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생부 나오나…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 가동

<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공공기관 수장들의 거취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에 대한 임기만료 전 교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최근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도 발표되면서 이를 기준으로 CEO 교체 작업도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보장된 임기가 있는 기관장을 쫓아내는 게 아니냐는 반발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전 정권 ‘낙하산 인사’ 솎아 낼 듯…인사 태풍 예고
경영 평가 ‘옐로카드’ 받은 수장들 비상…물갈이 꿈틀

청와대는 지난달 20일 새정부 출범 후 첫 인사추천위원회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공석인 방송통신위원장과 방송통신심의위원 인선을 논의하면서 공공기관장 인선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동안 정권 교체 후 단행되는 공공기관장 인사는 대체로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에 대한 물갈이 성격이 짙었다. 특히 지금의 공공기관장 중에는 지난 정부 실세들이 챙겨준 인사가 적지 않다. 이들 낙하산 기관장이 교체 1순위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를 예상해서 상당수 공공기관장은 이미 사의를 표명했고 새 정부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전체 355곳 중 94곳 임기만료 앞 둬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공공기관 및 부설기관 355곳 중 기관장 임기가 끝났거나 올해 안에 만료되는 기관이 94곳에 달한다. 12곳은 공석이다. 전체 기관 중 1/3가량은 올해 안에 기관장 교체가 필요한 셈이다.

공기업 중에선 도로공사 김학송 사장 임기가 올해 12월까지고, 방송광고진흥공사 곽성문 사장의 임기는 이보다 앞선 9월에 끝난다. 박구원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 사장은 지난해 10월, 김화동 조폐공사 사장은 올해 4월 이미 임기가 만료됐지만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또 가스기술공사 이석순 사장, 울산항만공사 강종열 사장, 한전 KDN 임수경 사장은 모두 올해 10월 임기가 만료된다.

준정부기관 중에선 공무원연금공단 최재식 이사장의 임기가 9월, 무역투자진흥공사 김재홍 사장 임기가 12월 만료되는 등 29곳의 기관장 임기가 올해 끝난다. 강원랜드 함승희 사장, 88관광개발 김종해 사장 등 기타공공기관 58곳의 기관장 임기도 올해 까지다.

국민연금공단 등 12개 공공기관장은 공석인 상태다. 임기가 1년 이상 남았지만 최근 경영실적 평가에서 ‘경고 조치’를 받은 부산항만공사, 가스공사, 석유공사 등도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방송통신위원장, 국민권익위원장 등의 주요 인사도 남았다.

금융권에서 무엇보다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금융공공기관장 교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원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금융공공기관 수장 교체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인사추천위원회가 가동된 만큼 교체 대상 명단, 즉 살생부 작성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우선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금융공공기관 CEO부터 교체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재천 주택금융공사 사장 임기는 올해 10월,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 임기는 내년 5월 만료된다. 나머지 금융공공기관장 임기는 대부분 2019년 만료된다. 다만 이들 역시 교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최근 발표된 공공기관 경영 실적 평가 결과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 실적은 지난해 기관 운영과 관련한 객관적 성적표”라며 “특히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받아본 경영성적표인 만큼 성적이 저조한 기관의 경우 수장을 교체할 수 있는 충분한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경영 실적’은 각 기관들의 예산, 임직원 성과급, 기관장 거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지표다. 평가 등급은 ‘S-A-B-C-D-E’ 등 6단계로 구분된다. 통상 C등급 이하는 부진한 등급으로 평가된다. D·E등급의 경우 해당 기관의 기관장에게 각각 경고와 해임 건의 등의 인사 조치를 내릴 수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6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보면, 금융공공기관 가운데 예금보험공사만 B등급을 받았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C등급을, 기술보증기금은 D등급을 받았다. 무역보험공사는 E등급으로 평가됐다. 금융공공기관 중에서 A등급 이상을 받은 기관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 대한 경영실적 평가는 오는 7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할 예정이다. 기업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평가등급이 좋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선 금융위원장 인선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금융공공기관 수장 교체 시점도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공공기관장의 임명 제청권이 금융위원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무리한 인사 교체 오히려 독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보인다. 한 관계자는 “후임도 전문성 없는 낙하산이 내려올 것이 뻔한데 굳이 새 수장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리를 자치한 현 수장이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영평가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은 기업 수장이 스스로 사퇴한다는 얘기는 없다”며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돼 있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나가라고 하는 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무리한 인사 교체가 오히려 기업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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