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최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국민의당 때리기’에 몰두했다. ‘머리 자르기’ 발언으로 포문을 연 추 대표는 연일 날선 발언을 이어가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와는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같은 추 대표의 강경 일변도 기조에 당·청 내부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당혹감을 내비쳤다. ‘제보 조작’ 파문이 일었으나 원내 전략상 국민의당 협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추 대표가 필요 이상으로 몰아붙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 대표의 행보를 놓고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요서울은 추 대표의 ‘마이웨이’ 행보의 배경에 대해 들여다봤다.

‘제보 조작 사건’에 연일 국민의당 때리기 선봉나서
원내 전략상 국민의당 협조 필요함에도 맹공… 당·청 ‘당혹’
국정 주도 의지·호남 맹주·서울시장 두각·본격 개혁 위한 전략
추경 멀어졌으나 비서실장 ‘대리 사과’로 급변… 秋 ‘체면 구겨’


추 대표는 ‘제보 조작 사건’ 관련, ‘머리 자르기’ 발언으로 안철수·박지원 전 대표를 정면 겨냥했고, 국민의당의 ‘미필적 고의’라고 규정하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또 박지원 전 대표와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36초간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자 “36초면 컨펌받기 충분했다”고 지도부를 거듭 몰아붙이며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언급, “디제이(DJ)로부터 정치를 배웠다는 박 전 대표는 행동하는 양심을 잊지 말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이 같은 추 대표의 강경 발언에 벌집을 쑤신 듯 국민의당은 반발했고, 이는 결국 국회 전면 보이콧으로 이어졌다. 이에 보수 야당의 반대 속 국민의당의 협조를 이끌어 추경을 통과시키려던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회가 ‘올스톱’ 하자 당내에서도 추 대표 발언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며 자제 요청이 공개적으로 분출됐다. 이종걸 의원은 지난 12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과한 표현에 대해서는 유감 표명을 해서 추 대표로부터 이뤄진 쓸데없는 정치적 논쟁이나 이런 것은 빨리 문을 닫아버리는 게 추 대표에게 좋은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전날 당내 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한 박병석 의원도 “(제보 조작 사건은) 검찰에 맡기면 되는 것이지. 이제는 정치권이 자기들 입장을 충분히 개진했으니까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추 대표의 ‘마이웨이’는 계속됐다.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구속된 이후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추 대표는 “국민의당 자체 진상조사가 꼬리자르기에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번 사건에 대해 보다 광범위하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해졌다”, “더 이상 떼쓰기는 통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공세 수위를 이어갔다.

닥치고 공격…
강경 발언 배경은?


당 안팎의 비판에도 추 대표의 강경 발언이 이어지자 이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우선 정권 초기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통상 출범 초기에는 청와대 위주로 국정이 운영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당의 존재감이 미약한데 이 상황에서 (추 대표의 강경 기조는) 국정 주도권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문병호 국민의당 전 최고위원도 지난 11일 tbs 라디오에 출연, 같은 맥락이지만 좀 더 공격적으로 이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추 대표의 강경 발언은) 청와대를 향한 메시지였다고 생각한다”면서 “‘내가 이렇게 국정을 꼬이게 할 수 있는 힘은 있어’라는 메시지를 청와대를 향해 날리는 게 아닌가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추 대표는 역대 여당 대표 사상 가장 국정에서 소외된 대표”라며 “‘나를 인정해 주고 나의 존재를 인정해 달라’ 그런 메시지를 던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기회에 국민의당과의 호남 쟁탈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적 발언이란 점도 거론된다. 엄 대표는 “조작 사건을 계기로 국민의당을 무력화시켜 호남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지방선거 전략과도 맥이 닿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 경우 차기 서울시장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점도 이 같은 발언 배경으로 꼽힌다.

여기에 추 대표의 강경 기조는 새 정부의 본격적인 개혁 드라이브에 앞선 ‘사전 준비 작업’이라는 분석도 있다. 문 대통령이 해외순방 이후 검찰·국정원·국방·교육·노동 등 각종 개혁을 강하게 추진하기 전 고도의 사전 전략이라는 것이다.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보수 야당이 각종 개혁에 반대가 유력한 상황에서 국민의당 조차 일부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 등 개혁에 이견을 드러내는 등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에, 조작 파문에 대해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부각시킴으로써 국민의당 운신의 폭을 좁혀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 소장은 “향후 국정 개혁 드라이브를 걸 때 국민의당이 보수 야당과 함께 ‘반(反)개혁 공동전선’을 펴지 못하도록 국민의당의 정치적 입지를 좁히기 위해 세게 나온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당·청 인선 둘러싼
기싸움서 비롯 분석도


추 대표의 강경 발언 배경에는 대선 과정에서부터 인사 문제를 둘러싸고 추 대표와 문재인계 핵심 인사와의 기싸움에서 비롯됐다는 관측도 있다. 그간 인선을 둘러싸고 양측이 미묘한 갈등을 노출했다는 점에서 추 대표의 강경 발언은 문재인계 측근과 갈등의 연장선상이 아니냐는 것이다.

