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거리만 600Km 전역 공격 가능…3년 전보다 성능 크게 개선

북한 무인기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성주기지에 사드 포대 일부가 배치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인 지난 6월 9일 강원도 인제 인근의 한 야산에 추락한 북한 무인기가 발견됐다. 2014년 백령도 무인기 사태 이후 3년 만에 다시 무인기가 발견된 것. 군 당국은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가 성주 사드 포대 주변을 촬영하고 난 뒤 북으로 돌아가다 엔진 이상에 의한 연료 부족으로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시기에 발견된 이번 무인기는 3년 전 백령도에서 발견된 것보다 성능이 개선된 것으로, ‘평화기조’를 표방한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백령도 등에 북한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가 발견된 이후 3년 만에 북한 무인기가 다시 발견됐다. 지난 2014년 3월과 4월에 백령도를 비롯해 경기 파주, 강원 삼척 등지에서 추락한 북한군 무인기가 잇따라 발견됐다. 그 해 9월에는 백령도 서방 6km 해상에서 북한군 무인기 잔해가 발견되기도 했다.
 
성주 사드기지 촬영
 
특히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는 5월 초 경북 성주에 배치된 주한미군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기지를 공중촬영하고 돌아가다 엔진고장으로 연료를 과다 소모해 추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6월 21일 국방부가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 무인기는 지난 5월 2일 오전 10시경 군사분계선(MDL)에서 북쪽으로 7㎞ 가량 떨어진 금강군의 북한군 무인기 운용부대 인근에서 이륙한 뒤 MDL을 넘어 490㎞를 날아 경북 성주의 사드 기지를 촬영한 후 북상하다 인제군 남면 야산에 추락했다.

성주 기지를 비롯한 우리 전방지역의 군사 첩보를 수집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 무인기는 발견 당시 550여 장의 사진이 저장돼 있었으며 군은 이 사진들 가운데 몇몇 사진을 토대로 무인기의 비행경로를 역추정했다.

또 이번 무인기는 3년 전 백령도에서 발견된 것보다 성능이 크게 개선된 것이라고 국방부는 발표했다. 3년 전 무인기의 경우 엔진 용량이 35㏄였지만 이번엔 50㏄ 엔진을 장착했고 비행거리도 180∼300㎞ 수준에서 이번엔 약 490㎞에 달했다.

국방부는 비행 기록과 사진촬영 경로가 일치한다는 점을 토대로 북한 소행으로 결론짓고, 정전 협정을 위반한 명백한 군사 도발이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국방부 발표에 대한 북한의 대응도 궁금증을 낳고 있다. 국방부의 조사 발표 후 이틀째인 22일 오전까지도 이렇다 할만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북한은 지난 2014년 경기도 파주와 백령도, 강원도 삼척에서 추락한 무인기가 북한 무인기라는 우리 측의 조사결과에 대해 날조라고 주장하면서 크게 반발한 바 있다.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는 기술과 성능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체코産 엔진에 동체는 중국, 모터는 한국에서 만든 부품을 사용하는 등 모두 7개국 부품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으며 중국의 비행 전문 온라인 쇼핑몰에서 살 수 있는 수준의 것이었다. 특히 조종면을 움직이는 서보구동기는 국내 제작사인 H사에서 생산한 것으로 드러나 군 당국이 유입경로를 추적 중이다.

이번 무인기는 비행조정컴퓨터, 구동기를 연결해주는 인터페이스보드, RC수신기 등 주요부품의 구성과 조립 형태가 2014년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와 거의 흡사한 수준이었다.

단, 백령도 무인기보다 연료통과 배터리 용량이 두 배 늘었고, 날개폭도 40cm가량 커 최대 비행거리가 600km로 추정됐다. 기존에 알려진 북한제 무인기보다 두 배 가량 더 멀리 비행할 수 있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다.

특히 이번 무인기는 3㎏ 정도의 생화학물질이나 폭약을 장착해 우리 후방지역까지 비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3㎏가량 생화학물질을 투하할 경우 황사가 발생했을 때처럼 눈이 따끔따끔한 수준”이며 “폭약의 경우라도 무인기가 추락한 주변 정도만 타격을 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소량이라 하더라도 살상력이 큰 탄저균이나 사린가스 등 치명적인 화학 및 생물학 무기를 탑재할 경우 적지 않은 위협이 될 것으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무너진 방공체계
대책 수립 절실

 
이번 무인기는 북한을 출발해 5시간 반 동안 우리 상공을 약 490㎞ 가량을 비행했지만, 무인기가 추락할 때까지 우리 군은 까맣게 몰랐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었다. 군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방공체계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난 만큼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 군의 대공 방어는 주로 항공기나 미사일 등이 주요 표적으로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무인기는 탐지하기 어렵다는 게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군은 합동방공훈련을 이전보다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현재 소형 무인기에 대한 탐지능력 배양과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신형무기체계를 개발해 전력화하고 있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소형 무인기를 탐지 격추할 수 있는 신형 대공포와 레이저 대공무기의 도입을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의 이런 입장에도 불구하고 우리 군의 허술한 방공망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면서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무인기 위협으로부터 사드를 보호하기 위한 방비 능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북한 무인기에 대응하는 전담 부대 신설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북한은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면에 위치한 방현공장 등에서 연간 35대의 무인기를 생산하고 있다. 북한은 2014년 연초 기준으로 방현급 300여대, 러시아제 약 10대, 공격용 약 10여대 등 최대 700대의 무인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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