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 있는’ 인적 청산 집토끼 산토끼 다 잡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신임 당 대표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자유한국당이 지난 3일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를 새 대표로 선출했다. 홍 대표는 과거에도 당의 대표를 지낸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위상부터 다르다. 과거의 당 대표 자리가 부족한 조직을 메우기 위한 연합의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당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막강한 권한을 가진 당 대표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사실상 전권을 쥔 홍 대표에게 주어진 숙제는 명확하다. 보수 대통합을 이루어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보수 본류’의 위상 회복이 지상 명령이다.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항로를 항해해 갈 홍준표 호(號)의 앞날을 심층취재 해봤다.
 
“무리한 ‘쇄신 드라이브’… TK發 ‘역풍’ 맞을 수도…”
친박, 탈박(脫朴) 후 친홍 전향이냐 반홍(反洪) 형성이냐

 
홍준표 전 지사가 ‘난파선’ 자유한국당 호(號)의 키를 잡았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3일 새 선장으로 대선 후보를 지낸 홍준표 전 경남지사를 선택했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친홍계로 분류되는 이철우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 대표적인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태흠 후보는 3위에 그쳤다. 홍 대표 지원을 받은 원외 인사인 류여해 후보도 최고위원 입성에 성공했다.
 
‘친정체제’ 구축한 洪,
‘비주류’ 전락한 親朴

 
이로써 기존 친박계 주도의 당내 세력 구도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지금까지 주류 지위에 있던 친박계는 이번 전대에서 힘을 쓰지 못하면서 비주류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친박 성향의 원유철 후보가 23.0%의 득표율에 그친 점은 이번 전당대회의 중요 포인트로 꼽힌다. 지금까지 친박계의 몰아주기 전략 투표에 좌지우지되던 선거 지형이 변화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만큼 친박계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을 방증한다.
 
이 같은 흐름은 초·재선 그룹 움직임에서부터 감지됐다. 107명의 한국당 의원 중 3분의 2를 차지하는 초·재선 그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잦은 모임을 통해 당의 활로와 보수 재건 방안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 중 상당수는 사실상 친홍파로 전향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초·재선 의원들은 대부분 20대 총선 과정에서 친박계로부터 일정 수혜를 입었으나 친박 핵심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지는 못했다. 이로 인해 홍 대표 체제를 맞아 관계 재설정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친박계 초·재선 일부가 친홍준표계로 이미 말을 갈아탔다는 말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당내 기류 변화가 최고위원 선출에 고스란히 투영된 것이다. 이철우 의원, 류여해 수석부대변인, 이재영 전 의원 등 친홍파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홍 대표 체제에서 진행될 개혁 드라이브를 강력히 뒷받침할 것임은 자명하다.
 
기세를 탄 홍 대표는 혁신위 운영을 통해 당 장악력을 제고할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를 통해 올 연말까지 쇄신작업을 추진하고 인적 혁신을 이루겠다는 의중이다. 당연히 인적 혁신은 친박 핵심을 정조준하고 있다. 홍 대표는 그 방법으로 ‘공천’을 언급했다. 그는 혁신의 일환으로 공천 규정 정비를 언급하면서 “핵심 친박 의원은 당의 전면에 나서지 못할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못 박았다.
 
홍 대표는 “혁신에는 희생이 따르게 마련”이라며 “국정파탄에 관련이 있는 사람은 혁신위에서 가려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박 핵심 의원은 차기 총선 공천에서 배제될 것임을 시사하면서 지금부터 정치적으로 물러나라는 경고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자유한국당 호는 현재 난파 직전의 위기에 처해 있다. 모바일 선거를 도입해 그나마 25% 정도의 참여율을 끌어내긴 했으나 지지난 주말 당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인 7%까지 곤두박질쳤다. 창당 이후 최저이며, 바른정당 지지율 9%보다 못한 것이다.
 
무너진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가장 선행되어야 할 것은 홍 대표가 내세운 대로 ‘친박 청산’이다. 하지만 이는 만만찮은 문제다. 한국당 원내에서는 여전히 친박계가 우세를 점하고 있다. 자칫 케케묵은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를 수도 있다.
 
