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원내 의석 107석의 제1 야당이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을 견제하고 보수 우파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해서 수권을 준비해야 할 책무가 있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3일 대표 취임연설에서 “단합과 혁신을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고 육참골단(肉斬骨斷, 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의 각오로 스스로를 혁신하자”고 촉구한 바 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 모두가 혁신의 대상이 되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시작하자”고 했다.
 
홍 대표가 가야 할 야당 대표의 길은 순교를 각오해야 할지도 모를 형극(荊棘)의 길이다. 당원들에게 무한한 헌신과 희생을 요구하려면 홍 대표 자신부터 혁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자세로 당무에 임해야 한다. ‘자신이 바르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행해지고, 자신이 바르지 못하면 명령을 내려도 따르지 않는다(其身正 不令而行, 其身不正 雖令不從, 기신정 불령이행, 기신부정 수령부종)’는 『논어』의 구절을 홍 대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보수 우파는 결코 죽지 않았다. 단지 망한 것처럼 보일 뿐이다. 자유한국당이 홍 대표를 중심으로 신보수 우파의 가치를 바로 세우고 국민 눈높이의 혁신을 해나간다면 잃었던 국민적 지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홍 대표부터 자기 살을 도려내는 희생을 보여줘야 한다. 만에 하나 친박 중심의 당 체제를 친홍 체제로 바꾸려는 의도가 있다면 이는 당을 사유(私有)화하는 것으로 국민적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홍 대표는 지난 10일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으로 류석춘 연세대 교수를 임명하고, 당의 인사·조직·정책 등 3대 혁신작업의 전권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류석춘 위원장은 과거 세미나에서 “헌정질서를 수호하고 보수적 가치를 구현해야 할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이 시급히 완수해야 할 과제는 어설픈 중도실용이나 이념적 좌(左)클릭이 아니라 보수정당 본연의 정체성을 확고히 세우는 일이다”라는 소신을 피력한 적이 있다. 혁신위원 인선과 관련한 “당의 기득권과 연계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배제할 것”이라는 원칙과 우파 혁신을 위해 전사(戰死)할 각오가 돼 있다는 취임 일성(一聲)은 믿음을 준다.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은 류석춘 위원장에 거는 기대가 크며, 몇 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먼저, “보수 우파가 왜 이렇게 궤멸 당했느냐?”는 대선 패배의 원인과 참회록을 밝혀야 한다. 원인을 알아야 정확히 집도(執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원들에게 사익보다는 공익을, 당보다는 국가를 앞세우는 선국후당(先國後黨) 정신을 고취시키고, 자유한국당 내에 팽배해 있는 패배주의를 불식시켜야 한다. 또한 대세 추종 보수주의자들과 위선적 우파들이 반성과 책임의 기조 하에 강한 이념적 자유의 전사(戰士)가 될 수 있도록 탈바꿈시켜야 한다.

그런 다음, 자유한국당을 ‘가까이 있는 사람은 기뻐하고, 멀리 있는 사람은 찾아오는(近者悅 遠者來, 근자열 원자래)’ 당으로 환골탈태시켜야 한다. 보수 우파 정당의 비전과 가치 재정립, 시대와 국민의 요구에 맞는 정강정책 개정,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나눔과 봉사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포퓰리즘 배제 등 정당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 그리하여 미래지향적인 젊은 인재의 발굴·양성에 진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서두르면 도달하지 못하고, 작은 이익을 보려고 하면 큰일을 이루지 못한다(欲速則不達 見小利則大事不成, 욕속즉부달 견소리즉대사불성)’는 자세로 기본에 충실한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 친박·비박, 친홍·비홍 식의 당내 갈등은 더 이상 안 된다. 혁신이 인적 청산의 도구로 활용되어서는 안 되며, 단결과 포용을 바탕으로 보수 야권 통합을 위해 한걸음씩 전진해야 한다.

한국의 보수 우파는 해방 이후 좌우의 극한 이념대결 속에서도 ‘건국→산업화→민주화’의 압축 발전을 이뤄낸 주역이다. 세계 10위권의 자랑스러운 조국은 지난 70년 동안 보수 우파가 이룩한 대한민국의 국가정통성이고 정체성이다. 선진과 통일은 우리 민족의 원대한 꿈이고, 이 꿈을 이룰 세력도 애국 보수 우파이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보수 우파 진영이 궤멸에 이를 정도의 큰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러나 이는 한국 보수정당의 위기일 뿐이고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과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난세를 치세로 바꿀 수 있는 힘은 축적된 경험과 안정 속의 개혁에서 나온다. 비록 최순실 사태로 ‘부패한 집단’으로 매도된 보수 우파이지만 좌파보다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과 번영을 이룰 수 있는 지혜와 경륜이 있다. 이 시대가 한국 보수 우파에게 요구하는 과제는 튼튼한 국가안보, 균형잡힌 외교,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 공동체 헌신, 성장하는 경제, 안전한 행정 등이다. 우리의 아들딸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시대의 변화를 정확히 읽고 바르게 대처할 수 있는 혁신의 지도자가 필요하다.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 때문에 한동안 보수 우파는 가야할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다. 이제 자유한국당의 개혁 선봉장으로 나선 류석춘 위원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지금부터 자유한국당은 1948년 어려움 속에 탄생한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이 힘들게 지키며 발전시켜 온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법치주의를 기반으로 하루 빨리 정치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고, 마침내는 자유통일을 이룩하며 미래세대로 하여금 위대한 대한민국을 물려받았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라는 혁신의 목표가 달성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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