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 64번째 한미정상회담을 가졌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한 우리 경제인단이 미국에 풀 돈은 무려 40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나 미국 내 한국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 대로 악화된 시점이기에 이 같은 ‘선물 보따리’는 양국 간 ‘신뢰’ 회복에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정상회담 때 상대국에 ‘선물 보따리’를 내놓는 것은 일종의 관행이다. 역대 최악의 회담으로 꼽히는 노무현 정부와 부시 행정부 간 회담에서부터 가장 성공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시 행정부 간 회담에도 ‘선물 보따리’는 존재했다. 이에 일요서울은 역대 한미정상회담에서 각 정부가 미국에 안겨준 ‘선물 보따리’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결과는 어땠는지를 집중 조명해봤다.
 
  - 김대중 “This man”, 노무현 “Easy man”, 이명박 “Friend”, 문재인 “?”
- 미국에 줄 40조, ‘선물 보따리’에 그치지 말아야…


한미정상회담은 지난 1952년 12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방한해 이승만 당시 대통령과 만난 것이 최초다. 이후 2016년 9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라오스 아세안 정상회의를 통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가진 게 62번째였다. 혈맹으로 맺어진 양국 정상 간 만남인 만큼 한미정상회담은 대체적으로 서로 예우를 갖추는 차원에서 진행됐지만 갈등도 있었다.

역대 최악의 한미정상회담으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조지 부시 전 대통령 간 회담이 꼽힌다. 당시 양국은 대북정책에서 상당한 인식 차이를 갖고 있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1년 공동 기자회견 도중 김대중 당시 대통령에게 ‘이 양반(This man)'이라는 호칭을 쓸 정도로 반감이 많았고 그 불신은 대북정책에서 비슷한 기조를 유지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까지 이어졌다.

그는 2003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당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칭해 ‘Easy man'이란 표현을 썼다. 당시 통역은 ‘이야기하기 쉬운 상대’라고 전했지만, 국내에선 ‘만만한 상대’라는 말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달랐던 盧-부시

회담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은 부시 전 대통령에게 평화협정과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압박했고 부시 전 대통령이 이를 일축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생중계됐다. 비록 노 전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 찬성 카드라는 ‘선물’을 들고 갔음에도 두 정상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달랐다.

결국 두 정부는 2005년 미국의 방코델타아시아 북한 계좌 동결 문제로 완전히 갈라섰다. 노 전 대통령은 미국에 북한의 계좌 동결 해제를 논의하자고 했다가 거부당했다.

그랬던 부시 전 대통령은 2008년 드디어 마음이 맞는 ‘짝’을 만났다. 2008년 4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부시 대통령을 만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직접 골프 카트를 운전하며 부시 전 대통령과 친밀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한미군 감축 계획을 백지화했다.

일국의 대통령에게 ‘This man’이라는 호칭을 썼던 부시 전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좋다(That's good), 물론이다(Absolutely)”등의 대답을 반복했다고 한다. 특히 부시 전 대통령은 ‘친구’ 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고 한다. 부시 전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에게 “가장 가까운 친구로 생각한다. 친구에게는 이 정도의 예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총 세 차례 미국을 방문했고 이때마다 경제사절단과 동행했다. 2008년 26명, 2009년 13명, 2011년 23명 규모였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두 차례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미국을 찾았다. 지난 2013년에는 51명이 참석했고 지난 2015년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166명의 방미 사절단이 꾸려졌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동행한 경제인단이 미국에 풀 돈은 40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SK, 현대차, LG전자 등 52개 사는 이번 방미 기간 미화 353억 달러(약 40조 1천억 원) 규모의 투자 및 구매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盧 정부, ‘이라크 파병 찬성’
선물에도 ‘최악의 회담’ 오명


전문가들은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발전한 한국 경제를 설명하며 미국에 ‘깜짝 선물’을 주는 것은 좋은 전략이라고 평가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경제사절단을 통해) 경제적으로 줄 수 있는 게 있다면 먼저 준 뒤 민감한 의제를 논의하는 게 훨씬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나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를 걸고넘어지는 상황에 경제사절단을 통해 기존의 한미 FTA에 상호 호혜적 의미를 강조하고 미국 내 고용성이 큰 산업에 대한 투자 계획 발표 등을 통해 트럼프 정부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

미국의 주요 매체들 역시 “미국 정부의 경제 정책에 발맞추고 미국 시장 공략을 노리는 전략적 결정이며, 미국의 통상 압력을 완화하는 방패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한다.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문 대통령이 준비한 ‘선물 보따리’는 큰 효과를 발휘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백악관에서 환영 만찬을 한 외국 정상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사드 배치 문제에 관해서 의구심을 갖고 있던 미국 공화당,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이 안심하고 오히려 대통령 발언을 듣고서 결론적으로 “고맙다, 안심이 된다”와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역시 ‘선물 보따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경제인들이 마련한 선물 보따리가 정상회담 당시 분위기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단기적 효과에 불과해 그 밖의 목적으로 활용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공존한다.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 소장은 “미국 공화당은 최근 경제와 외교 안보를 분리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시절인 2003년에도 31명의 경제사절단이 꾸려졌지만 당시 회담은 ‘역대 최악의 회담’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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