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최측근’ 이광재 ‘BBK 저격수’ 정봉주, 복권되나

정봉주 전 의원 (왼) 이광재 전 지사 <뉴시스>
2011년 모두 징역형… 10년간 피선거권 박탈
사면·복권 지속 거론… 법무부 “현재 진행사항 無”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제72주년 광복절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사면·복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역대 정권은 광복절에 맞춰 대규모 특별사면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광복절이 임박하면서 사면·복권 여부와 대상, 규모 등에 이목이 집중된다.
 
그간 정계에서는 정봉주(57) 전 통합민주당 의원과 이광재(52) 전 강원도지사가 대표적 사면·복권 대상으로 거론돼 왔다. 매년 광복절 등을 앞두고 이들의 이름이 ‘리스트’에 오를지 관심이 모아졌지만 현재까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는 10여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지며 진보 정권이 들어섬에 따라 이들의 복권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이광재 전 지사는 안희정 현 충남지사와 함께 ‘좌희정, 우광재’로 불릴 만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 인터넷 팟캐스트 정치풍자 방송 ‘나는꼼수다’ 진행자로 활동한 대표적 진보 성향 인물로 꼽힌다.
 
정, ‘MB 몸통’ 외치다 감옥
이, 구속→당선→직 상실

 
정 전 의원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BBK 주가조작 사건 등에 연루됐다는 내용의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다 2011년 12월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됐다.
 
당시 정 전 의원은 ‘BBK 저격수’로 불리며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허위 사실을 유포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일각에서는 이 선고를 두고 당시 정권과 각을 세우던 인사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정 전 의원은 당시 서울 노원갑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는 등 총선 출마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대법원 선고에 따라 출마가 무산됐으며 향후 10년간 공직에 나서거나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선거법 위반, 불법 정치자금, 뇌물 수수 혐의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5년 동안 공직이나 선거에 나설 수 없고, 징역형(집행유예) 이상이면 박탈 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난다. 정 전 의원은 1년 복역 후 2012년 12월 만기 출소했다.
 
이광재 전 지사는 ‘박연차 게이트’ 사건에 연루돼 정치적 암흑기를 맞았다. 이 전 지사는 2009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가 법원의 보석 허가로 석방,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그러던 중 2010년 6·2 지방선거에 강원지사직에 전격 출마, 당선되는 파란을 연출했으나 당선 직후 열린 2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아 도지사 직무가 정지됐다.
 
이에 이 지사는 확정판결 전 직무를 정지토록 한 지방자치법 규정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두 달 만에 업무에 복귀하며 정치적 저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1년 1월 결국 대법원이 2심 판결을 확정하면서 취임 7개월 만에 도지사직을 상실했다.
 
올해 복권 여부 ‘글쎄’
안민석, “포함돼야 순리”

 
하지만 올해 광복절 사면·복권 리스트에 이들의 이름이 오를지는 미지수다. 법무부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아직 사면과 관련해 얘기 나온 게 없다. 보통 서너 달 전부터 작업을 하는데 현재 (사면·복권과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인수위 없는 문재인 정부가 임기를 시작한 지 두 달여 밖에 안 된 데다 각종 현안이 산적해 올해는 대규모 광복절 특사가 없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정국을 둘러싸고 여야의 충돌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즉시 복권할 경우 정치적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새 정부 출범을 기념하고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인한 국론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특사가 단행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정 전 의원 등의 복권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시간적 여유가 조금 있으니까 대통령도 고민하실 것”이라며 복권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복권은 억울한 사람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인데 지난 10년 동안 정봉주만큼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람이 누가 있었느냐”며 “아무리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도 정봉주 복권은 대상에 포함되는 게 당연한 순리”라고 말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정봉주 복권을 바라는 의원들이랑 같이 청원운동해 볼 생각도 있다”고 했다.
 
정 전 의원과 이 전 지사는 현재 정치 외곽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 전 의원은 현재 TV·라디오·팟캐스트 등에서 시사 방송을 진행하며 방송인으로 활동 중이다. 이 전 지사는 50대 잠룡들이 포진한 싱크탱크 ‘여시재’에서 부원장을 역임하며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하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 행사에 참석, 안희정 지사와 나란히 앉은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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