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독하게 나섰다. 마치 노무현 대통령에게 서바이벌게임이라도 하자는 듯이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문제가 두 진영간의 전쟁의 발단이다. 여권인 민주당도 한나라당에 맞서 해명과 반격에 나섰다. 국지전이 졸지에 전면전으로 번질 기세다.이 싸움의 승자는 누가 될까. 그리고 끝은 과연 어디일까. 국민들이 불안해하면서도 매우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우선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간의 전쟁 배경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의 말

“노무현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 관련 의혹이 문제가 된 것은 우연이다. 아무런 의도도 없다. 문제가 있어 문제가 된 것일 뿐이다. 안희정씨 문제는 야당이 제기한 것이 아니다. 나라종금문제를 수사하다가 검찰이 밝혀낸 문제다. 노건평씨나 이기명씨 문제는 그 발단에 대해 여권이 더 잘 알 것이다.” 이 관계자는 두 진영의 전쟁을 ‘우발론’으로 표현했다.그러나 다른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의 말은 다르다.“역사를 바꾼 큰 사건들이 늘 그랬듯이 이번 일도 시작은 매우 작았다. 그러나 그 결과는 이제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이 커졌다.”간단히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계속된 이 관계자의 말

“노 대통령에게 밀월기간을 인정하겠다는 제안은 한나라당에서 먼저 했었다. 실제로 정권초에 여야관계는 화기애애(?) 했었다. 신사협정은 노대통령이 먼저 깼다. 국회가 반대한 국정원 수뇌부 임명강행, 5·8서한 잡초론은 순치된 야당의 야성(野性)을 다시 폭발시켰다. 노총과, 한총련, 전교조 등 조직력 강한 단체의 요구를 정부가 편향적으로 수용하는 것도 그 의도를 생각해보면 마음이 편치않다. 내년 총선을 의식, 의도적으로 한 것이라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일종의 음모론이다. 야당의 주장은 순전히 여권이 자초한 전쟁이라는 투다. 보다 직접적인 이유를 말하는 한나라당 관계자도 있다.“대부분이 여야 합의로 취하된 대선 고소고발사건 중 공교롭게 김문수 의원 관련 사안은 검찰소환 요청이 계속됐고, 김 의원은 이에 대비해 자료를 준비하다 못 볼 것을 본 것이다. 그는 검찰에 출두해 12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 벌집을 잘못 쑤셨다. 물려도 하필 진돗개 같은 김문수 의원에게 물릴게 뭔가. 누구든, 어느 사안이든 그에게 걸리면 끝장을 봐야 한다. 그는 자료와 팩트로 말하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민주당 개혁파조차도 그의 앞에 와서 투쟁경력과 도덕성을 내세워 폼잡을 사람은 드물다. 그의 투쟁은 그래서 필사적이다. 김 의원에게 걸린 이상 밀월기간 복원은 물 건너갔다.”김 의원이 방어차원에서 시작했다가 커졌다는 것이다.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간다

발단과 배경이 무엇이든 사건은 날로 커지고 있다.그러면 한나라당은 이 문제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결국 한나라당은 이 문제를 국정조사로 끌고 가겠다는 전략이다.한나라당은 자체적으로 매머드급 조사단을 구성했다. 조사단에는 검찰총장과 치안본부장 출신까지 가세했고, 변호사 출신 의원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처음 이 문제를 제기한 김문수 의원은 조사단 간사를 맡았다.국정조사가 거론되기도 전에 금감원 방문 등 사실상 국정조사 업무를 한나라당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6월 임시국회 격돌 예상

또한 6월 임시국회에서도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될 전망이다.대정부 질문과 상임위원회에서는 총리, 장관들, 참고인들을 상대로 이 문제와 관련, 청문회에 버금가는 추궁이 이어 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관련 자료요청도 쏟아지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 문제는 특정상임위 소관만이 아니다. 운영위는 청와대를, 행자위는 행자부장관, 건교위는 건교부장관, 정무위는 금감원 등을 상대로 ‘올 코트 프레싱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 한나라당 6월 임시국회 전략의 핵심이다. 민주당은 신당논쟁, 한나라당은 대표경선 때문에 어차피 6월 국회는 이것저것 다 다룰 수는 없게 됐다.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전략. 한나라당 이상배 정책위의장은 당직자 회의에서 “안희정 등 나라종금 사건은 공적자금문제와 연계된 검찰수사에 문제가 있으니 특검을 해야하고 생수공장문제는 국민적 의혹사안인 만큼 국정조사를 해야한다”고 말한바 있다.6월국회에서 국정조사가 확정되면 7, 8월 조사 후 9~10월경 청문회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엄청난 파장 예상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이 문제가 의외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필리핀의 에스트라다나 미국의 닉슨 전대통령의 경우와 비슷하다는 것이다.물론 정도나 상황, 헌법규정이 두 경우와는 다르다. 과장된 분석이긴 하나 상서롭지 못한 조짐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뿐만 아니라 여당인 민주당이 내분으로 극심한 감정대립을 보이고 있어 분당이라도 되는 날이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어진다.한나라당은 대통령의 솔직한 고백만이 문제해결의 첩경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현직 대통령이 정치자금이나 주변의 의혹사안을 미주알고주알 고백한 적이 없었다는 항변이 있을 수 있다.민주당은 한나라당의원들의 부동산투기의혹 자료를 공개했다. 일종의 정치보복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 긴장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

국민들의 반응 냉담

그렇다면 국민들의 반응은 어떤가.국민들은 관심도 있지만, 한편으로 의외로 냉담하다. 내용도 어렵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또 “지금 이런 것 따지고 있을 때냐, 경제가 우선이다”며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전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대통령 되기 전 힘없을 때 일어난 일을 가지고 지나치다는 반응도 나온다. “폭로전은 지겹다. 이제 그만하라”는 신경질적인 반응도 있다.“발목잡기 때문에 인심을 잃은 한나라당이 아직도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100일된 대통령에게 너무 심하지 않느냐”는 국민들의 책망이 도처에서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회창 후보의 도덕성을 문제삼아 대통령에 당선된 분이 뒤늦게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면 조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노통령 자신이 한시적 상설 특검을 공약한바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약속을 지킬 상황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이처럼 6월 정치권은 한치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한창 불 붙은 두 진영간의 전쟁이 어떻게 결론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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