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洪키오테 식 ‘혁신’, 당 장악 속내 들여다보니…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지난 대선 당시 일각에선 홍 대표의 대선 출마 자체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가 대권은 안중에도 없고 대선 이후 당권 장악을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의혹이 최근 사실이 돼는 모양새다. 홍 대표는 대선 패배 이후 잠행을 깨고 지난 7·3 전당대회에 출마해 대표직에 당선됐다. 동시에 최고위원 경선에선 이철우·류여혜 등 친홍(親洪)계 인사를 1·2위로 당선시켰다. 취임 직후엔 자신의 최측근인 홍문표 의원과 이종혁 전 의원을 각각 사무총장과 지명직 최고위원에 내리꽂았다. 혁신위원장에도 자신의 색깔과 닮은 류석춘 교수를 영입했다. 한 술 더 떠 홍 대표는 최근 공천 심사에서 여론조사를 배제할 것이라며 ‘셀프 공천’을 암시했다. 사실상 제 입맛에 맞는 의원들로 물갈이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여 투쟁은 뒤로한 채 ‘당권 장악’에만 혈안이 돼 있는 홍 대표의 진짜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 일요서울은 한국당 현역 의원들과 지역 당협위원장, 정치권 관계자들 취재를 통해 홍 대표의 당권 장악 이후 플랜을 가늠해 봤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현역 의원, 당협위원장 “사실상 내리꽂기” 반발 최고조
- ‘文-洪 빅딜설’ 모락모락…  당 장악은 결국 이것 때문?
- 洪 “5년마다 반복되는 정치보복 쇼”… 수위 높은 발언 왜?


자유한국당에 ‘홍준표 發 공천 태풍’의 기미가 포착된다. 홍 대표는 취임 직후인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론조사 규정은 참고사항이지 그걸 절대적 공천 기준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기존의 ‘상향식 공천’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상향식 공천’을 덧씌우는 것은 국민 기만행위”라며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참여경선제)를 한다고 제대로 된 공천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洪 “‘현역 프리미엄’ 차단,
본선 경쟁력 높아질 것” 강변


홍 대표의 핵심 측근 역시 “홍 대표는 과거와 같은 여론조사 위주로 후보를 뽑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며 “당 혁신위원회에서 광역단체장 등 후보 선출 규정을 대폭 손질해 공정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경선을 치르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등에서 현역이 갖던 ‘프리미엄’을 제한한‘다이내믹한 경선’을 통해 본선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기존의 한국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시·도지사 후보자 경선은 대선 후보 선출 규정을 준용해 국민참여선거인단 투표 80%, 여론조사 20%를 반영해 결정한다. 국민참여선거인단은 대의원·당원·일반국민으로 구성되는데, 이 같은 규정에 따르면 참신한 외부 인사가 경선에 참여해 일정 수준 득표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반면 홍 대표의 의지가 관철돼 이러한 당헌·당규가 수정된다면 인지도가 높은 현역 단체장이나 광역·기초의원등은 ‘현역 프리미엄’을 더 이상 기대하긴 어렵게 된다. 홍 대표와 구(舊) 주류 세력 간 갈등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홍 대표가 전당대회 당시 공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TK지역 의원들의 불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TK의 한 중진 의원은 “현실적으로 여론조사 외에 별다른 공천 잣대가 없다. (홍 대표의 주장은) 결국 옛날처럼 중앙당이 공천권을 직접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사실상의 내리꽂기일 뿐이다”라며 “결국 지방선거 후보 공천 과정에서 당내 불협화음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론조사 폐지·당협위원장 감사…
‘현역 물갈이’ 시동 


이런 상황에서 홍 대표는 연말까지 전국 253개 당협위원회에 대한 고강도 당무감사를 마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현역 의원이 대부분 맡고 있는 당협위원장은 공천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자리다. 이 또한 원내 기반이 약한 홍 대표가 ‘당협위원장 물갈이’라는 우회적 당 장악을 통해 친홍(親洪) 체제 구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설상가상으로 홍 대표가 당협위원장을 맡겠다고 한 곳 역시 조원진 의원의 이탈로 공석인 ‘대구 달서구병’이다. TK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국당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이곳의 지역구를 거머쥐기 위한 경쟁은 어느 곳보다도 치열하다.

