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PO1차전 앞두고 심판에게 금품 건네…개인 거래로 무마하다가 들통
-사건 덮기에 급급했던 KBO 검찰 수사 받아…특정인 거론되며 일파만파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승부조작 및 심판 매수 파문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체육계가 잠잠할 날이 없을 정도로 팬들에게 피로감을 주고 있다. 앞서 프로축구 K리그의 전북현대가 우승을 앞두고 심판매수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고 최근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심판매수 의혹에 휩싸이면서 2년 연속 우승에 대해서도 비난의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과거 정부 고위 관계자 연루설까지 등장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두산 베어스의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한 전풍 사장은 지난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여린 kt 위즈와의 KBO리그에 앞서 전체 프론트 직원과 함께 마운드에 서서 팬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이날 전 사장은 사과문을 통해 “최근 구단이 심판에 금품을 제공한 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한다”며 “이번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팬 여러분께 큰 고통을 드렸다. 팬 여러분을 비롯해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돈 필요하단 말에
규정 무시

그는 또 “팬들이 있기에 서울을 대표하는 구단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일로 팬들게 너무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 기대와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 발생했다”며 “두산베어스는 클린베이스볼에 앞장서겠다. 어떠한 불미스러운 일도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 나은 구단이 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겠다”며 거듭 머리를 숙였다.

이처럼 두산이 사장 교체를 비롯해 공식 사과하기까지는 심판 매수 의혹이 숨어 있다.

지난 2일 한 매체는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 말을 인용해 2013년 두산이 LG트윈스의 플레이오프 1차전 전날 두산베어스 최고위급 인사가 심판에게 현금 300만 원을 건넸다고 보도했다. 또 당시 KBO는 현금 액수가 크지 않고 개인 간 거래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해 추가 조사 없이 경고 조치로 사건을 덮으려 했던 것으로 전했다.

문제는 대가성이 있든 없든 리그 관계자들끼리 돈을 빌려주거나 보증을 서는 행위에 대해 야구 규약에서 금지하고 있다.

특히 돈을 받은 심판 A씨는 2013년 프로야구 KBO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하루 전인 10월 15일 현금을 건네받았고 다음 날인 10월 16일 두산이 4-2로 승리했던 플레이오프 1차전 구심을 맡은 것으로 밝혀져 심판 매수에 따른 승부 조작 의혹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김승영 전 사장은 2일 공식 사과문을 통해 “2013년 10월 KBO 소속 한 심판원에게 개인적으로 금전을 대여한 일은 사실”이라면서도 “당시 해당 심판원이 술을 마시다 싸움이 발생해 급히 합의금이 필요하게 되자 돈을 빌려달라고 호소해 개인 계좌에서 급히 인출해 빌려 주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두산 구단 측은 “김 사장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빌려준 것이지만 대표로서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팬과 구단에 누를 끼쳤다며 사의를 표명했다”고 설명하며 전 사장을 내정한 바 있다.
 
 
문체부 고강도 법적조치
엄단 의지 밝혀

 
두산 측이 일사천리로 수습책을 내놓았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 않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건은 문화체육관광부가 KBO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또 문체부는 KBO의 회계감사를 전격 실시하겠다고 밝혀 쉽사리 넘어가지 않겠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문체부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KBO측 제출 자료를 검토한 결과 A심판이 두산, 넥센 이외에도 여러 구단에게 금전을 요구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해당 구단 답변만으로 조사를 마무리했고 금전거래를 확인한 뒤에도 약 6개월간 조사를 지연한 점, 계좌 추적 등을 수사기관에 의뢰하지 않았고 승부조작 등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사항에 대해 충실히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난 3월 상벌위원회 결과를 비공개로 결정하는 등 사건 축소와 은폐 시도가 있는 점도 미심쩍은 부분이다.

임영아 문체부 스포츠산업과장은 “심판금품수수 사건은 프로야구계의 구조적인 폐해를 묵인한 KBO의 직무유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KBO에 대한 검찰 고발과 회계감사를 실시해 잘못된 일은 바로잡겠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문체부는 국고지원 사업 관련 의혹에 대해 KBO 보조금 사업 감사를 실시하고 위법 사실이 발견될 경우 추가 고발과 보조금 삭감 등 법령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K리그 사태 수수방관
불감증에서 비롯

이런 가운데 KBO 운영에 전 정부 측 고위급 인사의 연루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체육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보도한 스포츠 매체의 기자는 “KBO 측이 특정인을 지켜주기 위해 사건을 은폐·축소했다”고 의혹을 제기 했다.

이에 대해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언론을 통해 “A씨는 두산뿐 아니라 야구선수 출신 선후배, 야구 해설가에게도 돈을 갈취한 사실이 확인돼 KBO리그에서 이미 퇴출됐다”며 “A씨의 갈취와 승부·경기 조작 연관성을 자세하게 따졌고 개인적인 일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검·경 수사 결과에 따라 밝혀지겠지만 양 사무총장에 대해 의혹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지난 정부 문체부와 KBO가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 권력 실세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양 사무총장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신한국당 국회의원 시절 의원 보좌관으로 2년간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시 문체부에는 김종 전 차관이 있었다는 점에서 논란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양 사무총장은 2012년, 2016년 두 차례나 대형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는데도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도 권력 실세 개입 의혹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프로야구계가 요동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번 사건만으로도 야구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준 만큼 KBO차원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팬들은 KBO가 당시 해당 심판이 도박과 연루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덮기에 급급했고 사건이 발생한 지 근 4년 만인 지난 3월에야 상벌위를 열었다는 점, 비공개로 김 전 두산 대표에게 경고조치했다는 점에서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지난해 K-리그를 뒤엎었던 심판매수 사건이 부각되고 있다. 전북 현재는 2013년 구단 스카우트가 심판에게 뒷돈을 준 사실이 지난해 적발돼 K리그 승점 9점 삭감 및 제재금 1억 원의 징계를 받았다.

또 법원은 심판에게 돈을 건넨 스카우트 B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전북은 지난해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트로피를 들어 올렸지만 올 시즌 출전권이 박탈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지난 6월 B씨가 자신이 일하던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스스로 목을 매 세상을 떠나며 일단락 됐다.

다만 이 같은 상황들이 반복된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K리그나 KBO리그 모두 구단은 개인적인 행동일 뿐이라고 일관하고 있고 협회는 경기에 심판이 개입한 정황이 없다고 강조하며 한 개인에게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관계자들은 협회와 구단의 ‘불감증’으로 인해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며 리그 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통해 의구심을 떨쳐내고 팬들과 신뢰를 쌓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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