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표창구·직원 줄인다면서 10여년 만에 최대 규모 채용?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코레일이 직원들 모르게 매표창구 폐쇄 계획을 세워 논란이 되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지난 10일 ‘매표창구 축소 관련 내용 공유’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는 ‘현재까지 매표창구 축소 계획(안) 진행사항 공유하여드립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6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금주 중 최종 확정될 예정입니다’라고 쓰여 있다. 문제는 매표창구 폐쇄 계획이 실행될 경우 현재 근무 중인 매표창구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상황에 처한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공기업인 코레일이 일자리정책에서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코레일, 정부 ‘비정규직 제로’ 정책 ‘따르나’ ‘반기 드나’
노조 “노동 조건 열악하게 만들고, 고용 위협하고 있다” 주장 

 
현재 코레일에서는 경부선 서울·수원·천안·대전·대구·부산역 등에 총 64개 매표창구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총 207명이다. 공개된 ‘매표창구 축소 계획(안)’에 따르면 코레일은 내년 3월까지 역별로 창구를 1개씩만 남기고 모두 폐쇄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코레일 측은 매표창구를 줄이는 대신 기존 무인 자동발매기를 업그레이드 시켜 ‘스마트승차권 자동발매기’를 운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표창구를 줄이게 된 또 다른 원인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코레일톡’을 통한 열차표 구매가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

코레일톡은 승차권 예약 애플리케이션으로 승차권 예매·확인·발권(모바일티켓)을 할 수 있다. 지난해 행정자치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정부 및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애플리케이션 중에 다운로드 수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로 진행됐던 코레일의 매표창구 축소 계획에는 기존 창구 직원들의 전환 배치 계획도 뚜렷하게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계획이 실행됐다면 다수의 직원들은 아무런 대책없이 회사를 떠나야 하거나 하루하루 퇴직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직원들 몰래 매표창구
축소 계획 짠 코레일

 
현재 매표창구 직원 207명 중 무기계약직이 70%, 비정규직이 30%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규직이 아닌 만큼 매표창구 축소 계획이 진행된다면 이들의 채용이 계속되리란 보장은 없다. 이런 가운데 코레일 측은 창구직원에게 안내직 전환을 제안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단순 안내를 위해 직원들을 창구에서 내쫓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코레일 측은 매표창구 축소 계획이 논란이 되자 실행 계획이 아닌 검토 수준이라며 한 발 빼는 분위기다. 하지만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예매 비율이 올해 70% 이상까지 늘어난 만큼 매표창구를 조절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차에서 승무원이
안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정책에 역행하는 모습은 코레일 자회사들에서도 계속 나타나고 있다. 지난 13일 코레일관광개발 판매 승무 노조원들은 최근 열차 내 판매업무 축소 방침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코레일관광개발이 계란, 과자, 도시락 등 먹거리를 판매하는 승무원이 없는 ‘미 승무 열차’ 운행 횟수를 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7월까지는 KTX,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 모든 열차에 판매 승무원이 탑승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체 열차의 80%가량이 판매 승무원이 탑승하지 않는 ‘미 승무 열차’로 운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초 열차 내 먹거리 판매 업무는 홍익회가 맡았었다. 하지만 2008년 혹익회를 없애고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에 판매 등의 업무를 위탁했다.

코레일관광개발 측은 ‘미 승무 열차’가 증가하는 것에 대해 열차 내 먹거리 판매업무가 갈수록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먹거리를 역에서 사 오는 경우가 많아 연간 3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미 승무 열차’가 증가하면서 승무원들의 열차 탑승 횟수가 줄면서 야근·판매 수당이 줄어 급여가 줄고 휴무일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승무원들의 휴무일은 한 달에 8~9일이었으나 두 배가량 증가했고 임금도 약 70여만 원 정도가 준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선 직원 감축
외부로는 신규 채용

 
코레일 및 자회사가 직원들 모르게 내부 구조조정 계획을 세우는 등 인원 감축에 나선 가운데 최근에는 대규모 채용 계획을 밝히자 노동계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존 인력 감축 계획 등이 전 정권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친 새 정권 눈치 보기가 아니냐는 비판이다. 신규채용이 급한 게 아니라 기존 비정규직 직원들의 정규직화 우선순위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코레일은 지난 10일 청년일자리 창출 및 철도안전 서비스 강화를 위해 상반기 449명을 채용한데 이어 하반기에 605명(인턴 750명)의 신입사원을 공개 채용한다고 밝혔다.

채용분야는 미래철도 55명(인턴 67명), 일반공채 370명(인턴 460명), 고졸공채 120명(인턴 149명), 보훈추천 60명(인턴 74명) 등 4개 분야다.

코레일 계획대로 신규채용이 진행된다면 올해 총 1054명을 채용, 지난 2006년 이후 10여 만에 최대 규모로 신입사원을 채용하게 된다.

특히 코레일은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에서 직무와 무관한 서류평가를 생략해 스펙을 초월한 인재를 선발하고 채용과정에서 블라인드 방식을 실시, 철저한 능력 검증으로 인재를 선발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채용방식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채용정책들과 일맥상통한다.

코레일은 인턴사원 선발 뒤 약 2개월간의 실무수습을 거쳐 오는 11월에 80%에 해당되는 605명을 직렬구분 없는 통합직으로 채용해 다양한 직무에 능통한 멀티형 인재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철도노조
"진정성 있는 대화 나서라”

 
각종 인력 정책 등에서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코레일에 대해 전국철도노동조합 철도비정규노조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지난 7일 ‘코레일은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요구에 진정성 있는 자세로 대화에 나서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의 주 내용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생명안전업무 직접 고용’ 등이다. 연대회의는 “코레일 경영진과 관료들은 정부 정책이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될 것이고, 하는 척 흉내만 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코레일은 무사안일의 관료주의적 태도를 버리고 시대적 요구와 시민의 열망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단지 계약기간을 기간제에서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는 의미만은 아니다”라며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기존의 철도 자회사가 보여준 모습과 정반대로 저임금 장시간 노동과 비인간적 대우, 부조리를 해결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밖에 연대회의 측은 “코레일이 자회사에 ‘용역근로자보호지침’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위탁비를 지급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임금을 지난 몇 년간 사실상 동결하고 있다”며 “또한 브랜드 사용료, 일방적인 업무 폐지로 자회사의 노동조건을 열악하게 만들고, 고용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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