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만 대도 앗 뜨거~” 재계 초긴장

<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사정당국의 칼날이 매섭다.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사와 조사 소식이 전해짐과 동시에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과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두 사람은 그동안 ‘갑질’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형건설사 중 일부가 수주 의혹에 휩싸여 개혁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해당 기업 임원들의 거취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미 서너 곳을 털었고 수사 발표 시기를 조율 중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일각에서는 윤 지검장 1호 수사 대상이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등 굵직한 대기업이 아닌 프랜차이즈 미스터피자가 됐는지에 대한 관심도 모아지고 있다.

수사팀 늘린다…공정거래조사부 2개부로 확대 검토
미스터피자·MCM 첫 타깃…대형건설사 수주 의혹도

사정당국의 전방위적인 조사 압박에 프랜차이즈업계가 몸을 바짝 낮추고 있다. 대다수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갑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프랜차이즈 홍보 담당자는 “(프랜차이즈 업계)특성상 탄탄한 조직 구성보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며 “내부에서도 조직원 간 업무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경우가 많고 가맹점과의 마찰로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27일 기준으로 공정위에 등록된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4000여 개에 달하지만 가맹점협의회가 구성된 곳은 20곳에 불과하다. 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가맹사업 관련 분쟁조정신청은 2006년 212건에서 해마다 늘어 2012년 609건으로 치솟았다. 이후 매년 600건 안팎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593건에 달했다. 일반 민·형사 소송까지 포함하면 더 많을 것이란 게 프랜차이즈협회 측 설명이다.

올해 1∼5월 가맹사업 관련 분쟁조정신청도 28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증가했다. 공정위가 처리한 건수는 30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늘었다. 특히 공정위가 불공정거래와 허위과장정보제공 등 가맹사업법 위반행위에 대해 조치한 건수는 15건으로 지난해 연간 조치 건수(12건)를 이미 넘어섰다.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업체는 한국피자헛, 죠스푸드, 본아이에프 등 외식업체 3곳과 토니모리 등 총 4곳이다. 치킨뱅이 가맹본부인 원우푸드와 통인익스프레스는 시정명령을 받았고 설빙, 토니버거, 옥빙설, 회진푸드 등 9곳은 경고를 받았다.

최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곳은 MP그룹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이준식)는 조만간 정우현 전 회장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정 전 회장은 가맹점에 치즈를 공급하는 과정에 가족 소유의 중간 납품업체를 끼워 넣어 물량을 몰아주고 탈퇴한 가맹점 주변에 출점한 뒤 가격을 후려치는 방식으로 보복하는 한편 탈퇴한 가맹점에 치즈 공급을 중단하도록 협력업체 압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자서전을 가맹점에 강매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정 전 회장은 2012년 ‘나는 꾼이다’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출간했고, 가맹점주들에게 수백 권씩 강매했다는 폭로가 나온 바 있다. 가맹점주들이 고발한 정 전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도 수사 대상이다.

이번 수사는 윤석열 지검장이 취임한 뒤 서울중앙지검이 벌이는 첫 공개수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분석이다.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도 지난달 1일자로 성주디앤디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16일에는 대한적십자사 회장직도 내려놨다.

업계 안팎에서는 임가공 협력업체가 성주디앤디를 공정위에 불공정거래 행위를 당했다며 신고하면서 갑질 논란이 계속되자 김성주 회장이 사임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지난 3월 에스제이와이코리아, 원진콜렉션 등 성주디앤디 하청업체들은 성주디앤디가 임가공 협력 업체에 납품 마진 인하, 샘플비 떠넘기기 등 불공정한 행위를 일삼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김성주 회장 등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주 과정에서 특혜 의혹 잇달아 제기돼

건설업계도 덩달아 긴장하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이 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로비를 하거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최근 잇달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국군기무사령부의 내부보고서를 입수해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지난해 초에 차세대전투기(F-X)의 격납고 건설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전직 장성 출신 인사를 영입해 전방위적으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보고서에는 “현대건설은 전직 시설본부장 3명을 주축으로 공병 후배들에게 지원을 부탁했다”며 “대우건설은 공병 출신 예비역들이 근무지 연고 등을 이용해 현직 후배들과 접촉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격납고 건설사업과 무관한 부서·계열사의 법인카드를 사용해 민간 심사위원에게도 비싼 가격의 선물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건설도 5월에 수주한 군산바이오에너지 발전소의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특혜를 입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중부발전의 자회사인 군산바이오에너지가 발전소의 시공사 선정을 위한 평가 항목 일부의 계수를 조정해 롯데건설이 사업을 수주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대형건설사들과 관련한 수주 의혹이 계속될 경우 문재인 정부의 개혁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건설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적폐 중견기업’
 본격 조준하나

게다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청문회를 앞두고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청문회 답변자료를 통해 “건설업계에 널리 퍼져 있는 담합 등 불공정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과징금 제재 수준을 대폭 늘리겠다”는 뜻도 밝힌 바 있다.

검찰은 또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의 공정거래조세조사부(이하 공조부)의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조부는 하청업체ㆍ중소기업을 갈취하는 불공정행위, 오너 일가로의 일감몰아주기, 대기업 담합행위 등을 파헤치는 데 수사 분야가 모두 문재인 정부의 관심사안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정부 정책기조의 방점이 옮겨감에 따라 공조부 수사 대상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현재 1개인 부(部)를 2개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공조부 강화는 공정거래위원장으로 김상조 교수가 발탁되면서 이미 시작됐다. 앞서 김 위원장은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 확립을 위한 노력에 한 치의 후퇴도 없을 것”이라며 강한 드라이브를 주문했다. 계열사 누락, 하도급 횡포 의혹 등과 관련해 주요 대기업 두 곳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대기업 집단의 불공정 행위와 관련한 공정위의 수사의뢰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건설업도 적폐청산 대상될까 걱정
‘경제민주화’ 기조 의도로 풀이 돼

정우현 MB그룹 회장이 26일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뉴시스>

공조부는 고발 사건만을 처리하는 게 아니라, 최근 시작된 미스터피자의 ‘갑질’ 수사에서 보듯 자체적으로 인지한 사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검찰 인지부서의 무게중심도 기존의 특수부나 금융조세조사부에서 공조부로 옮겨갈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최근 진행되는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와 공정위 조사는 별도 사건으로 보이지만,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경제민주화’ 기조와 맥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게 바라보고 있다.

검찰이 공정위 김상조발(發) ‘재벌개혁’과 결합, 상승효과를 일으키며 경제 정의 세우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새 정부가 대기업 갑질 영업이나 공정거래 위반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의지를 밝힌 만큼 이번 검찰 수사과 관련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애초 윤석열호(號) 1호 수사 대상으로 ‘최순실 게이트’ 관련 사건 재수사나 2014년 불거진 ‘정윤회 문건’ 사건 등 전 정권과 관련한 정치 사건이 꼽혀 왔지만, 국민 생활에 밀접한 기업 수사가 급부상하는 분위기가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