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키워 해외로…’ 국부 유출 논란

이종석(삼성)→노키아, 이상철(LG)→화웨이
 
이직 배경 “개인 사유” 해명… 부정적 시각 존재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통신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상철 전 LG유플러스 부회장의 중국 화웨이 본사 고문 이직에 이어 이종석 삼성전자 북미영업 총괄 부사장이 핀란드의 노키아로 이직했다. 두 사람 모두 LG유플러스와 삼성전자에서 각각 중책을 맡았던 인물들인 만큼 이번 이직을 두고 여러 뒷 말이 나오고 있다. 앞서도 이종석 삼성전자 북미영업 총괄 부사장의 이직에 여러 추측이 제기됐지만 삼성전자 측은 “개인적 사유”로 일축했다. 또 이상철 전 LG유플러스 부회장의 경우 KT 대표, 정보통신부 장관 등을 지낸 국내 대표 통신 전문가로 이번 화웨이 행을 놓고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두 인물이 해외기업으로 이직한 점에서 ‘국부 유출’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일요서울은 두 사람의 이직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봤다.

이상철 전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지난 3월 30일 LG유플러스 상임 고문 임기 만료 뒤 지난 4월부터 중국 통신·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의 본사 총괄고문으로 이직했다. 그는 화웨이 고문총괄로서 통신장비 공급 등과 관련된 자문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회장은 2001년 KT 대표를 거쳐 2002년 김대중 정부 시절 정보통신부 장관, 광운대 총장, 2010년부터 2015년까지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낸 국내 대표 통신 전문가다. 

앞서 그는 LG유플러스 재직 시 논란이 일었던 화웨이 LTE 장비 도입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당시 정부는 보안, 미국과의 마찰 우려 등의 이유로 화웨이 장비 도입을 반대했지만 보안 문제가 제기됐을 당시 이 전 부회장은 ‘영국의 테스트를 거쳐 인증받은 장비와 동일 제품’이라며 LTE 통신 장비 도입을 강행했다.

이런 근거로 일각에서는 이 전 부회장위 중국 기업 고문직 수락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경쟁업체 이직’ ‘보은성 인사’ ‘이직 시점’ 등이 그 이유다. 특히 ‘이직 시점’이 문제다.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 기업에 대해 지원배제, 세무조사 강화, 한국여행금지 등의 압박으로 약 8조 원가량의 피해가 추정되는 시기다. 더구나 국내 기업들과 경쟁업체로 이직을 했다는 점에서 비판적이다.
 
‘우호적’ 시각도 존재
 
LG유플러스 측과 일부 업계관계자들은 이 전 부회장의 이직을 두고 ‘우호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LG 유플러스 측은 이 전 부회장의 이직을 두고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장관 등과 같은 재산등록의무였던 퇴직공무원은 퇴직 후 3년, 퇴직 전 5년간 소속부서(고위공직자는 소속기관) 업무와 밀접한 업무 관련성이 있는 기관에 취업이 제한된다. 이 부회장의 경우, 퇴직 기간이 10년 이상 지난 만큼 해당 사항이 없다.

특히 LG유플러스는 화웨이와 전략적 관계를 이어온 만큼 그의 화웨이 고문직이 LG유플러스와 밀접한 관계를 공고히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가 LG유플러스를 통해 다양한 스마트폰을 한국 시장에 출시한 바 있으며, LG유플러스는 화웨이와 함께 NB-IoT(협대역 사물인터넷) 사업을 강화하며 글로벌 진출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각에서는 이 전 부회장의 업무상 관계가 있던 해외 경쟁업체로의 이직이 적절하지 않지만 고문 역할로 역할이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향후 화웨이 고문으로서 이 전 부회장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재 진입 위한 전략 영입

지난달 30일 IT 전문매체 벤처비트 보도에 따르면 2014년부터 삼성전자의 북미 사업을 총괄해온 이종석 부사장이 핀란드의 다국적 통신사인 노키아 테크놀로지 사장으로 이직했다. 노키아가 테크놀로지는 람지 하이다무스 사장이 지난해 9월 사퇴한 후 브래드 로드리게스 전략사업개발 담당 부사장의 사장 대행 체제로 9개월간 회사를 운영해 오다 이번에 새로운 사령탑을 맞아들인 것.

앞서 노키아는 2014년 휴대전화 사업 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했다. 다만 HMD 글로벌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새 휴대전화와 태블릿을 개발하면서 스마트폰 시장 재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노키아가 새로운 휴대폰 라인업 출시 등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재진입을 위해 선진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 전 부사장을 전략적으로 영입한 것 아니냐는 해석의 배경이다. 이 전 부사장은 앞으로 노키아에서 스마트폰 사업 등 현지 사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석 전 삼성전자 부사장은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경영경제학을 전공했으며 미국 P&G과 켈로그, 존슨&존슨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을 거친 마케팅 전문가다. 지난 2004년 삼성에 합류한 뒤 해외시장에서 삼성의 브랜드 육성을 총괄해 왔고,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GMO)장, 동남아 법인장 등을 역임한 유통 전문가다. 또 이 전 부사장은 휴대폰 사업의 글로벌 최대 격전지인 미국법인장의 자리에 이례적으로 연말 정기인사가 아닌 수시인사를 통해 오르며 ‘삼성 미래를 이끌 인물’로 꼽혔던 주요 인물이었다.

이로 인해 이 전 부사장 이직에 대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개인적 사유로 이직했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지는 알려진 게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종석 전 부사장의 노키아 이직과 이상철 전 LG유플러스 부회장의 화웨이 본사 고문 이직이 거시적 관점에서 ‘국부 유출’이라는 공통적인 우려가 존재한다고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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