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생활 통해 얻은 공적 자산, 사적 이익 위해 사용했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 3당의 송영무 국방부장관 임명 불가 방침이 확고하다. 지난 29일 예정됐던 송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도 자유한국당의 불참으로 취소됐다. 국방위는 오는 7월 4일로 예정된 전체회의를 앞두고 간사 간 협의를 통해 청문보고서 채택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지만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 모두 장관임명 ‘반대’
김동철 “국방부장관에 관한 한 文정권 이명박·박근혜 정권보다 못해”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송영무 국방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맞아 “국민 상식을 뛰어넘는 비상식 정부이고 국회는 안중에도 없는 만취 인사 폭주 정권”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송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사유는 이제 더 이상 열거하기도 힘들 지경”이라며 “현 청와대 인사검증은 시스템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엉터리 인사검증, 장님검증이라 부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 청문회에서는 이 모든 의혹들이 낱낱이 밝혀져 이 엄중한 안보 위기 상황에서 방산 비리 브로커 의혹을 받고 있는, 애초부터 자격 없는 사람이 그 직에 억지로 오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송영무 국방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적어도 국방부장관에 관한 한 문재인 정권은 이명박·박근혜 정권보다 못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같이 말한 뒤 “이런 후보자를 상대로 인사청문회를 하라는 것 자체가 국민과 국회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이어 “송 후보자는 특정 정당, 특정 캠프에 몸 담고 정치적 욕망을 드러낸 사람”이라며 “지난 2012년과 2017년 당시 대선 캠프에 참여한 것은 물론이고 19대 총선 때는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고 20대 총선 때는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했다”고 비난했다.

또 그는 “과거 이명박 정권 때 이상희·김태영·김관진 국방부장관, 박근혜 정권 때의 김관진·한민구 국방부장관 그 누구도 송 후보자처럼 장관 임명 전에 정치권에 직접 몸담고 정치적 편향성을 보인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여당에서는 야당들의 송 후보자 임명 반대에 대해 정치 공세, 적폐 세력의 반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의혹을 명확히 증명하지 못한 만큼 송 후보자의 국방부장관 임명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는 송 후보자 인사청문회과정에서 공개된 문건 중 일부가 군사기밀문건이라는 주장에 대해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각종 의혹 은폐 논란과 함께 재갈물리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후배 장성들 로펌 취업
적극 권하겠다?

 
송영무 후보자의 국방부장관 자격에 대한 가장 큰 논란거리는 법무법인 율촌으로부터 받은 고액 자문료다. 송 후보자는 과거 율촌의 상임고문으로 2년 9개월 동안 재직하며 4억1200만 원, 월 약 3000만 원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고위공직자들 사이에서 퇴직 후 법무법인, 기업 등에서 고문 등을 맡으며 자문하는 일은 일종의 관행처럼 돼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고위공직자가 공직생활을 통해 얻은 경험, 지식, 인적 네트워크 등의 공적 자산을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문제다.

지금까지 이러한 문제는 퇴직 고위공무원 개인적인 양심에 맡겨왔다. 하지만 법무법인, 기업 등의 집요한 부탁과 금전적인 대가를 거부하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국회 국방위원인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8일 송 후보자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법무법인 율촌을 향해 “후보자를, 평생 군에서 오로지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하신 분을 율촌이 끌어들여 가지고 월 3,000만이라는 고액 연봉으로 유인해서 이렇게 타락시켜도 되는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율촌이라는 데가 그런 회사 밖에 안 되나? 우리나라 법무법인들 크게 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율촌이라는 데가 법무법인이고 공익성을 국민들로부터 인정받는 곳”이라며 “법을 다루는 곳이다. 법은 정의다. 근데 왜 정의롭지 못한 일을 율촌에서 하는가. 부끄럽지 않은가”라고 힐난했다.

