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반납’하고 경영 구상에 ‘몰두’

왼쪽부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미국 보호무역주의’ 등의 해외 현안 문제 대응 나서
 
‘재벌개혁’ ‘최저임금’ 등 국내 현안 문제 해결책 강구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다가오는 여름휴가를 재계 총수들은 어떻게 보낼까.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 총수들은 통상적으로 8월 첫째 주 전후로 휴가를 보낸다. 그러나 올해는 재계 총수들이 휴가를 ‘반납’하고 자택이나 국내에서 ‘경영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 보호무역주의’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과의 긴장 국면’ 등 현안 대응과 문재인 정부 정책인 ‘재벌개혁’ ‘최저임금’ ‘비정규직 부담금 추진’ 등 규제 압박으로 인한 국내 현안 문제 해결이 급선무다. 또 대통령과의 간담회가 8월 중순 이후로 예정됐기 때문에 한가히 해외여행이나 바캉스를 떠날 수 없는 형편이다. 일요서울은 주요 그룹 총수들의 여름휴가 계획과 휴가까지 반납하게 한 현안들을 살펴봤다.
 
주요 그룹 총수들은 통상적으로 8월 첫째 주 전후로 휴가를 보낸다. 그러나 지난 9일 재계에 따르면 그들은 올해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올해 하반기와 중·장기적 ‘경영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배경은 지난해부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사드 배치 논란 속 한반도 긴장 국면 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재벌 개혁, 최저임금, 비정규직 부담금 추진 등 규제 압박 등이 총수들의 휴가를 동결시켰다. 그들은 국내외의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응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구상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그룹 총수들은 올해 휴가 계획을 아예 잡지 않거나 조용히 휴가를 보낼 것이라는 게 재계 입장이다.
 
미래 전략 구상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오는 31일부터 시작되는 그룹 주요 계열사 휴가 기간 동안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머물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은 이 날을 시작으로 일주일간 공장 등을 멈추고 대부분의 직원이 휴가를 떠난다. 정 회장은 특별한 휴가 계획 없이 국내외 현안 챙기기에 몰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대차가 지난해 부진한 실적에 이어 올해 1분기 중국에서 사드 보복 등 여파로 판매 실적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상반기 부진 원인이었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이슈에 따른 신흥 시장의 성장세 둔화, 선진 시장에서의 경쟁 격화 등 악재들이 하반기에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대차의 국내 상황 역시 녹록치 않다.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수순에 들어가는 등 기업 내부의 위기까지 찾아 왔다. 노조가 올해 파업에 들어가면 2012년 이후 6년 연속 파업을 기록한다. 이런 국내외 사정으로 정 회장은 휴가기간 동안 하반기 경영 전략 모색에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미 경제인단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도 8월 초로 예정된 여름휴가 기간에는 장외 활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미래 먹거리 사업 발굴을 위한 도시바 인수 마무리 등 미래 전략 구상을 위해 국내에서 여름휴가를 보낼 것으로 전해졌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국내에서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 역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구체적인 휴가계획을 잡지 않았지만, 이달 말이나 오는 8월 초 한남동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며, 하반기 경영전략 구상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구본준 LG그룹 부회장도 하반기 전략 구상을 위해 조용한 휴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구 부회장은 그룹 내 역할 증대에 따른 경영 행보가 강화되고 있어 휴가 기간 동안 그룹의 지속 성장을 위한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허창수 GS 회장은 특별한 휴가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휴가계획을 잡더라도 지난해처럼 자택에서 쉬며 하반기 경영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역시 별도 여름휴가 계획을 갖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그는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성수기를 맞아 여름휴가 없이 정상 근무해왔다. 하지만 경찰이 지난 7일 조 회장 자택 공사와 관련한 비리 혐의를 포착하고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한 것에 따른 대응 전략 마련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하반기 전반적인 경제 위기와 현안들 탓에 휴가계획을 아예 잡지 않거나 가더라도 하반기 전략을 구상하며 조용히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하반기 전략짜기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휴가 계획이 정해진 바 없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맘 편히 못 보내
 
그 외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주요 공약으로 내건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바빠진 주요 건설업계 총수들 역시 대응 전략 마련으로 휴가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개인적인 사정이라 알 수 없다” “총수들의 여름휴가 계획이 정해진 바 없다” 며 입을 모았다.
 
휴가를 맞이한 총수들은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는 각종 신규 기업 규제, 하반기 국내외 경제상황 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맘 편히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또 대통령과의 간담회가 8월 중순 이후로 예정됐기 때문에 한가히 해외여행이나 바캉스를 떠날 수 없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기업 총수들이 업무와 각종 대외 행사 등 다양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휴가 기간 동안 해외에 나가는 등 여유있는 휴가는 힘들 거라며, 하반기 경영 구상과 잠깐의 머리 식히기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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