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이 지난 5일 처음으로 ‘계좌유지 수수료’를 부과했다. 통장 잔액이 1000만 원 미만인 신규 고객에게 매달 5000원씩 받는다. 은행권은 수수료를 놓고 난색을 보이고 있다. 예대마진 감소로 수수료에서 수익 강화를 도모하고 있지만, 모바일뱅킹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으로 이마저도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씨티은행의 수수료 정책에 대해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며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수익구조가 어렵게 돼 비이자 수익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반대의 의견도 있다. 수익을 강화하기엔 수수료로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이 터무니없이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까지 수익성에는 효과가 미미하다. 첫 수수료 부과 대상 고객은 9명에 불과하다. 수수료 부과에 대한 비판 여론을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해석도 있다. 면제 요건에 해당하는 고객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발생할 수익도 미미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럼에도 씨티은행이 수수료를 부과하는 건 소위 ‘돈 안 되는’ 고객을 밀어내기 위한 방편이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앞서 씨티은행은 은행권에서 전례가 없는 ‘지점 80% 폐쇄’를 강행하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이 역시 부자 고객만 상대하는 고객 차별이라는 비판의 근거가 됐다.
 
수익성 하락으로 고심하는 은행권은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다양한 수수료 정책을 구상 중인 일부 은행의 경우 계좌유지 수수료 도입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굳이 여론의 반발을 일으키면서까지 도입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금융 환경의 변화로 계좌유지 수수료뿐 아니라 다른 수수료의 수익성도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내 금융환경은 크게 변화했다.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활성화됐다. 과거 ‘은행 업무는 창구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현재는 고령층을 제외하면 대부분 휴대폰과 온라인을 통해 금융거래를 하고 있다.
 
인터넷뱅킹 이용률은 2010년 42.3%에 불과했지만 최근 수년간 스마트폰 보금으로 모바일뱅킹이 활성화되면서 2015년 52.5%에 이어 지난해 60%를 목전에 두는 수준으로 상승했다.
 
주거래 은행을 손쉽게 바꿀 수 있는 ‘계좌이동제’ 도입은 이런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든다. 계좌이동서비스는 주거래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변경할 때 기존 계좌에 등록된 여러 자동이체 항목들을 새로운 계좌로 간편하게 옮겨주는 서비스다.
 
과거에는 자신의 주거래 은행에서 계좌유지수수료를 도입했을 경우 이에 대한 반감이 생기더라도 거래 은행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았다. 주거래 계좌를 옮기는 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지금은 특정 은행이 수수료 도입 등으로 차별화를 두려 할 때 소비자는 큰 불편함 없이 자신의 성향에 맞는 은행을 새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모바일과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수익성을 수수료에서 찾는 건 무리”라며 “어떤 서비스로 고객에 만족을 줄지를 먼저 고민해야 적당한 수수료 부과도 유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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