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침해 예방 위해 특단의 법적ㆍ제도적 정비 필요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여교사에 대한 교권침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남학생 9명이 여교사의 수업 중 음란행위를 하는가 하면 대놓고 성희롱하는 사례가 빈번해 교육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옛날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았다는데 점점 교권이 바닥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다.
 
 
새로 부임한 여교사가 교실에 들어오자 학교 일진 학생 한 명이 노골적인 성희롱을 시작한다. 당황한 교사가 “너 너, 버릇없이” 채 말을 이어가지 못하다 허둥지둥 교실을 뜬다. 아이들은 일제히 박수를 보낸다. 조정래의 소설 ‘풀꽃도 꽃이다’에 나오는 장면이다. 작가는 손자들을 키우며 공교육이 무너지는 현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너희 담임 샘 골려줬다”
 
이런 현실은 실상에서 더욱 실감나고 있다. 지난달 21일 대전의 한 중학교에서 여교사의 수업 시간에 남학생들이 집단으로 부적절한 성적 행위를 한 사실이 적발됐다.

해당 중학교에 따르면 이 학교 A여교사가 진행하던 1학년 교과 수업 중 학생들이 집단으로 음란행위를 했다.

당시 A교사는 이 같은 사실을 미처 눈치채지 못하다가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반 학생들을 통해 뒤늦게 알게 돼 이날 오후 늦게 학교 측에 알렸다. 가해 학생들이 해당 여교사 수업시간에 음란 행위를 벌인 후 피해 교사의 담임반 아이들에게 “너희 담임 샘 골려줬다”고 자랑삼아 떠들었던 것.

학교 측은 이에 따라 대전서부교육지원청에 이 사실을 보고하고, 학교교권보호위원회와 선도위원회를 열어 11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해당반 아이들 상당수가 연루되어 있었다. 8~9명 정도는 사실상 음란행위를 했다고 실토했다. 아이들이 일부러 책상을 지그재그로 배치하고 맨 뒤에서 돌아가면서 그랬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부적절한 성적 행위가 이번을 포함해 무려 5번이나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학교 측은 이를 토대로 피해 여교사에게 해당 학급에 대한 교과 수업을 중단토록 하고, 심리 치료 등 조치를 취했다. 아울러 가해자로 지목된 11명의 학생 모두 5일 동안 ‘특별교육’을 받도록 했다. 또 모든 재학생을 상대로 특별 성교육도 진행키로 했다.

2010년 12월에는 중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로 여교사를 성희롱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에 나돌아 충격을 줬었다.

‘개념 없는 중딩들’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1분37초짜리 동영상에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녀 학생들이 여교사를 단체로 성희롱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여교사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수업하자”며 제지해도 학생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해당 영상은 2006년 경남의 한 고등학교서 촬영된 영상으로 피해 여교사는 당시 기간제 교사로 처음 교단에 선 날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해당 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한 혐의로 당시 재학생이었던 여학생을 입건했다.

2009년에도 비슷한 내용의 동영상이 ‘선생님 꼬시기’라는 제목으로 온라인에 유포됐다.

이 동영상은 또 다른 남학생이 휴대전화로 찍어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리면서 급속히 퍼졌다.

파문이 커지자 해당 학교는 성희롱을 한 학생과 이를 촬영한 학생 등 2명에 대해 ‘출석 정지 열흘’이라는 징계를 내렸다.
 
“교원지위법 속히 개정해야”
 
이런 여러 사건들은 교권이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는 것을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다.

2012년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최근 5년간 교육부에 접수된 교권침해(학생에 의한) 사건 중 성희롱은 415건으로 매년 평균 80여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는 훨씬 더 많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이 외에 폭행, 폭언, 수업방해 등 학생들에 의한 교권침해 행위는 매년 수천 건에 달해 여타 학생들의 수업권마저 위협하고 있다.

그간 교원단체와 현장 교원들은 교육당국에 현장의 실태를 호소하며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교권 강화 대책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하지만 매년 교권침해 사건이 더 많이, 더 충격적으로 되풀이 되고 있는데도 교육당국은 여전히 뾰족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성희롱 및 성추행 사건 등 중대한 교권침해 사건은 가해학생과 피해교원 간 격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하지만 현행 법령 상 학생은 전학조치가 불가능해 오히려 피해교원이 학교를 옮기거나 휴직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 부분을 해소해 달라는 현장 요구에 아직도 귀 닫고 있는 셈이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교권침해 예방과 대응을 위한 특단의 법적,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 전문가에 따르면 그 첫 번째 과제가 교원지위법 개정이다. 현재 국회 교문위에는 교권침해 사건에 대한 교육청의 고발의무 부과,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전학조치 등을 담은 ‘교원의 지위향상과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여야, 정부 모두 동 법안에 대해 특별한 이견이 없는 만큼 법 개정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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