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출산후 관리를 잘못해 생기는 병인 ‘산후풍(産後風)' 을 막기 위해 전통적인 산후조리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출산 후 21일에 해당되는 삼칠일(三七日)은 오늘날까지 몸조리기간으로 중요하게 생각된다. 이때 산모와 아기는 되도록 외부인과 접촉을 하지 않고 미역국을 먹으며 몸조리를 한다. 특히 최근에는 출산 후 산모를 철저하게 관리해 주는 ‘산후조리원' 이 급속도로 유행하면서 우리나라 산모들에게 산후조리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코스로 인식되고 있다.

출산 후 6주~8주의 기간을 ‘산욕기' 라고 하는데, 이 기간은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서 생긴 산모의 신체적 변화들이 출산하기 전으로 회복되는 시기다. 이 시기에 만약 적절한 휴식과 산후조리를 하지 못한다면 여러 가지 증세가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러한 분만 후 후유증을 일컬어 한의학에서는 '산후풍' 이라고 한다.

예컨대 출산 전에는 아주 건강했던 산모가 있는데, 출산 후 직장 때문에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복직을 했다. 갑자기 어느 날 여자의 몸이 예전 같지 않고 여기저기 쑤시며 몸이 쓰러질 것 같이 피곤하고 손, 발 등 여러 부위가 찬바람이 스치는 것처럼 시리게 되었다. 병원을 전전하며 초음파검사,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 종합검진을 해보아도 이상이 없다고 한다. 의사는 병이 없다는데 환자는 아프고 괴로워하니 의사나 환자나 답답할 노릇이다.

이처럼 산후풍은 서양의학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한의학만의 독자적인 질병 분류이다. 산후풍은 ‘산후신통(産後身痛)' ‘산후통풍(産後痛風)'이라고도 지칭된다. 발생 원인은 분만 후 기혈이 많이 손상된 상태에 산모가 조리를 제대로 못해 관절, 경락과 기육(肌肉)사이에 풍한의 사기와 함께 어혈(瘀血) 등이 머물러 막히기 쉽게 되는데, 이것이 오랜 시일 쌓여 흩어지지 않게 되기에 불통즉통(不通卽痛)으로 통증을 유발한다고 하였다.

산후풍의 증상으로는 관절의 저림과 통증, 어깨의 통증, 요통, 하복부와 골반주위의 통증 등의 신체통증 증상이 있고, 신체의 일부가 시리거나 찬 기운을 느끼는 증상, 오심구토, 변비, 설사 등의 소화기 질환, 불안, 우울증, 수면장애, 식은땀, 상열감, 오한 등의 자율신경 장애, 기타 만성피로 등의 증상이 있다.

산후풍의 성질은 ‘풍한' 즉, 차가운 바람이기에 특히나 겨울철 춥고 바람이 부는 날씨에 노출될 때 더 위험하며, 찬물로 샤워를 하거나 머리를 감는 등의 행위를 할 때에도 위험하다. 또한 기혈이 많이 손상된 극도의 허약상태이므로 무리한 관절운동 및 신체 사용을 할 때에도 사기 침투에 의해 산후풍이 걸릴 위험이 증가한다.

산후풍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산욕기(출산 후 6~8주) 동안 찬 기운을 조심하고 무리한 관절운동을 삼가며 정신적인 안정을 취해야 한다. 또한 과도한 땀의 배출은 혈을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장시간의 사우나를 피해야 하며, 충분한 영양섭취를 통해 회복을 도와야 한다. 또한 출산과정에서 신체에 쌓인 어혈을 충분히 제거함으로써 혈액순환을 도와야 한다.

이렇게 산욕기 동안의 올바른 산후조리를 통해 기력이 소홀해진 산모의 체력이 회복된다면 산후풍을 충분히 예방하고 출산 전의 아름답고 건강한 신체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반면에 이 기간에 관리를 소홀히 한다면 각종 산후풍의 증상들이 생겨 없어지지 않고 수십 년, 길게는 평생에 걸쳐 고생을 할 수도 있다.

출산 후에 허약해진 산모의 몸을 조금 더 빠르게 회복시키고 산후풍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는 산후 보약을 복용하는 방법이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보약으로는 ‘보중익기탕' '보허탕' 등의 기력을 보하는 처방이 있고, ‘십전대보탕' ‘쌍화탕' ‘팔물탕' 과 같이 기력과 혈을 동시에 보하는 처방들도 있다. 여기에 필요에 따라 어혈을 제거해 주는 약재를 가미하여 기혈을 보함과 동시에 신체에 쌓인 노폐물을 빼는 치료도 실시하게 된다.

혹여나 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산후풍의 증후가 생긴 산모라면 체력을 보하는 처방에 관절의 풍한사와 어혈를 제거하며 관절의 염증을 소염시키는 약재들을 가미하여 사용해야한다.

산후풍은 체질적으로 몸이 찬 체질인 음인(陰人)이 양인(陽人)보다 더 많이 발생하며, 특히 몸이 차고 비위 기능이 약한 소음인에게 산후풍이 많이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체질적으로 신(腎)이 허약하여 생식기계와 관절이 약한 소양인 중에서도 산후풍이 발생하는 빈도가 적지 않다. 소음인의 경우에는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기력을 증진시키는 인삼과 같은 소음인전용 약재를 쓰는 것이 맞지만, 열이 많은 양인들에게 이러한 소음인 약재를 무분별하게 쓰게 되면 아예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산후풍의 치료에 있어서 체질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전문 한의사에게 맞춤 처방을 받아 복용해야 더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파주시보건소 한의과 대표>

정리=김정아 기자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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