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1조 원 돌파 KT 호텔 사업 진출…노림수는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기업들의 부동산 투자 및 사업 확장 소식이 연이어 들리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일부 그룹사에서는 부동산 관련 계열사 수장 교체를 통해 분위기 환기 및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미 롯데 금호아시아나 대림산업 등은 경영진 교체를 통해 부동산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또 LG그룹은 투자부동산 규모가 1조 원을 돌파했으며 KT는 오피스 사업에서 호텔까지 부동산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는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는게 아니냐는 기대감을 보인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틀이 마련되기 전에 앞다퉈 투자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경계심도 제기된다.

부동산 수장 교체로 사업 다각화 나서
일각에서는 “불로소득만 노린다” 지적도

일부 기업이 부동산 분야 영역 확장을 위해 설립한 계열사의 수장을 속속 바꾸면서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수장 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그에 따른 시장 변화가 예고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롯데자산개발의 계열사인 동교청기와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는 대표이사를 송용덕 롯데그룹 호텔BU 부회장에서 임성훈 호텔롯데 개발부문장으로 교체했다.

롯데자산개발의 또 다른 계열사인 은평PFV의 대표도 바뀌었다. 은평PFV는 문영표 롯데글로벌로지스 택배사업본부장이 이끌었지만, 이달부터 윤주경 롯데마트 영업본부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은평PFV는 지난해 말 개장한 ‘롯데몰 은평’의 개발을 담당했던 SPC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내 금호사옥도 지난달 신임 대표로 정성권 아시아나항공 전략기획본부장을 선임했다. 금호사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사옥을 100% 소유하고 있는 PFV다. 더욱 원활한 부동산 관리를 위해 대표를 바꿨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림산업의 자회사 대림AMC(자산관리회사)는 감사 자리에 부동산 자산관리 전문가를 배치했다. 대림AMC는 이달 초 예용준 에이플러스디 기획관리팀장을 신임 감사로 임명했다.

부동산 보유, 판도 변화 예고

지난달 30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는 LG그룹 계열사 투자부동산 규모가 1조 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LG그룹 계열사 7곳이 지난해 말 기준 보유 중인 투자부동산 규모(장부가 기준)는 전년 말 대비 1632억 원(16.9%) 늘어난 1조1315억 원으로 집계됐다.  

LG그룹의 투자부동산 규모는 30대 그룹 중 생명보험사들이 자산 운용 차원으로 투자부동산을 대거 보유한 삼성(5조339억 원)이나 한화그룹(2조6371억 원), 전국 유통망을 활용해 임대사업도 벌이는 롯데(1조9233억 원)와 신세계(1조6500억 원)보다는 적지만 현대자동차(9135억 원)보다 크다.  

LG그룹사의 투자부동산 규모가 커진 것은 지난해 지주사 LG가 LG서울역빌딩(옛 STX남산타워)을 매입한 영향이다. 지난 2007년 준공한 LG서울역빌딩은 지상 23층, 지하 6층 규모로 지주사 LG가 2107억 원(시가 간주금액)에 사들였다.  

계열사별로 보면 지주사 LG의 투자부동산 규모가 7940억 원으로 가장 큰 데 이어 LG유플러스(부회장 권영수)가 977억 원, LG전자(부회장 조성진)는 966억 원, 서브원(대표 이규홍) 917억 원순이다.  

KT는 오피스에서 호텔까지 부동산사업 확장 중이다. 그것도 자사 통신국사(지방 지사)를 활용한 부동산사업 확장에 적극 나서면서 향후 더 큰 수익이 기대된다.  
업계에 따르면 KT의 부동산 자회사 KT에스테이트(대표 최일성)는 지난해부터 강남구 소재 KT 신사지사 부지와 송파구 잠실지사를 호텔로 개발하는 사업을 벌이는 중이다.  

KT에스테이트는 소유 호텔을 직접 운영하지 않고 외국계 유명 호텔들과 위탁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호텔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T에스테이트 관계자는 “위탁계약이 최종 체결된 게 아니어서 사업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면서 “전국 통신국사 중 여행객 수요 등을 고려, 호텔개발사업이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KT에스테이트는 전국 각지에 위치한 KT 통신국사를 활용해 오피스 임대업을 벌이는 회사로 지난해에는 임대주택 브랜드 ‘리마크빌’을 선보이면서 임대주택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리마크빌은 건설업 시공능력평가액 1위 삼성물산 출신인 최일성 사장이 직접 챙기는 사업이다. KT에스테이트는 지난해 선보인 ‘리마크빌 동대문’(797가구)과 ‘리마크빌 영등포’(760가구) 분양에 나서 100%에 육박하는 계약률을 기록했고 오는 2020년까지 총 1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업계는 KT에스테이트가 기존 오피스에 이은 임대주택사업, 호텔개발사업 추가로 사세를 지속 확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KT에스테이트는 임대주택사업 연착륙 덕에 매출을 대폭 끌어올렸다.  

반면 도심 내 대형 오피스를 싹쓸이하던 부영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지난해부터 도심 내 대형 부동산을 싹쓸이하고 있는 부영이 하반기 관심 매물인 KB국민은행 명동 본점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이 빌딩 인수전의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부영이 불참을 공식화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영 관계자는 “KB국민은행 명동 본점 사옥 인수를 검토하지 않고 있어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특별한 불참 사유는 없다”고 말했다.

워런 버핏도 부동산 투자

이처럼 기업들의 부동산 관련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워런 버핏이 부동산 관련 기업 투자에 나선 것도 국내 부동산 시장에 훈풍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재벌 대기업의 부동산 과다 소유가 노리는 것은 불로소득이라고 지적한다. 기술 개발과 경영 혁신을 통한 이윤 추구는 마땅히 장려할 일이나, 목적이 불로소득이라면 기업 본연의 정체를 물어야 한다. 원칙적으로 재벌 대기업의 부동산 불로소득 독식은 김상조 공정거래 위원장이 확립하려고 하는 시장 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