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보존 문제’ 갑론을박…‘첫 삽’도 못 떠

유성엽 위원장 “레고랜드 정치적 이벤트로 흘러갔던 사업”
 
강원도청 “계획 수정에 반대 공존 통한 사업 개발에 총력”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강원도의 꿈이자 희망으로 불리고 있는 춘천 레고랜드 사업이 6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다. 강원도가 2011년 춘천을 레고 왕국이자 어린이 천국으로 만들겠다며 야심차게 시작한 레고랜드 사업이 사업 관련 각종 비리 혐의를 시작으로 ▲시공사 선정 문제 ▲전·현직 고위 공직자들의 배임과 횡령, 수의계약 연루 의혹 ▲재원조달 부족 등이 발목을 잡으며 수년째 방치 중인 것. 특히 레고랜드 사업 건설 예정지인 중도 터에서 문화재가 발굴 돼 현재까지 ‘첫 삽’도 뜨지 못한 상태다. 아직도 문화재 보존 문제로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일요서울은 레고랜드 ‘문화재 문제’를 둘러싸고 팽팽한 줄다리기 중인 양측의 입장에 귀 기울여 봤다.
 
강원도 춘천에서 추진되고 있는 레고랜드 사업은 2011년 투자유치 발표 당시 2015년 완공 예정이었다. 하지만 레고랜드는 6년이 지난 2017년 현재도 본격적인 공사 진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시행사 전 대표의 횡령 등의 혐의 수사, 시공사 교체, 공사비 지급 문제 등으로 인한 끝없는 계획 변경이 사업 진행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레고랜드 사업은 지난 4월 대림산업과 시공사 계약에 성공하며 착공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한 바 있다. 그러나 4월 착공은 무산됐다. 이어 5월 착공을 진행하려 했지만 레고랜드 추진과정에서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 지방공무원법 위반 등의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피의자들에게 전원 실형과 벌금형이 구형되며 또 다시 무산됐다.
 
그러는 도중 새 정부가 지난 5월 들어서면서 새 정부 내각이 구성됐다. 새 정부 내각 구성 중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現 문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차일피일 미뤄졌던 레고랜드 사업이 언급됐다. 국민의당 소속 국회 교문위원들이 레고랜드 사업 관련 ‘문화재 문제’를 지적하면서 다시 주목받은 것.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지난 14일 당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춘천 레고랜드 사업에 대해 거친 표현과 함께 수위 높은 발언을 했다.
 
유 위원장은 적석총, 고인돌 등 선사시대 유물이 대거 발굴된 춘천 중도를 ‘개발’보다 ‘보전’해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같은 당 장정숙 의원 역시 “중도 유적의 역사적 가치는 당장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해도 손색이 없다”고 지적하며 레고랜드 사업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들은 출토된 청동기 유물 등의 보존 방안이 미흡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업 재검토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도종환 후보자는 “사업이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개발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사업 중단 불가 입장을 밝혔다.
 
개발 방향 변경돼야
 
기자는 청문회 당시 레고랜드 문화재 문제를 지적했던 유성엽 위원장 측에 관련 문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레고랜드 사업 재검토를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유 위원장 측은 “레고랜드는 너무 정치적 이벤트로 흘러갔던 사업이다. 그러다 보니 뇌물 수수도 발생했다. 다시 정밀 조사를 해보고 보호를 해야 한다면 지금이라도 중단하고 보호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유 위원장님의 입장이다”고 밝혔다.
 
그는 “문화재청이 심도 있게 살펴봤으면 허가를 안 내줬을 텐데 이미 허가를 내줘 ‘언 발에 오줌 누기’처럼 대책 마련을 하고 있지만 그거마저도 주먹구구식이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이어 “예전부터 레고랜드는 선사 유적지로 대규모 문화재가 발굴됐던 지역이다. 개발을 하다 보니 문화재가 발견됐다. 문화재청이 잘 살펴봤으면 여기로 정하지 않았을 것이다”며 “문화재 관리가 엉망이었다. 문제가 점점 불거지다 보니 문화재청이 보호 조치와 문화재 공원 만들겠다는 등의 대안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도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실제 현장 답사를 나선 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공사 때문에 문화재를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 위원장 측이 생각하는 레고랜드의 개발 방향에 대해서는 “문화재 가치를 재평가하다 보면 세계 문화유산 등재도 가능할 것”이라며 “강원도가 주장하는 레고랜드 관광수입과 지역개발에 대해서는 선사유적 체험 공원으로 개발 방향을 바꿔 정부가 도움을 주면 문화재도 살고 지역도 살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유성엽 위원장 측은 “국회의원으로서 충분히 문제 제기를 했다. 나머지는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도 장관도 의원 시절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직접 가서 보고 문화재 방치 상황도 보신 뒤 장관이 되셨으니 문화부 장관으로서, 문화인으로서 너무 개발 쪽으로 치우친 레고랜드 사업을 문화재 보존이나 선사문화유적 체험공원 등 공존의 방향으로 균형감 있게 잡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업 뒤엎기는 힘들어
 
끝으로 개발 지속 입장이 발표되면 유 위원장 측은 개발 자체에 대한 문제 지적보다는 그와 관련한 문화재 보호가 잘되고 있는지 문화재 개발 지역을 감시하고 문제 제기할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도청 측은 유 위원장이 주장하는 레고랜드 사업 전면 수정 계획에는 반대 입장이며 공존을 통한 사업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기본적인 입장은 문체부 장관님도 언급했던 것처럼 레고랜드는 사업 진행 중에 있고, 영국의 멀린사와의 관계도 있어 행정적, 재정적 절차가 필요해 사업을 뒤엎기는 힘들다”며 “유 위원장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뒤집기는 힘들고 문화재 유지를 하면서 공존할 생각이다”라고 했다.
 
사업 착공이 길어지는 이유에 대해 이 관계자는 “사업기간이 착공 예정 기간보다 길어진 이유는 문화재 발굴로 인해 1년 이상 끌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가 발견된 것을 뒤엎거나 덮거나 그러는 것이 아닌 최대한 발굴하고 보존하는 방법을 찾느라 미뤄지고 있는 거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레고랜드 추진과정에서 불법 선거자금을 주고받았다는 혐의, 사업 추진을 대가로 뇌물을 주고받았다는 혐의 등 최고 4개의 혐의를 받고 있는 전·현직 고위 공직자들과 레고랜드 시행사 전 대표의 선고일이 당초 이달 말이었지만 오는 7월 14일로 선고가 연기됐다. 해당 선고 결과에 따라 레고랜드 사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선고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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