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익힌 패티 속 ‘O157 대장균’이 원인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 5일 햄버거를 먹은 뒤 출혈성 장염에 신장장애 2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 가족이 한국맥도날드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사고 당시 4세였던 피해 어린이는 지난해 9월 집 근처 맥도날드 매장에서 햄버거를 먹고 2~3시간이 지나자 복통이 시작됐고 상태가 심각해져 3일 뒤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이후 병원에서 출혈성 장염에 이은 용혈성요독증후군(HUS·Hemolytic Uremic Syndrome) 진단을 받은 뒤 2달 후 퇴원했지만, 신장장애 2급의 심각한 장애를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큰 파문이 일었다.
 
환자 50%는 신장 기능 손상 완벽히 회복 못해
성인보다 유아·노인, 발열·출혈성 설사 환자 위험 

 
피해 어린이가 걸린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장출혈성대장균에 감염된 뒤 신장 기능이 저하돼 생기는 질환이다. 1982년 미국에서 덜 익힌 패티가 든 햄버거를 먹은 사람들이 집단 감염된 후 ‘햄버거병’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신장이 불순물을 제대로 걸러주지 못해 독이 쌓여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환자의 2∼7%에서 발병한다. 성인보다는 유아나 노인, 발열이나 출혈성 설사가 있는 환자에게 많이 발병한다. 지사제나 항생제를 투여받으면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용혈성요독증후군 환자의 50%는 신장 기능을 완벽히 회복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장 기능을 회복하지 못하면 지속적인 투석을 받아야 한다. 사망률은 발생환자의 5~10% 수준이다.

맥도날드 측은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어 평소 직원들에게 고기를 완벽하게 익히도록 교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했던 아이
햄버거 먹고 복통 설사

 
현재 피해 아동은 용혈성요독증후군 진단 후 신장의 90%를 잃고 하루 10시간씩 복막투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어린이 가족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측은 지난 5일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주로 고기를 갈아서 덜 익혀 조리한 음식을 먹었을 때 발병하는데 미국에서는 1982년 햄버거에 의해 집단 발병 사례가 보고됐다”며 “햄버거 속 덜 익힌 패티가 원인이었고 후속 연구에 의해 그 원인은 ‘O157 대장균’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는 햄버거를 먹기 전까지 활발하게 뛰어놀던 건강한 아이였고 당일 햄버거 외에 다른 음식은 먹지 않은 상태에서 약 2시간 후부터 복통과 구역, 설사 증상이 시작됐다”며 “햄버거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입될 여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법무법인 측은 “맥도날드는 기계로 조리하기 때문에 덜 익힌 패티가 나올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매장에서 고기를 구울 때 사용하는 그릴의 설정이 잘못돼 그릴 간격이 높은 경우 패티가 제대로 익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릴 위 정해진 위치에 패티를 놓지 않고 가열하는 경우 정해진 공간 외부에 놓인 패티는 조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실제로 맥도날드는 패티가 덜 익을 가능성을 알고 있었고 내부자료까지 만들어 놓은 상태임에도 덜 익을 가능성이 없다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맥도날드 “조사 통해
원인 밝혀지기를”

 
고소장을 접수한 서울중앙지검은 사건을 형사2부에 배당했다고 6일 밝혔다. 형사2부는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맡아 처리한 바 있다.

맥도날드 측은 고소와 관련 “당일 해당 매장에서 같은 제품이 300여개 판매됐지만 제품 이상이나 건강 이상 사례가 접수되지 않았다”며 같은 날 언론에 설명자료를 배포하고, 해당 사건의 경위와 입장 등을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맥도날드는 “해당 패티의 경우 정해진 조리 기준에 따라 ‘그릴’이라는 장비를 통해 상단 플레이트 218.5도, 하단 플레이트 176.8도로 세팅돼 동시에 위 아래로 구워지며, 한 번에 8~9장이 구워진다”고 밝혔다.

이어 “매일 점장 또는 매니저가 ‘식품 안전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그릴과 조리된 패티의 온도를 측정해 기록한다”며 “당일 해당 매장의 식품 안전 체크리스트는 정상적으로 기록됐고, 해당 고객의 민원으로 같은 해 10월 18일과 올해 6월 20일 등 관할시청 위생과에서 2차례에 걸쳐 매장을 방문해 위생 점검 실시했지만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해당 고객은 당사 고객센터와의 통화에서 발병 원인으로 수입 쇠고기를 언급했지만, 고객이 먹은 제품의 원재료는 국산 돈육이고 고객 측의 주장과 달리 내장 등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맥도날드는 “이번 사안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으며 아이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며 “당사는 식품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있으며, 이번 사안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기를 바라며, 앞으로 이뤄질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햄버거병은 이미 해외에서 많이 알려져 있다. 국민일보는 7일자 햄버거포비아 기사를 통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기사에 따르면 1993년 미국 워싱턴주에서 425명의 어린이와 성인들이 HUS에 감염되거나 피가 섞인 설사 증상을 보였다. 보건 당국이 조사해보니 환자의 88%인 372명은 그 주에 한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이 중 92%인 312명이 햄버거 패티를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결국 미국 전역에 있는 해당 프랜차이즈 식당의 햄버거 패티가 회수됐다. 하지만 해당 패티가 HUS를 유발한다는 명확한 인과관계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피해자 법무법인 측도 지난 2000년 위스콘신주에 있는 한 햄버거 매장에서 4명이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렸고 그 중 3세 아동이 사망한 사례를 조사했다. 당시 문제의 회사는 155억 원에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피해 어린이 부모 측은 “사람이니까 실수할 수 있고 사고당할 수 있는 것은 아는데 책임을 좀 졌으면 좋겠다”며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앞으로 더 좋아지기를 기대고 싶다. 그분들이 책임을 졌으면 하는 생각이다”라며 고소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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