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과 공간 내 두 연구소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대학가에서 교수들의 부당한 처사로 인한 잡음이 들려온다. 지난 3월 서울대 교수는 대학원 학생들에게 부적절한 말과 신체접촉 등을 한 혐의로 대학 내 인권센터에 조사 의뢰됐다. 지난달 22일에는 학생들에게 딸 결혼식 주차 도우미를 시켜 논란이 됐던 지방 사립대의 한 교수가 또 다시 ‘갑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또 최근 인하대학교에서는 ‘인하광장’ 게시판에 교수들의 갑질이 벌어지고 있다는 글이 올라와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인하대 소속 교수와 대학원생 간의 내홍인 것이다. 이들은 어떤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을까.

비대위, 논란 교수 ‘사과하라’···교수 “학생들의 무단 점거”
인하대 “일찌감치 공문만 보냈으면 해결됐을 문제”


지난 3월 인하대학교에는 일반대학원 인터랙티브 콘텐츠학과(이하 콘텐츠학과)가 신설됐다. 이후 3개월가량 흐른 지난달 15일, 해당 학과 대학원생 40여명은 콘텐츠학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했다. 문화경영학과(이하 문경과) 교수들의 사과와 대학의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는 취지에서다.

비대위 관계자이자 게시글의 주인공인 A씨는 콘텐츠학과의 신설이 문경과 내에 존재하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 주장한다. A씨가 밝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A씨는 박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문경과 소속이다. 문경과는 디자인, 문화콘텐츠, 문화경영 등을 융합한 과로 7여명의 참여 교수가 있는 대학원이다. 또 기존 독어독문학과에서 전과돼 운영 중이다. 문경과 내에는 문화경영심리연구소(이하 연구소)가 있다.파열음은 이곳에서부터 시작됐다. 한 공간이었던 연구소가 두 갈래로 나뉜 것이다.

당시 문경과 소속이자 문화콘텐츠 학군 지도교수인 B씨는 많은 학생들을 꾸리고 있었다. 연구실에서 하루 종일 프로젝트에 임하는 학생들은 20명 정도. 또 B씨는 문화경영심리연구소의 연구소장을 맡았다.

A씨는 “비대위 측 학생들은 문경과 자체의 커리큘럼과 강사들의 전문성이 떨어져 B지도교수 아래 강사 위주로 수업을 받아 왔다”며 “하지만 문경과 내 연장자인 C교수는 B지도교수 아래 있는 학생들이 10년 동안 만든 실적을 본인의 것처럼 사용했다. 과거부터 프로젝트에 C교수 이름을 올려주는 것은 관행처럼 돼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은 석·박사생들이 다 하는데 일을 안 해도 C교수 이름을 자동적으로 올려줘야 하냐’라며 2년 전 연구소를 가르자고 일부 학생들이 제안했다. 보통 공대 같은 경우에는 지도교수별로 연구소가 갈리기 때문”이라며 “결국 당시 학과장이던 B지도교수의 승인아래, 쥐가 나올 정도로 깨끗하지 못했던 연구실을 프로젝트비와 사비 등을 들여 새롭게 바꿨다. 한 공간 내 개별적인 연구소를 구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본격적으로 연구소를 나눠 쓰기 시작하자 C교수 등 두 교수 아래의 학생이 5명, B교수의 학생들이 15명 정도로 분리가 됐다. 그러자 C교수는 기존의 연구소로 활동을 하지 않느냐며 중앙쯤에 위치한 가벽을 부수겠다고 화를 냈다”며 “‘언제까지 B교수가 학과장을 할 것 같으냐’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C교수의 지속된 압박 때문에 B교수는 대학원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올해 3월 콘텐츠학과가 신설됐다”고 전했다.
 
해당 연구실 평면도
 가장 논란이 된 사건은 지난 3월 21일 C교수가 같은 학과 교수인 D교수와 함께 신 연구소를 찾아간 것이다. 비대위에 따르면 C교수 등은 신발을 벗고 들어 가야 하는 신 연구소에 신발을 신고 들어가 위협적인 언사를 행했다. D교수는 이곳이 행정상으로나 기존 연구소이고 콘텐츠학과 학생들이 쓸 공간이 아니니 당장 자리를 비우라고 했다. 이어 C교수는 문 앞에 붙은 콘텐츠 학과 현판을 손으로 잡아 뜯고 두 연구실이 연결되는 문을 열어 놓으라며 공포감을 조성했다. C교수와 동행했던 문경과 학생대표는 ‘문경과 학생이 70~80여명 인데 자리가 없으니 콘텐츠학과 학생들은 당장 나가줘야 하겠다’고 했다.

