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미지 쇄신 노력에 타격

새 정부 의지에 맞춰 발 빠른 대응 나서고 있지만…
 
‘배임·조세 포탈 혐의’ 이어 자택 공사비 비리 혐의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이 연이은 오너리스크로 신음하고 있다. 오너리스크 논란의 중심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이 있다. 조 회장은 ‘조세 포탈 혐의’ ‘업무상 배임혐의’에 이어 ‘자택 공사비 관련 비리 혐의’를 받고 있다. 몇 해에 걸쳐 오너리스크로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훼손을 입히는 셈이다. 조 회장의 장녀인 조 전 대한항공 사장 ‘땅콩회항’ 사건도 크나큰 오너리스크가 됐었고, 지난해 불거진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한몫했다. 한진 오너 일가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 해소 등 추락한 기업 이미지 쇄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공든 탑이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지난 7일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따르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택 공사비 관련 비리 혐의로 대한항공 서울 공항동 본사를 압수 수색했다. 그는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용을 영종도 그랜드 하얏트 인천 호텔 신축 공사비로 지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의 평창동 자택은 2011년 7월 11일 착공했다. 평창동 무애선원 인근 2개 필지를 합친 1652㎡에 지하 3층, 지상 2층 규모의 단독주택으로 건축면적은 677.1㎡, 연면적은 1403.7㎡이다. 2013년 기준 땅값은 약 80억 원에 이른다.
 
이날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대한항공이 조 회장의 자택 공사와 인천 영종도의 호텔 신축 공사가 동시에 진행된 점을 이용해 돈을 부당하게 유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으며, 대한항공 본사 압수수색을 통해 공사 관련 자료와 세무 자료, 계약서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경찰 측은 압수한 자료 분석이 끝나면 공사비 지출에 관여한 회사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특히 경찰은 삼성 등 일부 대기업 회장들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를 담당했던 A사 세무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택 공사비 관련 비리 혐의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다른 대기업 회장들이 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집을 리모델링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수사 확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처음’ 아닌 오너리스크
 
각종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힌 오너리스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의 피해를 확대시킬 전망이다. 앞서 조양호 회장은 1999년 11월 한진그룹 탈세사건으로 대검 중수부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조세포탈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바 있다. 이후 징역 4년,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또 조 회장은 1994년부터 1998년까지 항공기 도입과정에서 받은 리베이트 1095억 원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273억 원의 세금을 포탈하고 391억 원의 결손금을 과대계상한 혐의를 받은 바 있다. 그는 2000년 2월 1심에서 징역 4년, 같은 해 6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풀려났다.
 
2009년에는 그룹 오너 일가의 조세 포탈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2세들이 창립자인 조중훈 명예회장으로부터 재산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상속세를 포탈했다는 내용이다. 이후 수사가 본격화되지 않고 종결됐다. 그러나 수사를 지휘했던 진경준 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이 처남 명의로 설립한 청소용역업체를 통해 한진 계열사 일감을 수주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일었다.
 
조 회장뿐만 아니라 조 회장 장녀의 ‘땅콩회항’ 사건이 논란을 일으켜 대한항공에 심각한 이미지 타격을 입힌 바 있다. 그는 대한항공 KE086편을 램프리턴(항공기를 탑승게이트로 되돌리는 일)하도록 지시하고 사무장을 강제로 여객기에서 내리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조 전 부사장은 2015년 5월 항소심에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2015년 9월 문희상 의원 처남 취업 청탁 의혹으로 서울남부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한진그룹 개편 신호탄 쏴
 
연이은 악재에 오너 일가의 노력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조양호 회장과 오너 일가, 한진그룹과 대한항공 등은 추락한 기업이미지 ‘쇄신’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 2009년 9월부터 약 2년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아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앞장섰다. 그는 그룹 경영까지 미루며.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이끌어 냈다.
 
이로 인해 조 회장의 글로벌 외교능력 과시, 리더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또 대한항공은 ‘대표 국적 항공사’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이미지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다는 평이다. 조양호 회장은 2014년 7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선임됐다가 지난해 5월 갑작스럽게 조직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잘 이끌어오던 위원장직의 갑작스러운 사퇴를 두고 각종 의혹이 쏟아져 나왔다. 조 회장이 미르재단에만 10억 원을 기부하고 K스포츠재단 기부를 거부해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지시로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해임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이에 조 회장은 “90%는 사실”이라며 해당 의혹을 인정했다.
 
특히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대한항공 대표이사 이외 모든 계열사 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선언했다. 또 한진그룹은 IT 계열사 유니컨버스 지분 매각을 밝혔다. 이는 새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에 맞춘 대비 차원으로 일감 몰아주기 논란 해소를 위함으로 풀이된다.
 
일요서울은 대한항공 측에 관련 내용을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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