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자 구모씨 손세일 전의원과 고교 동문손씨 중재로 당시 여권 실세들에 로비 가능성

‘나라종금 퇴출 로비의혹’, ‘월드컵휘장사업 관련 로비의혹’등으로 인해 정치권 사정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한전 석탄납품비리’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며 정·관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손세일 전 민주당 의원이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으며, 최재승 민주당 의원도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와 함께 정치권과 검찰 일각에서는 이번 비리사건에 한전 전사장과 인척관계인 J의원, DJ정권의 유력자였던 K의원, 그리고 L, S 의원 등이 연루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검찰이 납품 로비에 나선 K사 대표 구모씨에 대한 조사를 통해 손 전의원과 최의원외에도 구여권 실세 4∼5명이 금품수수에 연루됐다는 단서를 상당부분 포착했다는 것이다.K사는 중국산 석탄 수입대행을 사업목적으로 지난 98년 설립된 회사로, 설립 이후 중국에 있는 석탄수출회사 2곳과 수입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한뒤 한전납품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대표 구모씨가 중국산 석탄 수입과정에서 거액의 수수료를 남길수 있다고 판단, 지난 98년 납품을 위해 한국전력을 소관 공기업으로 두고 있는 손세일 당시 국회 통상산업위원장을 매개로 여권실세 등과 접촉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실제로 구씨의 전 부인 A씨는 “전남편 구씨가 부산 K고 동문인 손세일 의원과 친분이 두터웠다”며 “또 남편이 S대 명문출신이다. 이를 통해 정치권과 연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구씨가 구여권 실세 K, S, L의원 등에게도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 A씨는 “손 전의원과 자주 만나 허물없이 지내온 사이여서 자연스럽게 만났을 수도 있겠지만, 남편에게 그에 대한 얘기는 들은 바 없다”고 덧붙였다 A씨에 따르면 구씨는 명문 S대 음악과를 졸업한 뒤 수원·안성 등지에서 10여년간 피아노 학원을 운영해왔다는 것. 그러다 IMF이후 학원경영이 어려워지면서 경제적인 고통을 받기 시작,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그런데, 구씨가 자신의 전공과 전혀 동떨어진 석탄 수입대행 사업을 하게된 계기에 의문점이 남고 있다.A씨는 “원래 사업에 관한 얘기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라 왜 그런 사업을 하게 됐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며 “학연과 지연 등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그 사업에 대한 정보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한국전력은 전국 수십곳의 화력 발전소에 안정적으로 발전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 통상 장기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석탄 납품 사업권은 큰 이권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0년의 경우 우리나라의 석탄수입 규모는 2,300만t으로, 이중 한국전력은 1,300만t으로 수요가 가장 크다.이처럼 어마어마한 이권사업임을 안 구씨가 고교동창으로 안면이 있던 당시 국회 통상산업위원장 손 의원에게 접근한 것으로 풀이된다.구씨의 부탁(?)을 받은 손 전의원이 최재승 의원을 비롯, 여권실세들을 동원했을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최재승 의원측은 “99년초 정치선배격인 손세일 전의원으로부터 정치활동 자금으로 2,000만원을 받은 후 지난해 1월 이 돈이 뇌물의 일부라는 소리를 듣고 곧바로 돌려줬으며, 98년말 구씨가 후원회 행사에 1,000만원을 기부한 사실도 뒤늦게 확인해 전액 무통장입금해줬다”고 해명했다.그러나 검찰은 돈을 받은 뒤 2년이 훨씬 지나 석탄 납품건과 관련해 말썽이 일자 돈을 돌려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형사처벌할 방침임을 시사하고 있다.‘석탄납품비리’사건이 대형 비리사건으로 번질지 검찰수사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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