비대위가 제기한 상황은 여러 가지지만 대표적으로 종합하면 총 세 가지다. ‘교수의 대학원생 연구 공간 난입 및 위협 행사’, ‘학습권(수업 및 개인 연구) 피해’, ‘학위논문에 관한 규정과 문경과 내규 변경 사항 문제’다.

특히 A씨는 학위논문과 관련해 “문경과 내에서 콘텐츠 학과가 신설되자 콘텐츠 학과로 사람들이 전과를 시작했다. 전과를 하고 싶지만 일종의 볼모처럼 잡혀 있는 학생들이 25명 정도”라며 “(25명 중) 대학원을 수료만 해놓고 회사를 다니는 등으로 논문을 못 쓴 사람들이 많다. C교수는 어쩔 수 없이 문경과에 남아있는 학생들에게 보복성을 띠며 학위논문과 관련한 내규를 일방적으로 바꾸려 했다”고 전했다.

이어 “논문 등은 논문심사 위원이 5명이 필요하다. 또 학교 규정은 5명 중 외부 교수를 2명 써야 한다. 나머지 3명은 개인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며 “하지만 C교수는 ‘문경과 내 교수 3명 심사 필수’라는 내용의 내규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이메일로 통보했다. 이 말은 B지도교수는 논문에 전혀 참여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또 “똑같은 문건을 담은 이메일을 받은 것은 2번. 해당 규정이 옳지 않아 해당 행정실에 찾아갔다. 알고 보니 행정실도 해당 규정에 대해 이상이 있는 것 같아 통과를 안 시키고 있었다”라며 “정리하면 논문 내부 규정을 마음대로 정해 해당 학생들에게 도장을 받지 않고 총장 승인도 안 된 것을 결과처럼 이메일로 통보했다. 결국 학생들은 대부분 휴학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C교수는 비대위와 다른 입장으로 해명했다. C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길게 얘기 않겠다. 그 공간은 문경과 소속이다. 문경과 소속이라는 것은 학교에서도 다 증명됐다. (비대위 측) 학생들은 무단 점거를 한 것이다. 남의 집에 문패를 다니 그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며 콘텐츠 학과의 현판을 뜯은 이유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공간을 점거한 뒤 문을 잠그고 학과장인 나도 들어갈 수가 없고 참여교수 전원이 들어갈 수 없던 상황이다. 즉 소속교수 전원이 아무도 그 곳에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하대 홍보팀은 “현재 콘텐츠학과의 연구소 공간을 마련했다. 그동안 콘텐츠학과 비대위 측이 총장 등 임원진들을 만난 것은 (해당 상황 등을 설명) 알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학과에서 직접적인 공문을 보내지 않아 장소가 마련되지 않은 것”이라며 “최근 논란이 일기 전부터 공간은 이미 마련해 둔 것으로 안다. 공문만 보냈으면 해결됐을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C교수에 대한 추가적인 의혹도 제기됐다. 과거 C교수가 인하대 교육처장을 맡을 당시의 상황이다. 지난 2012년 11월 14일 시사인천 보도에 따르면 C교수의 아내이자 문과대학 시간강사인 E씨가 형평성에 맞지 않는 혜택을 받고 있다며 논란이 일었다. E씨가 연구장학금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비대위 측 A씨는 “그게 C교수가 자기 부인을 강사로 수업시수에 대한 특혜를 주고 장학금까지 주면서 문제가 있었는데 당시 교무처장 보직을 내려놓은 것으로 마무리 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때 당시 해당 학부생들이 분개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C교수는 특혜 의혹에 대해 “그런 사실(특혜)이 없고, 장학금도 지급한 적이 없다. 그 당시 학과에는 독일어를 교육할 수 있는 외국인 교수가 없어 외국 교포인 E씨를 모셔 쓴 것”이라며 본인의 해임 사유에 대해서는 “학교의 구조조정과 관련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 다른 일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인하대 교원인사팀은 “(C교수가) 해임이 아닌 본인이 보직 사퇴를 했다.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대부분은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한다고 밝힌다. 해당 사안과 관련한 부서가 아니라서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