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변동조사 10년간 全無 “하천 물길 모를 수밖에”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한강에 군함이 빠졌다. 퇴역군함인 서울함 얘기다. 서울시는 망원한강공원에 함상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퇴역한 서울함을 지난달 23일 예인선과 함께 통영에서 서해갑문을 통과해 아라뱃길을 지나 한강갑문을 나와 한강으로 들여왔다. 하지만 한강갑문에서 한강으로 100m 정도 진입해 방향을 바꾸는 과정에서 모랫턱에 걸렸다. 이후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예인작업을 벌여 행주대교 남단까지 이동시켰지만 한강 수위기 낮아 더 이상 이동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함은 오는 23일부터 시작되는 만조 때까지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가 됐다. 어쩌다 이런 황당한 일이 발생했을까.
 
준설작업 구간 약 4km·66,900m3 규모, 소요비용은 7억
‘탑건’ 서울함, 세월호·가거도 해경 헬기 추락사고 수색참여
 
 
지난해 12월 7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퇴역함정 4척을 해군본부로부터 무상 대여해 전시·체험형 함상공원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4척의 함정은 1984년 취역해 2015년 12월까지 30년간의 임무를 다한 1,900톤급 호위함 서울함과 150톤급 고속정 2척, 1991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운항했던 178톤급 잠수함 1척이다.

서울함은 길이 102m, 폭 11.5m, 높이 23.4m 규모며 고속정 2척은 길이 37m, 폭 6.63m, 높이 13.5m 규모다. 1975년 7월 9일 한국형 전투함의 국내 건조를 추진하라는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983년 6월 1일 현대조선소에서 건조됐으며, 이듬해 12월 15일 해군에 인도됐고, 12월 18일 취역했다.

서울함은 대함전·대공전·대잠전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으며, 가스터빈과 디젤엔진을 2대씩 장착해 최고 36노트(63km)로 고속 기동할 수 있다. 여러 차례 연합훈련에 참가했으며 1990년 환태평양훈련(RIMPAC)에서 ‘탑건함’의 영예를 획득해 우리 해군의 위상을 크게 드높였다.

또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5년 가거도 해경 헬기 추락사고 당시 실종자 구조 및 탐색작전의 주요전력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함정 전시관·지상공원
박원순 시장이 구상
 

함상공원은 크게 한강수변에 서울함 1척, 고속정 2척을 정박시켜 전시·체험관으로 활용하는 ‘함정 전시관’과 한강 둔치로 올라온 잠수함을 직접 들어가 체험해 볼 수 있는 ‘지상 공원’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함정 전시관은 최대한 함정의 ‘있는 그대로’를 유지한다. 함정 내부는 해군생활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주요시설인 함교실, 통신실, 레이더실, 엔진룸 등은 본 모습을 거의 그대로 재현, 해군병사의 근무상황을 현실감 있게 보여주거나 훈련영상을 볼 수 있는 전시 공간 위주로 활용한다.

침실, 식당, 화장실, 회의실 등 일부 공간은 개조해 관람객 체험공간으로 사용한다. 카페 등 편의시설도 마련할 계획이다.

지상 공원은 함정 전시관 주변 한강둔치에 9,889㎡ 규모로 만들어진다. 넓은 잔디광장을 조성하고 이와 조화를 이루도록 잠수함을 배치해 체험실을 마련한다. 함상공원 소개부스, 대기실, 휴게 공간 등을 갖춘 안내소도 새롭게 설치한다.

퇴역함정을 한강에 띄우는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3년경부터 고심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스웨덴 스톡홀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사례를 참조해 퇴역함정으로 한강을 새로운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나타난 바 있다.
 
잘못된 준설작업
하천법 위반 드러나

 
한강사업본부는 서울함 이동을 위해 지난 5월 22일부터 6월 22일까지 폭 40m로 준설작업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함은 지난달 27일 오전 11시 30분경 아라뱃길 한강갑문을 통과하고 서울 한강 합류 지점에 들어서다 배 앞머리 아랫부분이 강 모랫턱에 걸렸다. 한강사업본부는 당시 서울함을 옮기던 예인선이 준설이 제대로 안 된 항로로 이탈하면서 서울함이 모랫턱에 걸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의회 김광수(국민의당·노원5) 의원은 잘못된 준설작업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퇴역군함의 크기에 (맞는) 적절한 준설이 이루어지지 못해 결국 지금의 사태에 이르게 됐다”며 “준설구간은 약 4km이며 66,900m3이다. 비용은 7억 원이 소요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장 큰 원인은 군함의 크기에 맞추어 준설구간을 면밀히 산정했어야 하나 이를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고, 특히 방향을 선회하는 구간을 충분히 준설하지 못한 것이 큰 원인”이라며 “아울러 물때의 시간을 인지하고 (6월) 26일 한강으로 진입하려 했으나 아라뱃길 한강갑문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어 결국 수위가 가장 높은 6월 26일 만조시간을 놓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언론에서 마치 예인선의 잘못으로 서울함이 모랫턱에 걸려 이동을 못한 것으로 보도하였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한강사업본부의 해명도 문제 삼았다.

바른정당 홍철호 의원은 서울함이 한강에 빠진 원인으로 국토부가 10년간 하상변동조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지난 5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국토교통부는 2007년부터 올해 5월 말까지 최근 10년 동안 한강에 대한 하상변동조사를 추진한 실적이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함처럼 모랫턱에 걸리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음에도 국토교통부는 지난 10년간 한강의 유사량 현황을 조사한 바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하천법 17조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의무규정에 따라 물 순환 구조 파악을 위해 유사량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관찰·측정 조사해야 한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10년간 한 번도 유사량 조사를 하지 않아 하천법을 위반했다.
 
23~28일 대사리 때
망원함상공원으로 이동

 
현재 서울함은 18톤짜리 돛 1개와 22톤짜리 돛 2개를 설치해 계류중이다. 함정에는 “서울함은 항로에 안전하게 계류하고 있습니다. 7월 23일~7월 28일 함상공원으로 이동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도 걸려 있다.

한강사업본부는 서울함을 오는 23일 시작되는 만조 때 망원함상공원으로 이동시킬 계획이다. 이 시기가 되면 한강 수위가 평소보다 1.5m가량 높아진다. 일명 ‘대사리’인 23부터∼28일에 서울함이 목적지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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