추 대표는 본격 대선 무렵인 4월 초 선대위 구성 때 자신의 측근인 김민석 전 의원을 핵심 보직인 상황실장에 임명해 반발에 직면한 바 있다. 당 대표로서 선대위 인사권을 행사하려 한다는 것이었지만, 당시 임종석 후보 비서실장 등 문재인 캠프 핵심들은 이에 대해 강하게 문제 제기했었다. 잡음이 불거지자 당시 문재인 후보가 “(탕평·화합의) 용광로에 걸림돌이 되는 사람은 누구든 용서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갈등은 일단락됐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추 대표는 김 전 의원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입성시키려다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것으로 알려진다. 출범 직후 문 대통령의 높은 신임을 받는 임 비서실장이 당 대표 예방 차 국회를 찾았으나 추 대표와의 석연찮은 이유로 만남이 불발되면서 ‘갈등설’이 다시 떠올랐다.

지난 5월 말 추 대표는 당직자의 청와대 파견 문제를 놓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추 대표는 “청와대가 당직자를 임의로 빼가면 당의 공적 질서가 무너진다”며 “당의 인사원칙을 청와대가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며, 당직자들의 실질적 고충을 청와대가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간 집권당은 당·청 협의 하에 당직자 일부를 청와대에 파견, 청와대 실무 역할은 물론 당·청 간 가교 역할을 함께 해 왔다. 하지만 당직자 순환근무 등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당의 요구에 대해 청와대 측에서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자 추 대표가 불쾌감을 내비친 것이다.

靑, 결국 직접 ‘담판’
간접 사퇴 신호?


이런 가운데 당초 국민의당의 전면 보이콧 선언으로 7월 임시국회의 추경 통과는 물 건너가는 듯했으나, 지난 13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민의당에 ‘대리 사과’함으로써 추경 처리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에 더해 야당의 집중 사퇴 공세를 받던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날 자진 사퇴, 보수 야당도 이튿날 추경 심사에 대해 긍정 기류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추 대표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여당 대표를 건너뛰고 직접 국민의당과 담판을 지었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간접적으로 사퇴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간 청와대는 추경 통과 등에서 국민의당의 협조가 절실한 만큼 제보 조작 파문에 대해 대응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추 대표의 계속되는 공세에 국민의당이 전면 보이콧으로 돌아서며, 7월 임시국회 내 추경 통과가 불투명해지자 청와대가 직접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추미애 변수’를 청와대가 직접 차단했고, 이 과정에서 추 대표는 ‘왕따’가 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또 임 실장이 국민의당 지도부를 만나 사과하는 과정에서 ‘추미애 진실공방’이 벌어져 추 대표로서는 더욱 난처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국민의당은 임 실장이 추 대표 발언과 관련해 사과했다고 밝혔으나 이후 청와대 측이 이를 부인했고, 이에 국민의당이 발끈하고 나서자 임 실장이 지도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추 대표의 발언에 대해 사과한 것이 맞다”고 확인, 상황은 마무리가 됐다.

이와 관련, 추 대표는 임 실장의 ‘대리 사과’로 국민의당이 협조 기조로 돌아서자 “좀 더 지켜보자”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민의당을 포함 야3당은 지난 13일부로 대통령 아들 문준용 씨 취업특혜 의혹과 제보 조작 사건을 동시에 특검에 맡기자는 ‘동반 특검’ 법안에 대한 국회 제출을 완료했다. 다만 민주당이 ‘전형적인 물타기’라며 반발하고 있는 데다 국민의당도 ‘화해 모드’로 돌아서 실제 특검이 진행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제보 조작 파문에 대한 검찰의 칼날은 국민의당의 점차 ‘윗선’을 향하는 모양새다. 대선 당시 네거티브 검증을 맡았던 공명선거추진단 수석부단장 김성호 전 의원과 부단장 김인원 변호사의 소환에 이어 단장 이용주 의원과 박지원 전 대표까지 소환 조사가 검토되고 있다.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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