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0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다음에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어서 쭉 장기 집권해야 한다”고 했다. 더 이상 보수 진영에게 정권을 내주지 말고 진보 진영이 계속 권력을 거머쥐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지금 분위기라면 그의 말대로 앞으로도 계속 진보 진영이 집권할 기세로 넘쳐나 지리멸렬한 보수 진영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은 별로 없어 보인다.
보수진영은 하나같이 지난 대선에서 진보 진영이 집권한 것은 좌파 총결집의 ‘촛불기획’으로 성사된 대통령 탄핵정국의 기울은 선거판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대통령선거가 절대로 공정게임이 될 수 없었다는 얘기다. 또한 보수진영의 분열에 의한 어부지리 승리였다는 생각에 흔들림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진보 진영이 정권을 되찾은 데에는 그들의 절치부심(切齒腐心)과 집권을 위한 부단한 투쟁이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정치사를 돌이켜볼 때 진보 진영 역시 자충수를 두며 사분오열(四分五裂)한 시절이 있었다. 노무현 정권이 그랬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그들은 지금의 보수 진영 못지않은 분열상을 드러내며 17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에게 참패하며 정권을 보수 진영에게 넘겨주었다. 세력은 물론이고 비전과 정책 면에서 거의 초토화가 됐다. 사이비 진보 시비가 붙어 자기만이 진짜 진보라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궤멸 일보직전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정신을 차렸다. 쇄신에 박차를 가했다. 진보세력의 새로운 구심세력을 형성한 뒤 진보 진영의 대통합을 이루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사회 개혁 이전에 자기 개혁에 전심전력을 다했다. 보수 정권의 정책들을 실정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투쟁은 참으로 집요했다.
결국 그들에게 재집권의 기회가 찾아왔다. 진보 진영이 그러했듯이 보수 진영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자충수를 거푸 두었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는 심각한 분열상을 드러냈다. 치열한 ‘진짜·가짜 보수’ 논쟁도 벌어졌다. 결국 그들은 19대 대선에서 참패하며 진보 진영에게 정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진영은 사분오열되고 정책과 비전이 한꺼번에 무너져 사실상 궤멸 상태로 놓이게 됐다.
이해찬 의원의 말대로 진보 진영에는 인재들이 즐비하게 줄 서 있는 반면 보수 진영은 인재난이다.
얼마나 인물난이었으면 지난 대선에서 정말 재판 중에 있던 사람까지 불러냈겠는가. 새로운 리더군(群)을 만들지 않은 탓이다. 어디 그것뿐인가. 자기 사람조차 지키지 못하는 오만함도 보였다.  
보수 진영은 쇄신도 중요하지만 사람 귀한 현실부터 알아야 한다. 하루 빨리 젊고 유능한 지도자들을 키워야 된다. 그 과정이 힘겹고 멀다 해도 자기 힘으로 새로운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차세대 지도자들을 키우는 데 온 힘을 쏟아 부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만이 지금 보수 진영이 할 수 있는 일이고 살아날 길이다. 
보수, 첩첩산중(疊疊山中) 속 갈 길이 구만리(九萬里)만 같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