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사카성 전경.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일명 ‘고추냉이(와사비) 테러’, ‘묻지마 폭행’ 등 일본 오사카 지역에서 혐한 논란이 불거진 지 9개월가량이 지났다. 오사카는 일본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자,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대표적 관광지다. 지난해 10월 초 일본인들은 한국인을 별다른 이유 없이 무시·비하하고, 폭행까지 저질렀다. 이 때문에 한일 양국이 긴장 상태에 빠지는 등 국가 간의 감정싸움으로 번질 조짐까지 보였고, 급기야 주 오사카 총 영사관에서 ‘야간 통행을 자제하라’는 신변 안전주의보까지 내려졌다. 현재 이곳의 분위기는 어떨까. 일본 오사카 지역을 직접 찾았다.
 
지난 17일 오후 1시. 일본 간사이공항에 도착해 전철을 약 1시간가량 타고 오사카 지역으로 이동했다. 오사카는 신칸센을 비롯한 철도·지하철·도로가 발달, 교토와 나라·고베 등 인근의 도시 및 관광지를 연결하는 교통 중심지다. 또 16세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 통일을 달성한 후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지은 성인 ‘오사카성’이 이 지역에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주요 문화 유적지인 셈이다.
 
이 때문에 각국 관광객이 즐겨 찾는데 특히 한국 관광객의 수가 많다고 한다. 실제로 오사카성 인근 전철역인 오사카비즈니스파크역에 도착하자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오사카성까지 도보로 10분가량 이동하는 동안, 이곳이 일본임을 잊을 정도로 한국말이 자주 들렸다.
 
기자는 한국인임을 드러내기 위해 한국말로 입장권을 구매해 보기로 했다. 매표소 직원은 한국말을 하지 못했지만 기자가 사용하는 언어가 한국어임을 바로 파악했다. 이 직원은 양손으로 손가락 여섯 개를 펴고 알아듣기 쉬운 기초적인 영어로 가격을 설명했다. 표를 구입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오사카성 내부로 발길을 돌렸다. 정문으로 올라가는 계단 위에 차가운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33도를 웃도는 날씨 탓에 관광객들이 느낄 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려는 배려로 보였다. 6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계단으로 내려오며 관람을 했다. 이 과정에서 오사카성에 대한 감상이나 이동 경로를 설명하는 한국말이 계속해서 들렸다.
 
하지만 특별한 반한 감정을 드러내거나 시비를 거는 일본 측 관계자는 없었다. 길 안내를 부탁해도 불쾌함을 표출하거나 귀찮아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딱히 친절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것은 한국인에게만 그런 게 아니었다. 오사카성 내부를 둘러보는 데 이렇다 할 어려움은 없었고 감정을 상하게 하는 접촉도 없었다.
 
  

기자는 한국인이 즐겨 찾는 또 다른 장소인 도톤보리로 이동했다. 도톤보리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독특한 간판으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 한국인 고객에게 내놓은 메뉴에 지나치게 많은 와사비를 넣어 이른바 ‘와사비 테러’ 논란을 일으킨 한 유명 초밥집이 근처에 있다. 해당 초밥집은 현재 9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프랜차이즈다.
 
지난해 10월 한 지점에서 ‘일본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한국인 여행객이 초밥을 주문하면 많은 양의 고추냉이를 넣고 매운 맛에 고통스러워하는 관광객을 보며 비웃기까지 했다’는 주장이 SNS를 통해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비판이 거세지자 ‘한국인이 매운 음식을 좋아해 일부러 많이 넣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다른 초밥집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한동안 논란이 지속됐다.
 
이후 현재는 모든 손님에게 동일한 양의 와사비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에도 한국인에 대한 특별한 차별은 없었다. 마찬가지로 한국어로 주문을 하고 음식을 먹는 동안 다른 손님과 동일한 서비스를 받았고, 와사비 등 재료 역시 적당히 들어 있었다. 다른 음식점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유명 고기집도 방문했는데, 국적별로 따로 만들어진 메뉴판으로 응대하는 등 불쾌한 감정을 드러낼 일은 없었다.
 
오사카 지역을 돌아다니며 종합적으로 판단해본 결과, 혐한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수차례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한국말로 안내를 요청했으며, 음식점을 이용하는 과정에서도 혐한 분위기는 느끼기 어려웠다.
 
이는 현지에 거주하는 한 유학생이 내린 결론과도 일치한다. 5년째 일본에서 요리 공부를 하고 있는 신성우(35)씨는 “혐한 논란이 일었던 당시에 일본에 있었는데, 사실 일부의 이야기일 뿐 전체적으로 위협을 느낄 만한 혐한 분위기는 없었다”며 “정작 일본에 있는 유학생들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논란의 단초는 일본 현지에서 제공했지만 ‘혐한’ 자체는 어디까지나 한국에서 벌어진 해프닝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시 혐한 분위기는 왜 만들어졌을까.
 
다른 한 일본 유학생 J씨는 “일본인의 혐한감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초밥집에서 벌어진 일도 사실이며, 일부 한국을 싫어하는 개인뿐 아니라 단체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반일감정이 있듯 일본도 마찬가지인 정도”라며 “(당시 오사카 지역 혐한 논란은) SNS 상에서 만들어진 측면이 없지 않다. 두 나라에 역사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한 가지 사건이 일자 감정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특히 한국에서 논란이 거셌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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