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참여정부의 숙원사업이었지만 실패한 개혁 대상 중 하나가 국정원이다. 국정원 개혁 실패는 바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의 전횡으로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참여정부의 핵심 과제이기도 했던 국정원 개혁에 문재인 정부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총리와 함께 제일 먼저 인사를 단행했다. 서 원장은 최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팔이 잘려나갈 수도 있다”고 육참골단(肉斬骨端, 내 살을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식 대대적인 국정원 개혁을 예고했다. 참여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 개혁이 성공할지 미완으로 끝날지 정치권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개혁위 출범 진보 인사 ‘전진배치’ “팔 잘려나갈 수도…”
- ‘적폐 청산TF’, 댓글 사건·NLL대화록·간첩 조작 재조사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개혁 방안으로 후보 시절 크게 두 가지를 약속했다.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폐지와 대공수사 기능 폐지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으로 대표되는 국내 정치·선거 개입과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으로 대표되는 대공수사권 문제를 손보겠다는 뜻이다. 정치 개입 논란을 일으켰던 국내 정보 수집은 금지하고 북한과 해외 정보 수집을 강화하는 해외안보정보원으로 재편하겠다는 게 개혁의 큰 그림이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이낙연 국무총리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함께 서훈 국정원장을 새정부 첫 인사로 발표했다. 서 국정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원 3차장과 국가안보회의(NSC) 정보관리실장, 남북총리회담 대표 등을 역임한 정통 국정원맨이다.

특히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북한과 다수의 공식·비공식 접촉을 진행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가장 많이 대면한 인물이다.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모두 기획, 협상하는 등 북한 업무에 가장 정통한 베테랑 대북 전문가다.

서훈-신현수 국정원 개혁 ‘쌍두마차’되나

또한 문 대통령은 해외정보를 담당하는 1차장으로 서동구 전 주파키스탄대사관 대사와 국내파트 담당에는 김준환 전 국정원 지부장을 그리고 대북·방첩 업무를 수행하는 3차장에는 김상균 전 국정원대북전략 처장을 임명했다. 1,2,3차장과 함께 국정원 핵심 요직인 기조실장에는 신현수 변호사가 임명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 변호사는 제주지검 부장검사, 대검 정보통신과장, 서울고검 검사 등을 거쳐 2005년부터 김앤장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대통령사정비서관을 지냈고 이번 대선에서는 문재인 캠프에서 법률지원단장으로 활동했다. 신 변호사가 임명될 경우 서 원장과 함께 국정원 개혁을 주도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정원 적폐청산과 개혁을 위한 기구도 최근 발족했다. 서 원장은 6월19일 ‘국정원 개혁 발전위원회(국정원 개혁위)’를 출범시켰다. 서 원장은 이날 “개혁위 출범은 제2기 국정원을 여는 역사적인 과정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국내정치와 완전히 결별할 수 있는 개혁 방향을 제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상처 없이 다시 설 수 없는 상황”이라며 “팔이 잘려나갈 수 있다”고 대대적인 인적쇄신도 예고했다.

이미 서 원장은 취임 직후 국정원 내 부처·기관·단체·언론 출입 담당관 등 이른바 ‘정보원’(Intelligence Officer)로 불려온 국내정보관 직책의 전면 폐지를 지시한 바 있다.

국정원 개혁위 위원장은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국정기획자문위 정치·행정분과 위원)를 필두로 이석범 전 민변 부회장, 장유식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 허태회 국가정보하고히장, 김유은 한국국제정치학회장, 고유한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최종건 연세대 정외과 교수, 등 민간 8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국정원에서는 전직 부서장과 현 국정원 정무직 2명 등 5명이 포함됐다.

특히 정 교수는 진보학술단체인 ‘한국정치연구회’ 창립멤버이며 오래된 친노 인사로 분류된다. 2003년 노무현 정부의 대통령인수위원회에서 정무 분과 연구위원으로 참여했고 이번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에도 활동 중이다. 2010년에는 ‘박정희 기념관 건립 반대 교수 1인 시위’를 벌여 화제가 됐고 2013년에는 민주당 비대위 정치혁신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개혁위는 크게 ‘적폐청산 테스크포스(TF)’와 ‘조직 쇄신 TF로 나뉘어 운영될 전망이다. 적폐청산TF는 그간 제기된 각종 정치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조사를 담당한다. 이를 위해 현직 검사 3명이 파견받는다.

파견 검사 중에는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 출신인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 부부장검사와 이정수 법무부 형사사법공통시스템운영단장, 김락현 중앙지검 검사가 TF에 합류한다. 이 단장과 김 검사는 김재훈 국정원장 법률보좌관 등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근무해온 기존 파견 검사의 후임이다.

한편 국정원 적폐청산 TF의 재조사 대상은 ▲ 2012년 댓글 사건 등 국정원의 대선개입 ▲ 극우단체 지원 ▲ 서해 북방한계선(NLL)관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비호 의혹 ▲ 박원순 서울시장 사찰 의혹 ▲ 국정원 불법해킹 의혹 ▲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조작 의혹 ▲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개입 의혹 ▲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 의혹 등 12대 불법·탈법 사건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과 독대 보고와 정치권 동향보고를 폐지햇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부터 국정원장의 대통령 대면보고가 부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최측근인 원세훈 전 서울시 부시장을 국정원장에 앉혔고 결국 국정원의 대선 개입 댓글 사건이 터지는 계기가 됐다.

이에 이번 국정원 개혁의 핵심은 정부조직법과 국정원법을 바꿔 국정원의 수사권을 내려놓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정원이 수사권을 가져 그 권한을 유지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또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무리한 수사를 반복해왔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이다.

국가정보원이 중국 국적으로 북한에 거주하던 전 서울특별시공무원 유 씨가 북한  탈북자 정보를 누출하였다고 간첩 혐의를 두고 조작하다  무혐의로 밝혀진 사건이다.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 견제용으로 기획된 사건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이에 국정원 개혁은 한 기관만의 개혁 구상이 아닌 검찰·경찰 개혁과 맞물려 가야 한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국정원 개혁은 기본적으로 검찰 개혁과 구조가 유사하다는 주장이다. 정치권력으로부터 기관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한편, 권력기관의 전횡을 견제하는 제도가 함께 만들어져야 개혁이 완수된다는 것이다.

국정원 개혁 검·경 개혁과 함께 가야

문 대통령은 국정원의 수사권을 국가경찰 산하 안보수사국으로 넘기도록 공약을 만들었다. 이는 검경수사권 조정 등과 복합적으로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다. 또한 문 정부는 검찰이 가진 수사권을 경찰에 넘긴다는 복안이다. 이럴 경우 경찰의 권한이 막강해질 수 있다.

그래서 문 정부는 지방분권화를 통한 경찰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나눠 권한을 분산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여권 정보위 관계자는 “국정원 개혁안이 단순히 한 기관의 개혁 구상을 넘어 검찰, 경찰 개혁과 맞물려 고도로 계산돼 돌아가야 성공할 수 있다”며 “대통령 의지와 권한으로 해결 수 있다는 낙관주의에 빠져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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