하자 국민들은 연신 환호를 외치고 있다. 그의 국정수행평가 여온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긍정적인 평가가 80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남에서의 그의 긍정적 평가는 무려 99%였다. 이는‘신드롬’의 영역을 넘어서는 수치다.

문 대통령 신드롬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문 대통령이 한국의 오바마라는 뜻으로‘문바마’로 불린다”고 보도했다. 그가 마시는 커피는 물론이고 그가 입는 등산복도 인기다. 문 대통령이 2011년에 쓴 ‘문재인의 운명’ 특별판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안철수, 슈틸리케, 강정호의 ‘짧은 신드롬’과는 달리 여전히 '신드롬' 속에 있는 인물이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낸 히딩크 감독이 주인공이다.

그가 여전히 ‘히딩크 신드롬’을 영위하고 있는 것은 그의 전략적 탁월성 때문이다. 통찰력과 경험, 과학지식 등은 기본이다. 당시 한 경제연구소는 히딩크 감독의 성공요인을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로서의 식견, 인연을 배제하고 능력과 역할 중심의 인재 선발, 기본에 충실, 비전 제시와 공감대 확보, 원칙과 소통을 통한 신뢰 구축 등을 꼽았다. 실제로 그는 언제나 비전, 소통, 문제인식, 변화관리, 혁신, 신뢰, 임파워먼트, 조직정열 등 전략가와 경영자의 언어를 구사했다고 한다.

세상은 지금 정말 빨리 돌아가고 있다. 어지러울 정도다. 나라 안팎의 사정은 변화무쌍하고, 경쟁은 날이 갈수록 가속화하고 있다. 불확실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탁월한 전략가가 필요한 까닭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과 같은 ‘신드롬’을 계속해서 이어가려면 히딩크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신드롬’이 ‘허상’이 되지 않게 하려면 말이다.

장성훈 국장  seantlc@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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