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닉슨 대통령 비리 발각으로 발단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각종 의혹에 등장하고 대통령 스스로 해명 기자 회견을 열면서 70년대 미국 전역을 놀라게 한 ‘워터게이트’ 사건이 새삼 거론되고 있다. 워터게이트는 닉슨 전대통령이 대통령직 수행 중 초대형 비리 의혹에 연루돼 재임기간을 마치지 못하고 물러난 사건이다.노무현 대통령을 워터게이트에 빗대어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를 수 있으나 워터게이트는 동서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게 정치학자들의 견해다.워터게이트 사건은 72년 6월17일 워싱턴포스트지 브래들리 편집국장 방에 한 통의 제보 전화가 오면서 시작됐다.

제보 내용은 포토맥 강변에 있는 워터게이트 빌딩 6층 민주당 선거 본부에 괴한 5명이 침입했다가 체포됐다는 것. 브래들리 국장은 흔한 범죄 기사쯤으로 여기고 사회부장을 불러 내용을 전해줬다. 사회부장은 이제 막 수습을 마친 입사 9개월 된 봅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 기자에게 취재 지시를 내렸다.두 기자는 이때부터 기자정신을 발휘했다. 이 사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유치한 3류 절도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는 백악관의 부인을 받아들여 지면 한 구석에 기사를 실었으나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은 보석 심리가 진행 중인 법정에서 일당 중 한 명이 “전직 CIA 직원”이라고 답변하는 것을 듣고 사건의 무게를 직감했다.

사건을 취재하던 기자들은 백악관의 내부 직원 딥 스롯으로부터 또 다른 제보를 접하면서 사건의 핵심에 접근해갔다.취재 결과 절도범들은 닉슨의 재선을 획책하려는 비밀공작반이었으며 이들은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입하여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것이었다. 사건이 백일하에 드러나자 닉슨정권의 선거방해, 정치헌금의 부정 수뢰, 탈세 등도 줄줄이 딸려나왔다. 이런 와중에 닉슨이 FBI의 수사 방해를 위해 마치 CIA가 관련되도록 사건 조작을 지시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 결국 야당과 여론의 압력에 못이겨 74년 중도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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