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궤멸 직전인 보수 진영에 심상찮은 기류가 포착됐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한때 85%를 넘어섰음에도 보수층 일각에서 “문 정부가 바닥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자신에 찬 말들이 심심찮게 들리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들의 자신감이 전혀 근거 없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 정부와 진보 단체의 도를 넘은 행보가 궤멸 직전의 보수 진영을 분노케 해 ‘보수 결집’을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은 보수층 결집의 동인으로 진보 진영 ‘자충수’를 세 가지로 꼽는다. ▲김정숙 여사의 작곡가 윤이상 묘소 참배 ▲진보 단체의 이석기·한상균 석방 요구 ▲문재인 정부의 북한 인도적 지원 시사 등이다. 선거 때마다 ‘보수 결집’의 구심점이 됐던 ‘종북·안보’ 이슈가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보수층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윤이상, 북한의 대남한 공작총지휘부에 있었다”
- 北에 “지원 받아 달라” 애걸하는 문재인 정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7월 3일부터 7일까지 5일 동안 성인 25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9주 차 국정 수행 지지율은 76.6%를 기록했다. 이는 1주일 전(6월 4주 차) 주간집계 대비 1.3%p 오른 수치다. 민주당의 지지율 역시 전주보다 0.1% 포인트 오른 53.4%의 지지율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보수 정당 분열’에 최근 불거진 ‘국민의당 제보 조작 사건’까지 정치적 기저효과와 상대적 조건이 정부·여당에 꽃길을 깔아 주고 있기에 가능한 지지율로 분석된다. 이변이 없는 한 다음 대선 역시 민주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진보 진영의 전성기라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다.

그런데 최근 보수 진영 내에서 심상찮은 기류가 흘러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 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선뜻 이해 되지 않는 ‘자신감’이 포착되고 있다. 한 술 더 떠 이들 사이에서는 드디어 ‘보수 대(大)결집’이 시작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정치권은 보수 진영이 이처럼 자신감에 차 ‘보수 대(大) 결집’을 운운하는 데는 문재인 정부와 진보 단체의 ‘종북 행보’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된다.

하나. ‘간첩 혐의’ 못 벗은 윤이상 묘소 참배한 영부인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독일 방문에 동행한 김정숙 여사는 독일에서 작곡가 고 윤이상 씨의 묘소를 참배했다.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있는 윤이상 씨 묘소를 찾은 김정숙 여사는 묘소 앞에서 묵념과 함께 하얀 꽃다발을 헌화하고, 통영에서 가지고 간 동백나무 한 그루도 식수했다.

그러자 중도층과 보수 진영에선 일제히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작곡가 윤이상 씨가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비록 윤 씨가 2년 뒤인 1969년 대통령 특사로 석방되긴 했지만 그는 이후에도 수십 차례 북한을 오가면서 한국을 비방했다.

심지어 윤 씨와 그의 아내 이수자(90) 씨는 김일성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리 력사상 최대의 령도자’, ‘주석님의 뜻을 더욱 칭송’ 등의 친북 행위를 일삼았다. 또 윤 씨는 1984년 평양에 북한의 해외 문화 공작 조직인 ‘윤이상 음악연구소’를 설립했고, 김일성의 75회 생일을 기념해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라는 곡을 바쳤다. 심지어 평양에는 그의 이름을 딴 음악당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윤 씨의 실체는 윤 씨에게 월북을 권유받았던 오길남 씨의 폭로로 2011년 세상에 알려졌다. 오길남 씨는 윤 씨의 유혹에 월북했고 이후 북한의 실상에 경악해 혼자만 탈출했다. 이로 인해 부인 신숙자 씨와 두 딸들은 수용소에 보내졌다. 오길남 씨는 이후 윤 씨에게 “두 딸을 구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윤 씨는 오히려 되돌아갈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그는 윤 씨에 대해 “그는 북한의 대남한 공작총지휘부에 있었다”며 “민주사회건설협의회 2대 회장을 했다. 1대 회장은 송두율이가 했다. 전체 공작 조직을 윤이상이 장악했다”고 회상했다.

