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6월 10일 “우리가 최근에 진행한 전략무기 시험들은 주체조선(북한)이 대륙간탄도로켓(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시각이 결코 머지않았다는 것을 확증해 주었다”며 “반드시 있게 될 대륙간탄도로켓 시험 발사의 대성공은 바로 미국의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의 총 파산을 선언하는 매우 중대하고도 역사적인 분기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대륙간탄도로켓 개발에 필요한 첨단기술들을 모두 우리의 것으로 확고히 틀어쥐었다”며 “우리나라에서 뉴욕까지의 거리는 1만400km 정도이고 미국의 모든 곳은 우리의 타격권 내에 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가 마감 단계”라고 밝힌 지 약 5개월 만에 ‘북한이 모든 기술적 준비가 끝났다’는 점을 재차 선언함으로써 미국을 향한 협박의 강도를 높인 것이다.
노동신문은 이날 논평에서 ICBM 기술적 완성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외부의 시각을 의식한 듯 “화성 12형(KN-17)이 최대정점고도 2111.5km까지 올라간 것은 관건인 대출력 발동기(엔진) 문제를 우리가 창조적으로 해결하였다는 것을 실증해 주었다”고 주장했다. 또 “미사일이 787km를 날아가 목표를 정확히 타격했다는 것은 대륙간탄도로켓 개발에서 핵심 기술로 꼽히고 있는 대기권 재돌입 기술을 완전무결하게 확보했음을 확증해 주었다”고 덧붙였다.
노동신문이 언급한 “우리가 최근에 진행한 전략무기 시험들” 중 가장 최근 것은 지난 6월 8일 북한이 올해 들어 10번째로 실시한 미사일 발사 시험이다. 그보다 하루 전인 7일 우리 정부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점점 더 예측 불가능해져 가고 있는 북한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책도 거부한 채 미사일 개발에 미친 듯이 매달리고 있다.
6월 8일 북한이 지대함(地對艦) 순항 미사일 4발을 쏜 것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5월 10일 이래 북한은 미사일 시험을 4차례나 실시했다. 그러다 앞에서 본 대로 “우리나라에서 뉴욕까지” 도달하는 ICBM을 들먹일 정도에까지 이르렀다. 일방적 주장과 달리 북한의 ICBM 보유는 아직 먼 훗날의 일이지만 북한은 국제 제재에도 아랑곳없이 미사일을 쏴 대고 있다. 왜 북한은 ICBM 개발에 그토록 미친 듯이 집착하는 것일까?
북한의 핵무기 관련 역사는 1985년 북한이 국제핵비확산조약(NPT)에 가입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라크와 더불어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명명하고 1년이 지난 2003년 북한은 NPT를 탈퇴했다. 2005년 북한은 핵을 포기하겠다고 했다가 2006년 7월 장거리 미사일을 여러 발 시험하면서 핵 포기 약속을 깼다. 같은 해 10월 북한은 최초의 핵실험을 했다고 주장했고, 이는 유엔 제재를 불렀다. 2007년 원조를 받는 대가로 핵무기를 폐기하겠다고 북한이 약속했다가 그 약속을 번복하면서 이런 패턴은 반복됐다.
2009년 북한은 두 번째 핵실험을 했고 더 많은 유엔 제재를 자초했다. 2012년 2월 미 국무부는 북한이 식량 원조에 대한 대가로 미사일 발사와 핵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2013년 1월 그 합의는 무효가 됐고 한 달 뒤 북한은 세 번째 핵실험을 했다. 또 유엔 제재가 강화됐다. 지난해 1월 북한이 이번에는 최초로 수소탄 실험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 미국은 아니라고 보았지만 그 해 3월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9월 북한은 핵탄두를 폭발시켰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1일 김정은은 북한이 곧 ICBM을 시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 무렵 미국 언론은 퇴임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이 미국의 최대 위협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의 폭주 속에 북한 상황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3월 유엔은 북한으로 가는 원조가 제재 때문에 지장을 받아 북한 주민의 41%인 1000만 명이 영양실조라고 보고했다. 2년 전 김정은은 인민의 빈곤을 걱정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지는 데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그의 핵 야망을 충족시킬 현찰을 마련하는 길을 그럭저럭 찾아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국방·안보 싱크탱크인 RUSI의 확산·핵정책 분석가 크리스티나 바리알레는 “북한은 그들에게 가해지는 제재와 제한을 회피하는 데 극도로 능하다”고 미국 시사매체 뉴스위크에 말했다. 수많은 국가들이 북한과의 거래를 거부하지만, 북한은 철광석, 니켈, 희토류 같은 원자재를 중국에 수출한다. 북한은 강제 모집된 노동자도 수출한다. 유엔은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유럽에서 발견되는 이 노예들이 한 해 북한 정권에 12억~23억 달러를 벌어다 바치는 것으로 추산한다. 수출로 북한이 부자가 되지는 못해도 그렇게 버는 돈이 김정은의 ICBM 개발 자금으로 쓰일 수는 있다.
권력 유지를 위한 개인적 욕심 말고도 김정은이 북한을 심각한 핵 위협 국가로 만들기 위해 그토록 필사적인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바리알레는 지적한다. 그녀는 “첫째 그것은 그들의 역량을 높이고 미국에 맞서는 전략적 억지력을 달성하는 수단”이라면서 “예컨대 ICBM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능력은 비단 지역적으로뿐만 아니라 미국에 맞서 전략적 균형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바리알레에 따르면, 북한은 미사일을 북한 영토와 가까운 곳으로 발사해 왔는데, 이것은 북한이 한국과의 가능한 교전을 방지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그녀는 “단거리 미사일 능력을 갖췄다면 병력을 국경 너머 파견해야 하는 위험이 없다”고 덧붙인다. 한국 입장에서 난감한 것은 북한을 제어할 외부 세력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도 북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바리알레는 “중국은 북한이 이루고 있는 미사일 진척과 그 호전적 행동을 못마땅해 한다.
왜냐하면 그것들이 미국을 지역으로 끌어들이기 때문”이라면서 “그런데도 중국은 북한에 ‘이제 너는 이것을 그만두어야 한다’라고 말할 힘이 없다”고 말한다. 이것은 트럼프도 최근 알게 된 사실이다. 지난 4월 트럼프는 시진핑 중국주석과 만난 뒤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엄청난 힘이 있다고 무척 강하게 느꼈는데 그게 아니더라.”

곽상순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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