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원 대 매출 보장 ‘독점 판매권을 잡아라’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국내 생수 1위’ 제주삼다수 판권을 둘러싼 전쟁의 막이 올랐다. 2012년부터 제주삼다수의 제주도 외 위탁판매를 맡고 있는 광동제약과 제주개발공사 사이의 계약만료일이 오는 12월14일로 다가옴에 따라 새로운 사업자 선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따라 국내 내로라하는 생수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잡는 순간 2000억 원대 매출이 보장되는 사업인 만큼  벌써부터 제주삼다수를 잡기 위한 물밑경쟁이 한창이다.

위탁판매 사전규격공개…광동 수성 vs 다른 대기업
시장 점유율 45%에 달해 생수시장 지각변동 불러

제주삼다수는 제주개발공사가 생산·위탁판매를 관리하는데 판권계약을 통해 편의점·슈퍼마켓 유통을 민간기업에 맡긴다.

1997년부터 2012년까지 농심이 2012년부터 광동제약이 브랜드 론칭·영업·마케팅을 맡아 독점 판매하고 있다.

닐슨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약 7400억 원인데 제주삼다수가 40%를 점유하고 있다. 롯데칠성 아이시스가 10%대로 2위, 농심 백산수가 9%를 기록한다. 이 외에도 많은 생수업체가 있지만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연말 만료 판매권 향배는…

그동안 독점판매권을 가졌던 광동제약은 제주삼다수 위탁판매로 지난해 사상 첫 매출 1조 원 클럽에 가입했다. 지난해 삼다수 판매로만 183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1~2인 가구의 성장으로 국내 식료품 시장이 편의식과 간편식 위주로 성장하면서 국내 생수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업계와 제주개발공사는 지난 20일까지 사전규격공개를 마무리하고, 21일께 입찰공고를 냈다.
사전규격공개는 계약투명성 강화를 위해 입찰공고에 앞서 일정기간 조달청 나라장터에 사전 공개하는 제도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에서 2016년 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번에 선정되면 계약기간은 4년에 1년 연장할 수 있어 최대 5년까지 삼다수를 독점 판매할 수 있다.
유통 분야는 슈퍼마켓, 조합마트, 온라인 편의점 등 소매용(A사업군)과 식당, 호텔, 패스트푸드점 등 비소매·업소용(B사업군)으로 구분해 진행키로 했다.

유통제품은 제주개발공사가 생산·공급하는 삼다수, 기능성워터, 니어워터, 감귤 제품 등이다. 다만 삼다수는 제주도개발공사가 직접 공급하는 제주도를 비롯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및 이들 계열사 기업형 슈퍼마켓(SSM)에는 공급할 수 없다.
제주개발공사는 오는 9월에 삼다수 위탁판매사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삼다수를 거머쥐면 단숨에 생수 시장 1위로 도약할 수 있기 때문에 판권을 노리는 업체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기존 4+1년 계약으로 유통 판권을 가지고 있던 광동제약을 비롯해 1998년부터 2012년까지 15년간 삼다수 판매권을 가지고 있던 농심, 2012년 입찰에 참여한 아워홈, 샘표, 남양유업, 웅진식품 등 다수의 업체들이 삼다수에 욕심을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 원가 부담이 낮은 만큼 수익성이 좋은 사업”이라며 “앞으로 생수 시장을 노리는 업체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제주개발공사가 대형 생수 업체의 입찰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에 따라 농심이나 롯데칠성 등이 낙찰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제주개발공사는 “경쟁 식수 브랜드를 가진 업체는 자체 제품과 삼다수를 어떻게 병행 판매할 계획인지를 포함한 구체적인 ‘브랜드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기존 먹는 샘물 브랜드(계열사 포함) 운영 중단 등 대책을 소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식자재 회사 아워홈은 지난해 12월 ‘지리산수’를 선보였고, ‘풀무원샘물’ ‘네슬레 퓨어라이프’ 등을 유통, 공급한 경험이 있는 웅진식품은 자회사를 통해 ‘가야 G 워터’라는 천연 암반수 생수를 올해 출시했다. 최근 ‘크리스털’ 브랜드를 유통하기 시작한 신세계푸드는 하반기 중 자체 생수 브랜드를 내놓을 계획이다. 코카콜라는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강원 평창수’ 마케팅에 돌입한 상태다

압도적 브랜드로 재성장 발판

한편 제주개발공사가 내년 제주삼다수 출시 20주년을 맞아 시장리더십 굳히기에 본격 나섰다.

삼다수는 출시 이후 생수시장에서 줄곧 부동의 전국 1위를 지키며 ‘국민 생수’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갈수록 커지는 생수시장과 경쟁자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삼다수의 시장리더십이 위협받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오경수 제주개발공사 사장은 지난 10일 취임 100일을 맞아  이같은 내용 등을 담은 ‘제주개발공사 향후 중점전략’을 발표했다.
▲미래 신성장 동력사업 추진 기반 마련 ▲개발사업 본격화 ▲삼다수 시장 리더십 굳히기 ▲도민체감형 사회공헌사업 본격 추진 ▲도민의 기업 JPDC, 제주 최고의 직장 ▲현장·소통 경영 등이 그 것이다.

지난 4월 4일 취임한 오경수 사장은 “취임한 이후 전략경영을 비롯해 현장·소통 경영도 본 궤도에 오르고 있다”며 “2020년까지 ‘제주의 성장 발전을 이끄는 글로벌 창의 기업’이라는 공사 비전 달성을 위해 지난 5월 선포한 새로운 경영방침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공사는 급격한 시장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단일·단품·생산시스템에서 다품·다종 등 시장 맞춤형 유연생산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 삼다수 생산 신규 라인 도입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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