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알약, 온라인에서 누구나 쉽게 구입 가능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현대인들의 카페인 섭취는 갈수록 증가한다. 커피 전문점인 ‘카페’와 카페인이 다량 함유된 ‘음료’들도 우후죽순 늘어났다. 카페인은 적절히 섭취할 경우 ‘약’이 될 수 있지만 하루 권장량 이상을 섭취하면 ‘독’이 될 수 있다. 최근 들어 카페인을 농축해 만든 ‘카페인 알약’이 인기를 끌고 있다. 카페인 알약의 등장은 커피의 향, 에너지음료의 청량감·맛보다 각성효과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사례다. 특히 청소년이 섭취할 경우 카페인의 하루 권장량을 ‘훌쩍’ 넘을 수 있어 이를 규제할 만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성인은 물론 청소년도 카페인 하루 섭취량 과다
식약처 “카페인 규제하면 함유 식품 안 팔릴 수도”


회사원인 A씨는 회사에 들어가기 전에 커피를 사면서 출근을 시작한다. 회사 내에서 졸 수 없어서다. 업무를 하다 보면 점심시간이 되고 식사를 한다. 이후 직원들과 함께 또 다시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야근일 경우에는 일종의 ‘힘(?)’을 얻기 위해 편의점에서 커피 우유 또는 에너지음료 등을 사서 마신다. 하루에 마신 카페인 양만 600mg에 달한다.

커피 전문점의 직원인 B씨는 출근을 하자마자 본인이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신다. 무료 커피를 언제든지 내려 마실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장점이지만 우려도 함께한다. 하지만 B씨는 본인의 카페인 섭취량에 대해 자신과 일종의 타협(?)을 한다. 다량의 카페인 섭취를 하는 손님이 많기 때문이다. 결국 B씨는 커피를 끊지 못하겠다는 잠정적 결론을 내놨다.

바쁜 업무와 부족한 시간, 스트레스가 일상인 현대인들에게 카페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자리 잡았다. 매일 하루 한 잔 이상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회사 업무 또는 일상생활을 하기 힘든 사람들도 많다.

최근 한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교수는 “커피에 있는 카페인은 우리 몸이 피곤함을 느낄 때 에너지(힘)가 있는 것처럼 우리 몸을 속인다. 즉 우리 사회는 아침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하루를 보낼 수 없는, 굉장히 피로한 사회”라며 우려를 표해 카페인을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사람들에게 씁쓸한 공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커피, 성인 한 명
한해 평균 ‘377잔’ 마신다

 
지난 5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한 명이 지난해 마신 커피는 평균 377잔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2년 288잔, 2014년 314잔, 2015년 349잔에서 지난해까지 연평균 7% 정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대인들의 흔히 마시는 인스턴트커피 한 봉지에는 30~ 80mg의 카페인이 포함돼있다. 또 커피 전문점의 아메리카노에는 약 160~300mg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에너지음료 한 캔에는 62.5mg 정도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다. 우리나라 성인 일인당 일일 카페인 섭취 허용량은 400mg 정도다. 임산부는 300mg 이하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인 경우는 체중 1kg당 2.5mg 이하로 규정하지만 평균적으로는 125mg가량이 카페인 일일 섭취 허용량인 것이다.

즉 다량의 카페인 섭취 현상은 성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부를 주 목적으로 하는 중·고등학생들의 카페인 섭취량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시험기간일 경우는 더욱 습관적으로 고 카페인 음료를 찾는다. 단기적으로 수면 시간을 줄이고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취지다. 편의점에서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커피나 에너지음료를 2~3개씩 사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고등학교 3학년인 C씨는 교과목 위주의 교육을 하는 학원을 다니고 있다. 그는 카페인 섭취에 대해 “평소 에너지음료나 커피를 자주 사 마시는 편이다. 친구들도 공부를 하다가 졸지 않기 위해 카페인 음료 등을 사마시고 건강식품도 함께 챙겨 먹는다”며 “카페인 섭취가 높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으나 물을 많이 마시거나 건강식품을 챙겨 먹는 습관을 들여 대응한다는 측면을 가진다. 성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학생들에게도 카페인이란 필수적 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페인 알약
잠 깨는 약으로 유명

 
최근에는 카페인 정제 알약을 복용하는 청소년들도 적지 않다. 카페인 알약은 본래 운동 능력 향상을 돕기 위한 운동보조제 용도로 출시됐으나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잠 깨는 약’으로 유명하다. 해외 제품이 주를 이루며 가격은 1만~2만 원 대. 유명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카페인 알약’을 치자 많은 제품들이 나열됐다. 카페인 알약은 온라인을 통해 쉽게 구매할 수 있었으며 이중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새 제품이 게재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고3 아들에게 주려고 카페인 알약을 구매했는데 확실히 잠을 덜 잔다’, ‘카페인 알약 하나면 일반적인 캔 커피보다 훨씬 많은 양의 카페인을 섭취할 수 있어 좋다’ 등 효과를 봤다며 후기 글을 게재한 사람이 많다.

문제는 알약 1정당 약 100 ~200mg가량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는데 이는 최대치로 봤을 때 캔 커피와 에너지음료 2~3개 이상 정도의 함량이라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자연 식품 또는 식품의 원료로서도 카페인이 함유돼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먹지 마라 할 상황은 아니다. 제품 자체가 안 팔리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에서는 성인이나 청소년이나 허용치 이상으로 먹지 말라는 홍보·안내·권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터넷을 통해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는 ‘직구’(해외직구)적 측면의 우려는 “개인적 구매라서 (규제에) 문제가 있다. 따라서 제재가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카페인을 적당히 섭취하면 졸음을 가시게 하고, 일시적 각성효과로 집중력을 높이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적정량을 초과하면 오히려 불안감을 유발하고 집중력과 수면의 질을 떨어뜨려 피로를 누적시킨다.

특히 성장기 청소년이 고농도의 카페인을 다량 섭취하면 구토와 어지러움, 극심한 흥분, 심각한 불면증 등 부작용을 유발해 훨씬 더 위험하다. 체질에 따라 심하면 사망에도 이를 수도 있다. 카페인 치사량은 1만㎎(아메리카노 기준 약 100잔, 에너지 음료 130캔)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이 카페인을 과다 섭취해 급성부정맥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는 두 시간에 걸쳐 커피와 카페인이 함유된 탄산수, 에너지음료를 연거푸 마신 후 수업을 듣다가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결국 숨졌다.

전문가들은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면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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