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조선업계가 업체별로 동반 흑자를 달성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정책 지원 없이는 하반기까지 이 흐름을 이어가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상반기 흑자가 구조조정으로 인한 이른바 ‘불황형 흑자’인데다, 유가하락 우려까지 나오면서 불안심리가 가중되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계 빅 3는 모두 유의미한 실적을 기록해 2분기 전망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이런 실적을 두고 업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지난해 조선업황 불황으로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바닥점을 찍었기 때문에 반짝 오름세를 보인 것이란 해석이 많다. 또 업계가 지난해부터 비용감축 등 자구책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물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 때문에 이들 업체의 실적만 보고 본격적인 개선 국면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매출은 줄어들어서다. 수익의 근간이 되는 ‘수주’가 줄었다는 얘기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부터 지난해 수주절벽의 여파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은 직원들의 유·무급 휴직을 추진하거나, 희망퇴직을 통해 인건비 절감 등의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중소 조선사도 수주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업황이 개선될 때까지는 조선·해운업계가 버틸 수 있는 지원책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다른 문제는 국제 유가다. 최근 국제 유가가 9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함에 따라 국내 조선업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떨어질 경우 셰일가스 업체들이 생산을 멈출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원유 운반 등을 위한 선박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조선업계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WTI는 배럴당 0.37달러(0.9%) 오른 43.3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같은 달 23일에는 배럴당 43.01달러까지 가격이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다. 우리나라의 주 수입원인 두바이유도 40달러 초반의 저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제 유가가 이 같은 흐름을 지속할 경우 배럴당 30달러 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업계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누계 실적으로 전세계 수주 1위를 차지하며 기세를 올렸던 국내 조선업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내려가는 것은 조선업에 좋지 않은 시그널로 읽힌다”며 “유조선 발주는 기름이 저렴해서 늘어날 수 있지만 유조선도 발주가 최근에 많이 돼 있는 상태다. 올해 초 해양플랜트가 살아나면서 발주가 많이 됐는데 유가 하락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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