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동자 스스로 ‘괜찮다, 타협하자’ 하는 안일한 생각이 가장 무섭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하루가 멀다 하고 드러나는 갑을논란, 이루어진 적 없는 재벌개혁,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등장과 함께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 각종 가맹사업법 위반 행위,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는 소상공인의 삶, 팍팍하기만 한 노동자들의 일상. 나열하자면 끝이 없는 경제, 산업, 노동 시장의 문제들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어느 때보다 화두다. 이른바 민심으로 태어난 촛불정부의 시대가 도래한 지금, 해결되지 못한 채 목표로만 남겨져있던 숙제들의 답을 찾겠다는 움직임이 드디어 가시권에 들어온 모양새다. 하지만 경제 전반에 산적한 과제들은 아직도 명확한 해답이 나와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며, 또 이후 해답에 도달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결정하는 과정도 또 다른 난제다. 일요서울은 일선의 노동운동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탁상공론이 아닌, 실제 현실과 가장 가까운 답을 찾기 위해 [노동운동가 인터뷰 한국 노동자의 삶과 현실을 듣다]를 기획했다. 그 해답을 얻기 위한 조언과 충고, 갈 길이 먼 현실을 제시해준 첫 번째 노동운동가는 김주홍 한국노총 이마트 민주노동조합 위원장이다.

산업 시장, 유통·마트업계 등 곳곳 산재한 문제점 지적
근로자가 존중받는 법, 취업준비생의 기업 선택 기준 조언


2002년, 이마트에 입사하기 전까지 김주홍 위원장은 평범한 국가직 공무원이었다. 집안 사정으로 이민을 계획했지만 현실상의 문제로 이민을 포기하고 민간기업인 이마트에 입사를 하게 된 것이다.

비교적 순탄한 삶을 살던 그가 왜 노동운동을 시작하게 됐을까. 김주홍 위원장은 “사실 공무원 사회에서도 부조리는 존재했다. 그런데 민간 기업을 와서 보니, 그나마 공무원은 나은 수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입을 열었다.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노동자들에게 불법을 저지르는 행태를 지적하면 항상 ‘네 말이 맞다’ 면서도 이상하게 배척당하고, 불이익을 받게 되는 분위기가 형성이 되더라. 그런 일이 너무 오래 반복됐고, 결국 노동조합 설립까지 하게 됐다”

2012년 노동조합을 시작한 그에게 그간을 변화를 물었다. “사실 5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회사가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다만 새 정부가 갑을 문제에 대한 개혁 의지를 천명하자 부랴부랴 변화하는 척이라도 시작했다는 인상이다”라고 답했다.

그간 노사 갈등이 끊이지 않은 배경에 대해서는 “조합원이 갈수록 증가한다는 것은 회사가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의 방증”이라면서 “회사 이익을 창출하는 주체는 직원들인데 회사가 그들과 이익을 제대로 공유하고 재분배했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을 했는데 “현행법상 복수노조가 허용되기 때문에 대표노조를 제외하면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대부분 잃어버리고 소수노조가 이를 견제할 방법도 없어 ‘어용노조’가 나오는 것”이라면서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대부분의 회사는 ‘어용노조’를 통해 사측이 자기 입맛대로의 경영을 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김주홍 위원장은 현행 노동법상 복수노조 설립을 금지하거나, 혹은 각 노조가 개별협상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그는 회사가 노조활동이 곧 회사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가야하며 노동자들도 스스로 노동자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주홍 위원장은 “노동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를 말하자면 끝도 없다. 우선 사측이 노조를 바라볼 때 ‘우리 회사를 위한 활동’이라는 것부터 깨달아야 한다. 하지만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노동자들도 모두 지금보다 발전된 ‘인식’을 갖춰야 한다는 거다”라며 인식 변화와 관련해 그는 “나는 노동자 스스로 ‘괜찮다, 타협하자’ 하는 안일한 생각이 가장 무섭다. 어떤 이들은 스스로 노동자라는 인식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노동 문제는 우리 시대가 꼭 해결해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올바른 인식 개선을 위해 의무교육과정에서도 올바른 노동자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 국민 중 노동을 하지 않는 국민은 거의 없지 않냐”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노동자가 사측의 입장에서 노동 문제를 바라보는 일례로 ‘귀족노조’라는 단어가 있다. 임금을 5000만 원~6000만 원 받는 이들이 왜 파업을 하냐고 비판을 받는다. 그것도 같은 노동자들한테 말이다. 5000만 원 받는 이들도 자신들의 권리를 더 달라고 항의한다면, 그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이들이 더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회사에 항변하는 것이 맞지 않나. 그런데 이러한 노동자들에게 부러움을 느끼는 또 다른 노동자가 이를 비난하기 바쁜 것이 현실이다. 내가 느끼기에 ‘귀족노조’ 라는 단어는 노동자들을 양분하기 위해 누군가가 만들어 낸 잘못된 단어다”고 설명했다.

김주홍 위원장은 노동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노동자들 스스로라는 점을 강조했다. 더불어 정치권과 재계 모두 가리지 않고 발전하고 나아가야 이러한 문제가 해결된다는 믿음이기도 했다. 

인터뷰 말미에 김주홍 위원장은 자신이 속한 이마트를 향해 애정 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노동 문제를 다루는 시간이지만, 이마트 이야기를 잠깐 하겠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몇 가지 있다”면서 “이마트의 일자리 중 상당수가 저임금에 고착화된, 정규직으로 보기도 애매한 일자리라는 사실을 노조가 끊임없이 비판하고 있지만 사측의 태도 변화는 여전히 잘 보이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마트는 대형유통업법 등의 규제로 신규출점을 거의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 직원들이 올라갈 수 있는 자리는 한계가 있고, 새로운 직원들이 들어오는 일도 함께 줄어들고 있다. 직원 고령화 및 직원들의 성장 정체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마트 내 풀어야 하는 현안으로는 폐점 시간 및 개점 시간 조정, 직장 어린이집 운영 문제 등을 골랐다. 현재 이마트 폐점 시간은 12시인데, 여성근로자들은 늦은 시간 여러 가지 사회적 사건 사고 위험에 노출되기 일쑤다. 또 폐점 근무를 마친 뒤 아침 개점 근무를 실시하는 경우도 있어 피곤으로 인한 산재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근로자들이 일을 하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기업의 기본 책임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 일환으로 직장 어린이집 설치도 더 이상 늦추지 말고 개설해 나갔으면 좋겠다”면서 “앞으로도 나는 회사의 발전을 위해 노조활동을 열심히 할 테니, 회사도 색안경 없이 이를 ‘선의’로 받아들인다면 이마트가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을 마쳤다. 

마지막으로 김주홍 위원장은 “농담 반 진담 반이지만 혹시 이 인터뷰를 보시는 취업준비생들이 있다면, 회사를 결정하는 데 있어 ‘노조가 있는지, 없는지’는 꼭 살펴보고 가세요. 일해 보면 느끼겠지만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뼈있는 한마디를 보탰다.
 
   김주홍 위원장 약력
▲ (현) 한국노총 이마트민주노조 위원장
▲ (현)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연수갑 을지로위원회 위원장
▲ (전) 민주노총 이마트노조 부위원장
▲ (전)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을지로위원회 사무국장
▲ (전) 문재인 대통령후보 노동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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