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6월30일 한·미정상회담은 혈맹답게 화기애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매우 매우 굳건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미국 국립해병대박물관의 장진호(長津湖)전투 기념비를 찾아 ”한미동맹은 전쟁의 포화속에서 피로 맺어졌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2일 귀국 후 인사말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대화를 통해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미국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하루 전 워싱턴 교포 간담회에서도 “남북관계에서 주변국에 기대지 않고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주도해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자주적 주도권 행사를 지지해 줄 것을 요청했음을 엿보게 했다.
문 대통령이 “주변국에 기대지 않고”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대화를 주도”해 나가겠다는 결의 표명은 노무현 정부 시절 ‘자주파(自主派)’ 주장을 떠올리게 했다. 자주파는 주변국이나 동맹국에 기대지 않고 자주적 노력으로 자주독립과 번영을 성취하자는 노선을 말한다. 자주파는 반미친북성향을 띄었고 김일성 주체사상을 쫓는 운동권의 주사파를 연상케도 한다. 
문 대통령의 자주적 주도권 강조는 공동성명의 다른 부분에서도 드러났다. ‘조건에 기초한 한국군으로의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조속히 가능하도록 협력한다.’고 했다. 원래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미국과 합의해놓은 대목이다. 이 합의에 따라 전작권 전환은 2020년대 중반 이후로 연기되었다. 
그렇지만 문 대통령은 전작권 환수를 ‘조속히 가능하도록’한다고 앞당겼다. 전작권 환수는 노무현 대통령 당시 자주파가 주권 회복 차원에서 강행하려다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연기되었다. 문 대통령의 ‘조속한 환수’는 지난날의 자주파 발상으로 복귀한 감을 금할 수 없게 한다. 
문 대통령의 자주파 발상은 공동성명의 또 다른 대목에서도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문제들에 대한 남북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속에서도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의지 표출이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좌편향 문재인 정부가 대북 제재 공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성명에서 문재인 정부가 지켜야 할 인도적 대화 재개 전제 조건들을 붙여 놓았다. ‘북한에 최대한 압박을 가하기 위해 기존 제재 이행 및 새로운 조치 시행’, ‘북한 인권개선을 위해 국제사회와의 협력’, ‘올바른 여건하에서’ 등이 그것들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회담에서 한미혈맹 관계도 지키고 자주파 노선도 부각시키기 위해 양다리를 걸쳤다. 하지만 한미혈맹과 자주파 두 노선은 양립할 수 없다. 북한은 이미 문 대통령의 여러 대화제의들을 거부했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4일 발사, 핵·미사일 도발을 격화시켜 갈 따름이다. 자주파 발상의 대화 모색은 닭 쫓던 개 꼴이 되고 말았다,  
문 대통령이 ‘자주적 역할’을 강조하며 대화 재개에 나선다면,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압박을 훼손하게 된다. 그 밖에도 북핵 폐기가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에 대화를 구걸하게 되면 북의 나쁜 행동에 상을 주고 실패한 햇볕정책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한미혈맹을 해치고 적을 이롭게 한다. 지금은 10여년 전의 낡은 자주파 발상으로 되돌아갈 때가 아니다. “운전석 주도” 운위할 게 아니라 대북 제재에 매진, 북한이 핵·미사일을 포기토록 압박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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