또 “김일성이 윤이상을 굉장히 좋아했다. 그래서 한민통 건설을 부탁했다. 윤이상이 (주변 사람들을) 다 끌어들였다”며 “70년대 초 한민통 건설과 관련해 김대중(전 대통령)도 들어가고, 국회의원 하던 사람도 들어갔다. 돈은 북한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1966년에 당시 남한은 유신독재 시절이었다. 대남공작은 개인이 하는 게 아니라 거대한 단체가 개입했다”며 “나도 윤이상 밑에 있었다”고 폭로했다.

둘. 진보 단체의 이석기·한상균 석방 요구

뿐만 아니라 최근 진보 단체의 집회에서 원래의 취지와 동떨어진 정치적 구호들이 쏟아지고 있는 실태 역시 보수 지지층의 결집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규모 집회에는 원래 취지와 동떨어진 요구를 하며 불법·폭력시위를 조장하는 세력이 늘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이로 인해 집회의 순수성은 훼손됐고, 동력이 끊긴다는 정치권의 비판에 매번 직면했다. 이번에도 역시 이런 ‘프로 선수(?)’들이 ‘어김없이’ 등장한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진행해 온 ‘사회적 총파업’ 마지막 날인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박근혜 퇴진 앞장서 싸운 한상균을 석방하라!”, “내란음모 무죄 판결, 이석기 의원 석방하라!” 등의 정치적 구호가 쏟아졌다.

민노총 집회가 끝난 뒤 ‘양심수 석방 추진 위원회’의 주관으로 열린 양심수 석방 문화제에서는 한 의원장과 이 전 의원 석방 요구가 더욱 노골적으로 이뤄졌다.

‘양심수 석방 추진 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각계 원로와 종교계, 시민사회단체들이 양심수 38명을 석방하라는 취지로 만든 단체다. 이들이 말하는 대표적인 양심수가 바로 이 전 의원과 한 위원장이다.

이들은 광화문과 청와대 앞 시위에서 ‘촛불의 뜻’을 앞세웠다. 지난 8일 집회 때 상영한 기조 영상에는 촛불집회 장면이 나왔다. 무대 위에서 발언하는 사람들은 “촛불의 요구”, “촛불의 힘”과 같은 말을 수시로 썼다.

이에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촛불’은 정파와 상관없는 국민적인 저항이었다.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촛불을 특정 단체나 정파가 독점하려고 한다면 시민들은 불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자가 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광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불만은 상당했다. 한 시민은 “주말마다 집회가 열려 이제 무슨 집회인지도 헷갈리고 시민들이 광장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역시 “저들이 국민, 촛불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역겹게 느껴진다”며 촛불을 들먹이며 마치 자신들의 목소리가 국민의 목소리인 냥 왜곡하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저들과 동참해 촛불을 왜곡하고 있는 현역 여당 의원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참으로 실망스러운 행태”라며 “이들로 인해 자칫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질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셋. 文, G20서 대북 인도적 지원 의사 밝혀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언급하자 보수층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4번째 전체회의 발언에서 한국이 의료 취약국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대북 인도적 지원도 함께 언급했다.

국제사회가 추가 대북 제재에 나선 마당에 ‘낭만적 사고’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심지어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꾸준히 북한에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오히려 북한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인도적 지원 단체는 물론, 6·15 행사에 참여하려는 단체의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통일부는 지난 7일 “인도주의 차원의 지원 등 정부 입장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적반하장을 넘어서 마치 대한민국이 북한에 지원을 받아 달라 애걸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저자세 퍼주기 시절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 “또 핵 개발비를 대주고, 북 주민 인권 유린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등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결국 이 같은 문재인 정부와 진보 단체의 ‘도를 넘은 행보’가 지속된다면 지리멸렬해 있는 보수층의 결집도 꿈만은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의 결정적 패인은 ‘종북 안보관’이었다”며 “‘종북’ 프레임은 당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 여론을 단숨에 잠식했고 양자 구도에서 문재인은 안 된다는 여론이 형성돼 박근혜 후보의 승리로 끝난 대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진보 진영의 자충수가 계속된다면 지방선거, 총선 나아가 대선까지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당명 개정 이래 지지율 최저치를 기록했던 자유한국당은 7월 첫째 주 두 자릿수대 지지도를 회복하며 바른정당에 빼앗겼던 2위 자리를 되찾았다. 지난 7일 한국 갤럽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4~6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지난달 마지막 주 대비 3% 포인트 오른 10%를 기록했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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