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 앞서 미국이 다른 국가들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자국을 돕지 않는 나라와 무역협정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게 골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은 역사상 최악의 무역협정들을 맺었다”라며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무역협정들을 왜 계속 유지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외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을 우선시하는 무역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의지 표명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대상을 밝히지 않았지만,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밝혔던 그의 주장을 감안하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한미 FTA도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종료한 후에도 사실상의 재협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출을 늘려야한다는 등 미국 국익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발언도 담았다.
 
백악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언론발표에서 “그 협정(한미 FTA)이 체결된 이래로 미국의 무역적자는 11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 그다지 좋은 딜이 아니라고 생각한다(Not exactly great deal)”며 “우리는 한국과 무역 협정을 재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정상회담 이후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재협상에 합의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양국이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정부는 FTA 효과에 대해 논의할 협의체를 꾸리겠다고 밝힌 만큼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 독일, 일본, 한국 등 16개국을 대상으로 적자 원인을 분석하라는 행정명령을 지시하기도 했다. 아울러 수입산 철강이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정부는 무역적자 원인을 검토한 보고서가 나오기 전에는 섣불리 예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양측 실무진이 한미 FTA 시행 이후에 효과를 공동으로 분석·조사 평가할 것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한미 FTA가 체결된 지 5년이 지난 현재 양국이 모두 이득을 취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협상 당시 정부와 농민, 시민단체 등이 진통을 겪었던 만큼 조심스럽게 진행해 온 결과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FTA 발효에 따른 양국 간 교역 확대로 미국의 한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발효 이전인 2011년 8.5%에서 2016년 10.64%로 상승해 200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한국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도 FTA 발효 이전 2.57%에서 지난해는 3.19%를 기록하면서 양국이 모두 가시적인 성과를 이룩했다.
 
미국 입장에서도 당초 예상보다 적자폭을 줄인 성과가 있으며, 미국무역대표부는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불균형’을 자주 언급하는 만큼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앞서 한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만일 미국이 한미 FTA에 대해 공식적으로 재협상을 제기하면 미국 역시 적잖은 양보를 각오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무역 불균형은 FTA 때문이 아니라 양국의 경제·산업 구조의 차이에서 발생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2일 ‘한미 FTA 재협상 관련 양국 정상회담 평가’ 보고서에서 “한국은 미국에 비해 저축 지향적이고 제조업 중심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며 “최근 미국이 경제 호조에 따라 수입 수요가 증가해 한미 간 무역수지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수출 호조와 경기 회복으로 미국산 수입이 크게 증가해 한미 간 무역수지 규모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1~5월 대미(對美) 상품수지는 68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0억7000만 달러 줄었다.
 
무역협회는 “한미 FTA 발효 이후 양국 모두에 상호 이익이 되는 결과를 가져 왔다”며 “그 평가도 각국의 경제 구조와 상품, 서비스, 투자 등 종합적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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