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5월10일 취임사에서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그는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누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지난 3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취임사에 역행하고 있어 우려된다. 문 대통령은 행동거지에선 ‘겸손한 권력’ 모습을 보여 주면서도 정책 집행에서는 ‘제왕적 권력’으로 막간다.
문 대통령은 처음 서울 홍은동 자택에서 청와대로 출근하던 길에 차에서 내려 시민들과 어울려 사진을 찍었다. 청와대 참모들과는 커피잔을 들고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며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비서동인 여민관 직원식당에서는 식판을 들고 줄을 서서 밥과 반찬을 받아 식사조리·시설관리·수송 담당 직원들과 섞여 오찬을 했다.
문 대통령의 저 같은 행동거지는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으로 임하고 있음을 반영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정책 결정 행태는 취임사와 달리 독단적이다. 그는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누겠다”고 약속했으면서도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휘두른다.
문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향한 행진곡’을 ‘제창’하도록 일방적으로 지시했다. 그동안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국가 기념식에서 부르는 노래는 애국가여야지 운동권가는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운동권가였던 ‘임을 향한 행진곡’은 제창할 수 없다며 ‘합창’으로 대체했다. ‘임을 향한 행진곡’은 국민들 사이에서 ‘제창’과 ‘합창’ 찬·반으로 갈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민주적 여론수렴 없이 이 논란의 노래를 일방적으로 ‘제창’토록 지시, ‘제왕적 권력’의 독단성을 드러냈다. 또한 그는 찬반 양론으로 첨예하게 대립되던 초중고교 역사 국정교과서도 공론화를 거치지 않은 채 즉각 폐지토록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탈원전’ 대선공약에 따라 28.8%나 공정률이 진척되었던 신고리 5·6호기 원자력발전 공사도 민주적 토론 없이 중단토록 했다. 원전은 저렴한 전기료와 청정에너지 생산 이점 때문에 다시금 선진공업국가들에서도 복원 내지 증설되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다각적인 검토도 거치지 않고 원전공사를 일시 중단토록 했다. 국내외 60개 공대 교수 417명은 원전 중단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들은 “대통령의 선언 하나로 탈월전 계획을 기정사실로 하는 것은 제왕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새 정부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도 올해 보다 무려 16.4%나 대폭 올렸다.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대로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으로 가기 위한 무리수였다. 최저임금 인상도 충분한 토론없이 일방적으로 해치워 버렸다. 중·소 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임금 인상 압박으로 사업체의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며 비명을 지른다.
문 대통령은 행동거지에서는 ‘겸손한 권력’으로 낮게 임하면서도 정책 결정에서는 소통없이 독단적으로 결행한다. ‘겸손한 권력’가면 뒤에 숨어 독단으로 간다. 군부독재 때 왕(王)같은 대통령의 경직되고 전횡적인 통치를 연상케 한다. 문 대통령의 소통 없는 독단에서 ‘겸손’ 대신 오만을 느낀다. 공대 교수들의 지적대로 ‘제왕적 조치’임이 분명하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권력의 오만·불통·독단에 저항하는 촛불시위에 편승해 정권을 잡았다.
문 대통령의 여론 지지율은 80%대로 좋은 편이다. 하지만 그는 대선에서 41.1%의 득표에 그쳐 절대다수의 통치위임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도 오만·불통·독단으로 빠져든다면 성난 촛불시위를 피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누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겸손한 권력’으로 임해야 한다. 나라도 살고 문재인도 살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길이다.


■ 본면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정용석 교수  ilyo@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