TK 영향력 ‘여전’
쇄신 수위 ‘관건’

 
무엇보다 홍 전 지사가 친박계에 강력한 ‘청산 드라이브’를 건다면 ‘역풍’이 있을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자유한국당을 지지했던 24%의 지지층이 등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의 심장’ TK로 대표되는 기존의 보수층에는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연민이 자리 잡고 있다. 이를 무시하고 친박계를 가혹하게 내친다면 기존의 보수층은 한국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대선 당시 홍 대표가 바른정당 탈당파의 한국당 재입당을 승인하자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던 사례와 궤를 같이한다. 전문가들은 TK에서조차 50%를 넘기지 못한 지난 대선 결과를 두고 이들의 재입당을 승인한 홍 대표의 자충수가 컸다고 지적한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이들을 다시 품은 것이 TK 지지층이 투표 당일 기권표를 던지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3일 뽑힌 지도부 6명 중에 TK 출신이 홍 대표와 이철우, 이재만 최고위원 등 3명이다. 보수당의 텃밭인 TK의 영향력은 여전하다는 게 이번에도 입증된 셈이다. 그러자 홍 대표도 최근 친박계를 ‘바퀴벌레’라 칭하며 강도 높은 쇄신을 외쳤던 기존의 스탠스에서 한 발 물러난 모습이다.
 
홍 대표는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선출직에 대한 청산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 새로운 자유한국당의 구성원으로서 전부 함께 가는 게 옳다고 생각 한다”면서 “다만 국정 파탄에 연관이 있거나 관련된 사람은 앞으로 혁신위에서 가려낼 것으로 본다”고 말해 인적 청산이 분별적으로 이뤄질 것을 예고했다.
 
인적 쇄신의 수위가 ‘친박 청산’에서 ‘국정 파탄 세력 청산’으로 다소 낮아진 것이다. 기자가 만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다수의 언론들은 자유한국당이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며 그 방법으로 친박계에 대한 완전한 청산을 말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그렇게 되면 기존의 보수층을 품을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분별 있는 쇄신’을 해야 하고 이를 초석으로 보수 대통합까지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바른정당에서 자유한국당과 연대 혹은 통합할 수 없다면서 그 근거로 제시한 일부 친박계 의원 몇 명 선에서 인적 청산은 끝나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바른정당 입장에서도 보수 대통합을 원하는 기존 보수층의 목소리를 외면할 명분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고, 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연민이 있는 기존 보수층도 품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수 대통합을 원하는 보수 지지층의 목소리는 국민의당이 충격적인 제보 조작 사건에 휘말린 이후 매우 커졌다.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둔 국민의당 지지층 상당수가 더불어민주당으로 회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자칫 진보 진영은 통합되는데 보수 진영이 분열된 상태에서 지방선거를 치를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에서다.
 
뿐만 아니라 친박계 스스로도 계파 척결과 당 쇄신을 제 1과제로 내세우고 있고, 심지어 일부 친박계 인사들이 홍준표 대표에 호의적인 태도를 취하는 듯한 모습 역시 홍 대표가 친박계에 대한 인적 청산을 ‘분별 있는 청산’ 선에서 끝내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외연 확장력’ 부족한 洪,
‘인재 영입’이 최대 난제

 
한편 친박계에 대한 ‘분별 있는 청산’과 함께 ‘인물난’ 역시 홍 대표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홍 대표는 당선 기자회견에서 “조직·정책·인사의 혁신을 통해 무너져가는 당을 새롭게 만들어 국민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며 외부 인사를 적극 영입해 당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의 성적표로 이어질 전망이며, 바른정당과 ‘보수 대통합’을 기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러나 홍 대표는 두 달 전 대선 과정에서 전통 보수층의 재결집을 위해 막말 논란까지 자초하면서 극단적인 ‘반문재인’ 각을 세워 왔다. 결국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힌 셈이다.
 
게다가 원외 인사인 홍 대표에게는 현역 의원들과 일상적인 스킨십을 하기가 힘들다는 약점이 있기 때문에 ‘친박’ 원내사령탑인 정우택 원내대표와 이현재 정책위의장 등으로부터 견제를 받을 수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만약 홍 대표가 이러한 총체적 난국에 고전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와신상담 중인 당내 ‘친박’ 핵심인사들을 중심으로 집단적인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서 홍 대표가 친박계에 원내대표 자리를 내준다면, 당 내 계파 갈등은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홍 대표의 정치력은 급격히 약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러 모로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닻을 올린 홍준표 호(號)의 항로가 순탄치만은 않아 보이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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