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문’ ‘사장 돌연사퇴’ 등 수습 불가…회장 돌파구 없나

진정성 없는 ‘사과문’ 도리어 여론 악화
 
수직적 조직문화의 구조적 ‘한계’ 드러나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치킨업계 ‘빅3’ 중 한 곳인 BBQ가 백기투항했다. 앞서 BBQ는 가격 인상에 대해 인건비 상승과 임대료 부담, 배달앱 수수료 등의 비용 상승에 따른 가맹점의 요구라며 1, 2차로 나눠 인상한 바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BBQ를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 여부 현장 조사에 착수한다는 소식이 알려지고 불과 몇 시간 만에 가격 인상을 철회했다. BBQ 측은 이에 대해 양계 농가 보호, 서민 물가 안정과 국민 고통 분담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공정위 조사 등의 압박으로 인해 철회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후 BBQ의 행보가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해 불붙은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인상 철회 후 BBQ는 ‘사과문’ ‘사장 사퇴’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지만 도리어 역효과를 내고 있는 것. 일요서울은 BBQ를 둘러싼 잡음들의 뒤를 좇아 봤다.
 
BBQ는 1차와 2차에 걸쳐 각각 지난 5월과 6월 치킨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 5월 ‘황금올리브치킨’을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12.5% 인상하는 등 10가지 제품 가격을 인상한데 이어 한 달여 만에 나머지 20여 개 상품의 가격을 추가로 올렸다. 당시 BBQ 측은 가격인상에 대해 인건비 상승과 임대료 부담, 배달앱 수수료 등 비용 상승에 따른 가맹점의 요구에 따랐다고 밝혔다.
 
이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후 첫 행보로 BBQ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치킨 가격 인상을 가장 먼저 단행했던 BBQ에 대해 치킨값을 올리면서 점주들에게 광고비 분담금을 걷겠다고 통보한 데에 가맹사업법 위반은 없는지 현장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이에 BBQ는 공정위 현장조사 착수 소식이 알려진 지 몇 시간 만에 돌연 30여 개 품목의 인상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BQ에 대한 여론 악화는 쉽사리 진화되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BBQ는 치킨 가격 인상을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인상을 철회했다. 이번 철회 역시 공정위 현장조사 소식이 나오고 정부가 나선 뒤에야 재빠르게 대처를 함으로써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여론 악화는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은 BBQ가 가격 인상안을 발표할 때마다 ‘서민 음식’ 치킨의 가격 인상에 대한 결사반대를 외치며 BBQ에 대한 애정이 높았지만 정작 이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양호한 기업 이미지 개발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계속된 가격 인상과 철회 등으로 이미지가 하락할대로 하락한 BBQ는 적극적으로 소비자 마음 돌리기에 나섰다.
 
소비자 마음 돌리기 실패
 
BBQ는 지난 19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고객 여러분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저희 BBQ는 가격인상안을 즉시 철회하고, 이전 가격으로 되돌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직원들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는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BBQ는 “싸나이답게, 시원하게 용서를 구한다. 아량을 베풀어 거둬달라. 죄송하다”며 “더 잘하겠다”는 문구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 사과문을 두고 여론이 들끓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진정성 있는 사과가 아닌 ‘장난식’의 문구로 인해 용서가 안 된다는 누리꾼들의 의견이 다수였다. 누리꾼들은 “싸나이 답게 문구가 여기에 쓰이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건가” “싸나이답게 가격 올려줘 안 먹는다”는 등으로 비꼬았다.
 
기자는 평소 BBQ를 자주 이용했다는 K씨에게 이번 사과문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는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인데 방식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친구한테나 그런 식으로 사과하는 것이지, 소비자가 친구는 아니지 않느냐,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분노를 표했다.
 
이 같은 사과 문구 지적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자 BBQ 측은 “싸나이답게, 시원하게 용서를 구한다. 아량을 베풀어 거둬달라. 죄송하다”에서 “진심으로, 여러분께 용서를 구합니다. 아량을 베풀어 거둬 주십시오. 죄송합니다”로 문구를 수정했다.
 
이 전 사장 사임 종용?
 
제너시스BBQ 그룹은 지난 1일 계열사 제너시스BBQ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던 이성락 사장이 사임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성락 사장 취임 3주 만에 사표를 제출한 것. 이에 BBQ는 이 전 사장이 개인 신병상의 문제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이 전 사장의 사임을 두고 이해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전 사장의 이례적인 사표 제출에 여러 가지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전 사장이 윤홍근 제너시스BBQ 그룹 회장이 직접 스카우트한 인물이며, 신한은행 부행장과 신한아이타스 대표, 신한생명 대표를 거친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 3주 만에 사표를 낸 것에 대해 BBQ가 공정위 조사와 인상 철회 등으로 논란이 일자 이 전 사장이 총대를 멘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또 일각에선 윤 회장이 악화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이 전 사장의 사임을 종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는다. 이는 프랜차이즈의 업계 특성상 오너의 입김이 세며 수직적인 조직문화의 문제점이 드러난 사례라는 해석이다.
 
또 가격인상 논란의 책임을 전문 경영인 혼자 지는 모습도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는 ‘치즈통행세’ ‘보복 출점’ 등 갑질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미스터피자의 정우현 MPK그룹 회장이 여론 악화가 지속되자 회장직을 내려놓은 것과 협력업체 갑질 논란으로 문제가 됐던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앞두고 대한적십자사 회장직에 이어 패션잡화 브랜드 MCM을 운영하는 성주디앤디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윤홍근 회장 역시 책임 있는 오너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일요서울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제너시스BBQ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몇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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