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커피콩(생두)은 실은 커피나무 열매의 씨앗이다.
 
커피열매는 체리보다는 알이 작고 익으면 빨갛게 변하며 과육은 달콤하고 향긋한 꽃향기가 베어있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이 열매의 씨앗, 그러니까 과육과 속껍질을 벗겨낸 씨앗을 잘 말려서 로스팅을 한 원두를 물에 희석한 것이다.
 
커피열매를 채취할 때 커피나무에서 사람의 손으로 직접 잘 익은 열매만을 골라 따내고 과육을 벗긴다. 그 과정이 고되어 요즘에는 기계로 채집을 하는 농장도 있는데 사람의 손보다는 정교함이 떨어진다.
 
사람이 일일이 수확을 하여 과육을 벗기고 말리는 정성으로 생산된 커피 생두보다 더 정교한 생두의 생산과정이 있으니 바로 사향고양이가 골라낸 커피열매이다. 이 열매로 만든 커피가 바로 사향고양이의 배설물로 만들었다는 ‘루왁커피’다.
 
루왁은 인도네시아말로 사향고양이를 뜻하는데 루왁은 개구리나 작은 설치류를 잡아먹는 잡식성 동물이다. 커피열매는 소화가 잘되게 하기 위해 따먹는 후식용이라고 한다. 달콤한 과육이 우리의 후식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향고양이는 열매전체를 먹기 때문에 소화가 안 되는 씨앗만 약간의 발효가 되어 배설물과 함께 배출이 되는데 여기에서 나온 커피체리의 씨앗이 바로 루왁 커피가 된다.
 
활동적이고 후각이 잘 발달된 사향고양이는 높은 나무에서 잘 익어 맛있는 열매만 먹기 때문에 배설물에서 나온 씨앗은 일정하고 잘 영글어진 생두가 된다. 전문가가 수확한 생두인 것이다.
 
맛은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 거기에 약간의 발효로 부드럽고 깊은 맛이 더해져 커피애호가들에게 사랑을 받는 커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루왁 커피는 18세기초 네덜란드에서 인도네시아 자바와 수마트라섬에 아라비카 커피나무를 재배하면서 시작되었다. 네덜란드가 농장 원주민들에게 개인적인 소비의 목적으로 커피열매수확을 금지시켰고 신비한 음료인 커피를 마셔보고 싶었던 주민들은 커피열매를 먹고 난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에서 커피콩을 발견하고 이를 수거하여 세척하고 볶아 찧은 다음 뜨거운 물에 넣었는데, 이것이 루왁 커피의 탄생 배경이다.
 
이 특이한 생산과정 때문에 루왁 커피는 식민시대 때에도 비싼 고급 커피였다. 맛은 좋으나 구하기가 어려워 값이 비싼 루왁 커피가 요즘 몸살을 앓고 있다. 상술에 눈이 먼 농장에서 사향고양이를 가둬두고 커피열매만을 먹이며 억지로 루왁 커피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활동적인 성향의 사향고양이를 가둬두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동물학대의 논란을 피해갈 수 없지만 본능적으로 좋은 커피열매를 고르는 능력도 빼앗아 버린 것이다.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동물의 배설물 커피를 비싸게 지불하고 마시는 것이다.
 
간편하지만 대량으로 생산된 장맛과 햇살과 바람과 시간을 가지고 정성을 들여 만든 장맛의 차이는 한국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 맛의 차이와 가치를 알 것이다.
 
건강하고 활발하게 활동한 사향고양이가 만들어낸 맛있는 루왁 커피, 우리도 그러하듯이 고양이도 사생활이 중요하다.
 
이성무 동국대 전산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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