문제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송 후보자가 고위공직자로서 법무법인 진출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자신의 행보를 자랑스럽게까지 생각하는 듯 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송 후보자는 지난 28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법무법인과 방산 기업에 대한 자문 활동과 관련 “제가 처음으로 로펌에 진입하니 어떻게 갔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라며 “앞으로 후배 장성들이 이런 일을 하겠다고 한다면 적극 권해서 더 직업을 보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무소속 이정현 의원은 ‘한 달에 3,000만 원을 받고 국가로부터 얻은 군 지식을 활용하는 것이 정당하냐’고 질문했다. 이에 송 후보자는 “예비역으로 일할 때나 현역으로 일할 때나 국가를 위해 일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송 후보자는 “월터 샤프 전 한미연합사령관 등 미국 육해공군 장교들은 정정당당하게 대기업에서 국가를 위해 새로운 무기체계 개발을 자문해준다. 아니면 어느 연구소에서 일하는 것이 상례로 돼 있다”고 항변했다.
 
기무사령부
기밀문건 유출 조사?

 
송영무 국방부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쏟아진 있는 가운데 여당에서는 군대 내 적폐 세력, 즉 저항 세력이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8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막기 위한 군 일각의 저항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이뤄진 송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번 인사청문회 과정을 보면 국방부가 평소 같으면 군사기밀이라며 한사코 내놓지 않을 자료들이 쏟아져 나왔다. 일종의 자료 유출 홍수다”며 “국방장관 임명을 막기 위한 저항이 있는 것 같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송 후보자에게 “국방장관 되는 데 대해 불편하고 불안해 하는 사람이 있다고 보냐”고 물어 “약간은 있다고 생각한다”는 송 후보자의 답변을 끌어냈다. 이 의원은 “해군참모총장 할 때 강력한 개혁을 추진해 원성이 자자했다고 한다”며 “헌병을 대대적으로 개혁 조치한 것이 맞나”고도 물었다.

이에 송 후보자는 “그렇게 까진 생각하지 않는다. 개혁 의도에 공감은 하지만 조금 무리하지 않느냐고 생각한 것 같다”며 “헌병 직분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인데 그들이 스스로 그런 짓을 했기 때문에 용서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문제는 이런 가운데 군에서 군사기밀 문건 유출 의혹과 관련해 조사에 나섰다는 점이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국방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을 통해 “관련 기관에서 일부 내용에 대해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변인은 ‘관련 기관이 국군 기무사령부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하며 조사 내용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은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문건은 ‘계룡대 군납비리’ 수사 결과, 송 후보자 해군 헌병대 음주운전 조사 기록, 장보고함 잠수함 사업이 진행 상황 등으로 알려졌다.
 
정우택 “제보자 색출은
적폐 중 적폐”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30일 국방부가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 의혹 관련 문건 유출자 색출에 돌입한 것과 관련 “제보자를 색출하겠다는 것이야말로 적폐 중 적폐”라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같이 말하며 “우리 당은 국방부와 기무사의 이같이 어처구니없는 색출 시도에 단호히 대응하고 군 수뇌부의 부당 지시나 정치적 개입 여부를 밝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의원의 정당한 인사청문회 준비를 기밀유출 운운하며 조사하겠다는 것은 결국 제보자를 색출해 처벌하겠다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이번 청문회에서 국회증언감정법에 보장된 가장 기본적인 검증자료 제출마저 거부하면서 사실상 청문회를 방해해 왔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젠 제보자까지 색출하겠다고 나선다면 국회법을 무시하고 군의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알다시피 우리당 김학용 의원은 송 후보자의 만취운전 은폐 의혹을 밝히기 위해 새벽에 진해해군본부까지 직접 내려가 자료를 구할 만큼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 국회의원의 노력을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들의 조직적 음모라는 식으로 매도하더니 이젠 제보자를 색출하겠다는 것이야말로 적폐 중 적폐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의당도 송영무 후보자의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정의당은 지난 26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후보자 스스로 국민 앞에 나설 자격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기 바란다”고 사실상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은 방산업체인 LIG넥스원과의 유착 의혹 및 고액 수임료 논란을 빚은 송 후보자에 대해 “공직자는 현직일 때나 퇴직했을 때나 처신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며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행보를 굳이 한 것만 하더라도 부처 수장을 맡기에는 자격 미달이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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