그런데 홍 대표가 여론조사를 폐지하겠다며 ‘셀프 공천’을 시사하더니 TK 당협위원장까지 맡겠다고 하자 지역 정치권의 불만은 최고조를 찍고 있다. TK의 한 현역의원은 “내 사람 심기 식으로 했다가 지방선거에 질 경우 그 책임은 홍 대표에게 쏠릴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 같은 현역 의원들의 불만뿐만 아니라 지역 정가에서도 홍 대표의 대구행이 자칫 당의 규모를 수도권 등 전국정당을 포기하고 ‘TK 자민련’으로 몰아가는 악수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TK 지역 매체의 A 차장은 “한국당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홍 대표가 안철수 전 대표가 내려놓은 서울 노원 지역 등 서울·수도권 탈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며 “지역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TK 새 인물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반홍(反洪) 진영 일각에서는 홍 대표가 당권 장악에 혈안이 된 데는 추후 자신의 ‘성완종 리스트’ 판결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빅딜’을 요구하기 위함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즉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완전히 장악한 이후 문 대통령에게 정국 협조 등을 조건으로 ‘무죄’ 판결을 굳히겠다는 속내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도 비록 대선 과정에서 얼굴을 붉혔던 홍 대표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제1야당의 협조를 얻어낼 수 있는 홍 대표의 제안을 쉽게 뿌리치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 밖에도 홍 대표가 자신의 무죄뿐만 아니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정조준 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방산 비리 조사와 관련해서도 딜을 요구할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홍 대표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그가 말한 대로 ‘향단이’일 뿐이다. 그의 주군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MB뿐”이라며 “지금 홍 대표가 당의 사당화 작업에 혈안이 된 것도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MB를 지키기 위함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추측들은 최근 홍 대표가 대여 투쟁보다도 당 장악에 혈안이 돼 있고,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가 자신을 연일 때리고 있음에도 시종일관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는 행보로 인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취임 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대여 관계에서 원내에 비해 ‘유화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집권여당이 추진 중인 국정 현안에 대해 이렇다 할 공세를 펴지 않아서다. 오히려 “추경은 요건이 되면 해 주는 게 맞다. (정부조직법 개정도) 야당이 막는 건 명분이 없다”는 등 온건한 발언으로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와 ‘엇박자설(說)’까지 불거졌다. 제1야당으로선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겨냥한 수사를 위해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TF)’에 현직 검사가 파견된 데 대해서 홍 대표가 취임 이후 가장 높은 톤으로 문재인 정부를 공격한 것 역시 그의 의중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5년 단임제 대통령제가 시행된 이래 5년마다 반복되고 있는 전(前) 정권 비리 캐기 수사는 이 정권에서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며 “5년마다 반복되고 있는 정치보복 쇼(show)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나 보다” 고 적었다. 최근 그가 문재인 정부를 대하는 유화적인 태도와 확연히 대비를 이루는 강도 높은 발언이었다.

이어 홍 대표는 “박근혜 정권의 국정 실패를 빌미로 어부지리로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권이 작성자 불명(不明)의 서류 뭉치를 들고 생방송 중계리에 국민 상대로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며  “우리나라에 연간 300억 달러 이익이 나는 한·미 FTA와 관련해 (미국 측으로부터) 재협상을 당하고도 사태의 심각성도 숨긴 채 검사가 하부 기관인 국정원에 파견 나가 과거사 미화 수사에 열을 올린다”고 부언했다.

그러면서 “방산 브로커가 국방을 지휘하고 사회주의 혁명을 주장하는 사람이 교육을 맡고 전대협 주사파 출신들이 청와대를 장악하고, PK(부산·경남) 지방선거 전략으로 멀쩡한 원자력 건설을 중단하고 정지시켜도 관제 여론조사로 지지율 80%라고 선전하는 나라”라고 덧붙였다.

내년 6월, ‘洪 체제’
분수령으로…


이렇듯 당 장악에 ‘올인’한 홍 대표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약진은 고사하고 현상유지도 못할 경우 홍 대표 체제는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고 정치권은 경고한다. 현재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한국당 소속은 5명(부산·인천·대구·울산·경북)이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에선 경북지사를 제외한 나머지 4곳은 재선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특히 홍 대표의 ‘셀프 공천’ 수혜자들이 낙선한다면 홍 대표가 받는 리스크는 상상을 초월할 전망이다. 모든 책임의 화살이 자연스레 홍 대표를 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홍 대표가 그렸던 당 장악 이후의 모든 플랜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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