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질없는 동정이나 배려를 하다가 손해를 보는 사람과 같이 ‘너절한 인정’을 베푸는 어리석은 행동을 비웃어 ‘송양지인(宋襄之人)’이라 한다. 《십팔사략(十八史略)》에 나오는 이야기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중국 춘추시대 송(宋)나라의 양공(襄公)은 남방의 강국 초(楚)나라가 쳐들어오자 강 저쪽에 진을 치고 있었고, 초군은 강을 건너는 중이었다. 이때 재상 목이(目夷)는 송양공에게 “적이 강을 반쯤 건너왔을 때 공격을 하면 승리할 수 있습니다” 하고 건의하였다. 그러나 송양공은 “그건 정정당당한 싸움이 아니다. 동일한 조건 아래서 싸워야 참다운 패자가 될 수 있지 않은가” 하면서 듣지 않았다. 강을 건너온 초군이 진용을 가다듬고 있을 때, 목이가 “적이 미처 진용을 가다듬기 전에 치면 적을 지리멸렬(支離滅裂)시킬 수 있습니다” 하고 건의하였으나, 송양공은 “군자는 남이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 괴롭히지 않는 법이다” 하며 묵살했다. 그 결과 진용을 갖춘 초군은 물밀 듯이 쳐들어와 송양공의 군사는 무참히 패배했고, 자신도 이듬해에 부상으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

동맹관계는 법이 아니라 힘을 바탕으로 한 관계이다. ‘송양지인’과 같은 어설픈 ‘친중·친북-자주노선’에 입각한 현 정권 관계자들의 위험천만한 안보관이 국가안위에 어떤 결과를 미칠지 우려된다. 먼저 ‘한·미 동맹보다 다자(多者) 안보’에 집착하는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는 ‘북한 핵 개발 중단’과 ‘한·미 군사훈련 중단’의 맞교환을 공개 거론한 바 있다. 이는 중국의 입장인 ‘쌍중단(雙中斷)’과 유사하다. 북한의 핵 개발은 불법이고 한미 군사훈련은 정당한 방어적 훈련이기 때문에 등가(等價)로 놓을 순 없다. 북한의 핵 개발 중단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이기 때문에, 우리 안보의 핵심인 한미 군사훈련은 결코 중단할 수 없다. 문 특보의 주장은 핵으로 무장한 북한 앞에서 스스로 무장해제해서 우리의 운명을 김정은의 손에 맡기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폐기’, ‘국가보안법 완전 철폐등을 주장했고, “자본의 족쇄를 거부하고 사회주의를 상상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국방장관의 병역 기피와 같다고 판단되는 교육부 장관후보자의 논문 표절은 교육의 근본에 정면 배치된다. 나아가 국가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안보 자해 행위자가 부총리에 내정된 것 자체가 국가 이익과 상충된다. 따라서 인사권자가 부총리 내정을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하며, 후보자는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 현 정부의 순조로운 출범을 위해 바람직한 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원혜영 의원의 사드 해법도 위험하다. 원 의원은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시간을 벌고 그사이 북핵문제가 풀리면 자연 사드 논란도 해소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것도 견강부회(牽强附會)에 가까운 말이다. 환경영향평가는 길어야 1년 안에 끝나는데, 북이 일 년 내에 핵을 포기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안보를 책임져야 하는 여당의 중진 의원의 생각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국민 호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축사에서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히지 않더라도 핵·미사일 도발만 중단하면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바 있다. 이는 “비핵화가 전제돼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미국의 입장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시기적으로 대북(對北) 제재 국면에서 남북 대화 재개 → 북핵 폐기 설득은 오토 웜비어 사망 후 미국에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대북 응징론’과 충돌할 수 있다. 섣부른 남북대화 제기는 ‘5.24 조치’ 같은 대북제재 해제라는 명분만 북측에 제공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남북 대화와 교류를 구걸하며 우리의 패를 보이는 것은 북측만 이롭게 하는 일이다.

이상에서 열거한 현 정부의 송양지인과 같은 ‘친중·친북-자주노선’이 “한국이 조건 없이 사드 배치를 수용하지 않으면 미국이 사드를 철수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을 확정하게 만들었다면, 송나라의 양공이 2600년 후에 한국에 재림(再臨)한 것이라고 세계인의 놀림이 되지 않을까. 현 정권 출범 후 진영논리와 포퓰리즘에 매몰되어 긁어서 부스럼 내는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미국 조야(朝野)가 “한국이 미국 편에 설 것인지, 아니면 홀로서기 또는 다른 편(중국)에 설 것인지”를 묻도록 한 우(愚)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백일몽(白日夢)의 사전적 의미는 밝은 대낮에 꾸는 꿈이라는 뜻으로, 실현 불가능한 헛된 공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우리에게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는 백일몽이라 하겠다. 북한은 우리를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대화하겠다는 ‘통미봉남(通美封南) 대외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북핵과 미사일은 미국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적화통일을 위해 대한민국의 심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전제를 망각하고 ‘북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감상적 민족주의에 빠지게 되면 대한민국은 엄청난 후과(後果)를 초래할 것이다.

우종철 자하문연구소장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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