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최근 경찰과 검찰이 이례적인 사건 수사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경찰은 현재 대한항공 등 대기업 총수의 비리 혐의를 추적하고 있고, 검찰 역시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햄버거병’을 직접 수사하고 나섰다. 어찌된 일인지 두 기관의 수사를 두고 법조계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그동안 서로의 전문 분야로 간주되던 영역의 수사를 바꿔 맡았다는 게 이유다. 경찰이 검찰의 영역을, 검찰은 경찰의 전문 분야를 침범했다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법조계 안팎에서는 서로의 이권이 개입된 주도권 경쟁이라는 시각이 많다.

물론 경찰과 검찰의 영역이 칼로 자르듯 구분돼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경찰이 검찰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두 기관의 수사 영역이 나눠졌다는 게 사정기관 안팎의 해석이다.

이런 가운데 새 정부 들어 검찰 개혁의 일환인 ‘수사권 조정’ 이슈가 급부상했다. 검찰이 가지고 있는 수사권을 경찰에게 넘겨준다는 게 골자다.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을 축소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검찰은 수사권을 지키기 위해, 경찰은 빼앗기 위해 우위를 선점해야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두 기관 모두 아킬레스건이 있다. 경찰의 경우 ‘수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그것이다. 검찰 측은 수사권 조정 논의가 이뤄질 때마다 경찰의 수사력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논리를 펴왔다. 경찰이 이번 대한항공 등 대기업을 압수수색한 게 바로 이런 지적을 불식시키기 위한 제스처로 해석된다. 대기업이 타깃인 만큼 주목을 받을 수 있고, 총수의 비리라는 비교적 뚜렷한 혐의점이 있어 수사력을 돋보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얼마나 사건이 복잡하고 접근이 까다로운지, 또 어느 정도 규모의 사건인지에 따라 집중되는 관심의 크기가 달라진다”며 “이번 사건은 흥행요소가 분명하며, 경찰이 수사에 적극 나선 건 이런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 7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본사에 보관 중인 계약서와 공사 관련 자료, 세무자료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가 서울 평창동 개인자택의 인테리어 비용을 한진그룹 계열사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회삿돈을 횡령한 정황을 포착했다. 조 회장 측이 회사에 떠넘긴 것으로 확인된 금액만 10억 원이 넘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또 국내 대기업 맏형격인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지난 5월 이건희·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부회장 자택 인테리어 공사에도 회삿돈이나 비자금이 들어간 정황을 포착했다.

대기업을, 그것도 횡령과 배임 혐의에 대해 수사하는 건 앞서 검찰과 경찰의 사정에 따라 검찰의 전문영역으로 분류돼 왔다. 그동안 경찰이 대기업 총수에 대해 수사를 하는 경우는 대부분 폭행 또는 성폭력, 음주와 같은 적발이나 피해자 고발 사건이 주를 이뤘다.

검찰의 움직임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최근 맥도날드 햄버거의 덜익은 고기 패티를 먹은 한 어린이가 신장장애 판정을 받은 이른바 ‘햄버거병’ 사건을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고소·고발장을 접수하면 사건 내용과 성격, 사안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 경찰에 사건을 내려 보낼지 아니면 직접 수사할지 검토하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 2012년 전국민적 공분을 샀던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에서 검찰이 고소장을 접수하고도 경찰에 사건을 내려 보내 수사지휘만 했던 점과 대비된다.

검찰의 아킬레스건은 ‘국민의 불신’이다. 수사권 남용 등으로 ‘정치 검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검찰로서는 국민을 위해 힘을 사용한다는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런 인상을 주기 위해 최근 민생사건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게 이유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검찰은 당연히 수사권을 옳은 방향으로 행사해야 함에도 이제 와서 선심 쓰듯 하는 쇼를 그만둬야한다”며 “이런 기획적인 측면이 강한 수사는 검경이 생각하는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될 것이다. 어느 쪽이 수사권을 쥐든 정의롭게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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