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총 16억 원 돌려줘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 2013년 2월 5일 대학 등록금의 신용카드 결제를 강제화하는 등 정부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융소비자원은 등록금 신용카드 결제를 기피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관련 부처는 대학등록금 신용카드 수납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10여 년 동안 등록금 카드 납부를 권고해 왔지만 대학들의 신용카드 기피 현상은 지속됐다. 수수료가 높다는 이유다. 정부는 결국 특단의 조치로 법을 개정하는 등의 노력을 보였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리베이트 가능성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결국 이들이 관측하던 일이 터졌다.

지속된 대학 등록금 신용카드 결제 문제···정부, 법 개정까지
전체 카드사와 체결한 대학 없어···리베이트 조짐이었나


2월 26일 대학 정보 사이트인 대학알리미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24을 기준으로 등록금을 확정한 전국 307개 대학 중 303개가 등록금을 유지하거나 내렸다.하지만 대학 등록금 자체가 높아 한 번에 내기는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 지난해 4년제 사립대학교의 평균 등록금은 연간 736만4000원이다.

신용카드로 대학 등록금을 지불하는 방안은 1999년 시작돼 2008년 처음 활성화 조짐을 보였다. 유명 카드사 한 곳이 전국 10개 대학에 신용카드 할부 방식의 ‘조세 및 등록금 카드 결제 시스템’ 도입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학은 호응했으나 학부모가 부담할 카드 할부 이자가 16~20%로 높았다.

정부는 지난해 말 대학 등록금을 신용카드와 직불카드, 선불카드로 낼 수 있도록 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고등교육법 제11조 제1항 중, 기존의 ‘받을 수 있다’를 ‘현금 또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제2조에 따른 신용카드, 직불카드, 선불카드에 의한 결제로 납부할 수 있다’로 더욱 명확히 규정됐다. 또 가맹점 수수료 등의 비용을 학생들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한 내용도 담겨 있다.

법률안 개정 배경으로는 2014년 전체 334개교 중 37.4%인 125개교에서만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징수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후 관련 법령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대학가에서는 등록금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곳이 많았다. 수수료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한 해 평균 등록금으로 계산하면 한 학생당 최대 14만7280원의 수수료를 대학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법안에서 등록금 카드 결제를 명시했지만 이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제 조항이 아니다.

지난 2월 28일 카드업계와 교육계에 의하면 대학 등록금의 카드 납부가 가능한 대학은 45%에 그쳤다. 특히 사립대의 경우 전체 285개교 중 109개교로 38.2%만 신용카드 납부를 허용했다.

특히 카드 납부가 가능한 대학들도 전체 카드사와 제휴한 대학은 한 곳도 없었다. 대학들은 지정 카드사의 신용카드만 받거나 신용카드를 꺼렸다. 지난 2015년을 기준으로 카드사 한 곳과만 계약을 체결한 대학은 41.9%에 이른다. 당시에는 50%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는 카드업계의 분석도 있었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일부 언론을 통해 “카드사에서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등록금 시장에 나서겠다는 이면에는 리베이트 가능성도 보인다”며 “갑의 위치인 대학의 수수료를 낮춰준 뒤 손해는 일반 소비자나 영세업체에서 메우는 악성 사이클이 우려된다”고 표명한 바 있다.
 
108개 대학
수수료 돌려받아

 
국내 대형 신용카드사 5곳이 대학 등록금 카드 결제에서 발생한 수수료 일부를 기부금, 학교발전기금 등의 명목으로 돌려줬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여신전문금융법 위반 혐의로 신용카드사 임원 A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입건된 이들은 신용카드사의 임원급으로, 각 카드사는 지난해 6월부터 지난 2월까지 전국 108개 대학이 카드로 결제 받은 2016년도 1‧2학기 등록금 2051억 원의 0.7~2.0% 씩 총 16억 원 상당을 기부금 등의 명목으로 돌려준 혐의를 받았다.

카드사들은 대학에서 카드 결제를 해주지 않는 점을 노려 새로운 사업 확보 및 신규회원 유치 등을 위해 대학들과 할부 수수료 등 일부를 돌려주는 조건으로 등록금 카드 수납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카드사는 37개 대학에 5억4000여만 원, B카드사는 51개 대학에 4억900여만 원, C카드사는 39개 대학에 2억6000여만 원 등 대학에 돌려준 금액은 모두 1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신용카드사가 소규모 가맹점은 수수율을 높이면서, 대형 가맹점은 수수율을 낮춰 특혜를 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형 가맹점에 보상금을 제공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지난해 4월 정부는 이런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대형 가맹점의 범위를 전년도 ‘매출 1000억 원 이상인 법인’에서 ‘매출 3억 원 초과 개인 또는 법인’으로 확대한 바 있다.
전체 등록금 납부액 중 3% 정도만 신용카드 결제로 이뤄지다 보니, 대학들은 지난해 4월 법 개정 이후 대형 가맹점이 됐다.

신용카드사는 대학과 수수료 리베이트에 대한 구두 합의 후 정식 계약서엔 이 내용을 뺀 채 계약했다.

양측 간 뒷거래 때문에 대학생들은 등록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하기 위해 특정 카드사의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받아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경찰은 수수료 일부를 돌려받은 대학 108곳에 대해서 교육부와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에 통보, 모든 카드로 결제 받을 수 있도록 개선 의견을 전달할 방침이다.

또 경찰은 입건 대상자에서 대학이 빠진 이유에 대해서는 신용카드사로부터 받은 리베이트를 개인이 사용하지 않고, 대학에서 공금으로 사용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학 입장에서 수수료 일부를 돌려받는다고 해도 현금으로 받는 것보다는 손해가 있어 대학 측에서도 카드 결제를 학생들에게 크게 알리지 않은 것 같다”며 “이번에 입건된 카드사 외 다른 회사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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