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 거치지 않은 정책 각종 문제 야기

반대파, ‘전기료 인상’ ‘원전 산업’에 영향 미쳐
 
찬성파, 탈원전 정책은 ‘선택’이 아닌 ‘의무’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탈(脫)원전 정책과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문제가 연일 화두다. 야당과 탈원전 반대파는 탈원전 정책에 대해 ‘정책 속도’와 ‘절차’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우려’하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며, 민주적 절차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탈원전 시행 반대 입장을 살펴보면 ‘전기료 인상’ ‘전력 파동 대처 불가’ 등 현재의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과 결부돼 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원전 산업에 악영향’ 등과 대체에너지 사용에 따른 ‘수입 의존도 증가’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일요서울은 원전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탈원전이 시행될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들여다봤다.
 
‘탈원전’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주요 공약으로 내건 정책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원전 정책을 재검토하고, 30년 이상 노후 된 석탄 화력발전소의 가동을 멈췄다. 원전 정책 재검토의 일환으로 문 대통령은 신고리 5호기와 6호기 공사 일시중단을 지시했다. 이에 원자력발전소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 이사들은 지난 14일 신고리 5호기와 6호기의 건설 작업을 일시 중단하기로 의결했다. 이 결정으로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이 사실상 모두 멈추게 된 것.
 
탈원전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호기와 6호기의 건설 일시 중단으로 반대 운동이 더 거세졌다.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은 지난 19일 신고리 원전 5·6호기 일시중단을 선언한 한수원 이사회 의결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

노조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 배경에 대해 한수원 ‘날치기 이사회’에 대한 첫 번째 법적 투쟁 단계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8일 김병기 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가처분 신청을 포함한 법정 투쟁과 함께 이사회의 배임이나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도 검토할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또 이달 초 교수 417명은 탈원전 반대성명을 냈다. 이들은 탈원전 반대 이유에 대해 정부가 졸속으로 탈원전을 결정하고 원전에 대해 과장된 공포로 비논리적, 비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요금 인상 불가피

탈원전 반대파 대부분은 ‘전기 요금 상승’ 문제를 가장 크게 우려한다. 특히 전기 수요가 높은 여름철과 맞물려 전기요금 상승 문제가 더 주목받고 있다. 이에 정부는 신재생 에너지 등 친화경 에너지를 원전 폐지 시 대체 전력으로 사용할 것을 제시했지만, 발전 단가가 높아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다수다. 이는 원자력 발전 단가가 석탄화력, LNG, 신재생 에너지 발전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공개한 ‘신정부 전원 구성안 영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원전과 석탄 발전 비중이 줄고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20%로 커진다고 가정했을 때 2029년 발전비용은 지금보다 21%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2030년 전기요금이 최소 15만 원에서 최대 31만 원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력수급 불안정’의 문제도 ‘전기 요금 인상’만큼 우려하는 부분이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을 통해 얻는 신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출력이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국가 에너지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이 골자다.
 
또 업계에서는 전기 요금 인상 외 석탄화력과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대체는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이라는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론화를 거치지 않은 탈원전 정책 추진은 민생부담 증가와 전력수급 불안정 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경제 ‘위험’
 
산업적인 면에서 탈원전의 문제는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국가적 손실 등 국내 경제에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원전산업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낸다. 실제 한국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에 원전을 수출하며 약 70조 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이를 발판삼아 ‘원전 강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국내 원전 비중이 줄어들면 원전 수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 일부 관계자들은 첫째, ‘탈원전’ 정책이 시행될 경우 입지가 줄어든 국내 기술자들이 일거리를 찾아 원전을 늘리는 국가로 유출돼 타국의 기술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불상사가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둘째, 원전을 늘려 나가는 국가들과의 기술 경쟁에서 점차 뒤처져 힘들게 구축한 원전 강국의 자리를 내주며 ‘고부가가치’ 산업을 버리는 것이라고 우려한다.
 
셋째, ‘탈원전’으로 인해 새로 떠오른 미래먹거리 ‘원전 해체 산업’에 국내 기업이 새로운 투자에 대한 부담 등이 좋지 않은 영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원전 해체 산업’은 내부 논의만 하고 있지 구체적인 구상을 그리기에는 시기상조”라며 “원전 해체 기술을 습득해도 해외 수출과 국내 원전 해체 수주를 따내려면 수행 실적이 있어야 해 실적을 쌓는 것도 부담이다”고 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과 관련해 계약을 맺은 건설사 등의 손실보상과 배상 문제도 논란이다. 원자력발전소 건설 최종 중단을 결정하면서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의 전액보상을 책임지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전액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건설사의 줄소송이 예상된다.
 
한편 탈원전 정책이 ‘선택’이 아닌 ‘의무’라는 찬성파 의견도 있다. 이들은 세계 주요 20개국(G20)의 신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며, 신에너지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에너지 산업 구조는 구시대 연료에 의존하고 있어 세계 경제 흐름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로 약속한 협약 체결국으로서 당장 단가가 낮은 연료에 처리비용까지 부가 되면 도리어 비싼 연료를 사용하는 불균형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화석연료는 바닥을 드러내며 점차 줄고 있어 신재생에너지로의 변화를 하루라도 빨리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