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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우리나라 경제에서 민간소비, 즉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채 안 된다. 그만큼 수출이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수출이 한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넘는다. 반면 이른바 선진국은 내수 비중이 우리보다 높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GDP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48.3%다. 미국의 그것은 68.4%로 한국보다 20%포인트 높고, 영국은 64.7%로 16%포인트 정도 높다. 일본도 한국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60.7%를 내수가 차지한다. 독일은 5%포인트 정도 높은 53.9%, 중국은 우리보다 떨어지는 38.2%다.

경제에서 차지하는 내수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미국의 경우 임금 근로자 임금이 얼마나 오르느냐는 국가적 관심사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인플레이션과 고용이 어떤 양상을 보이느냐를 따져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연준이 면밀하게 감시하는 것이 근로자 임금성장 추세이다. 지난 7월 7일 공개된 미국 노동부의 6월 고용보고에 따르면, 이달 미국 경제에 신규 취업자 22만2000명이 추가됐다. 양호한 고용실적이다. 그런데 임금 인상률은 고작 0.2%에 머물렀다. 2008~2009년 세계금융위기로 촉발된 미국의 경제 대침체(Great Recession)가 끝나고 8년이 흐른 지금, 미국에서 꾸준히 새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실업률은 16년 만의 최저로 사실상 완전고용이 이뤄졌지만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절실히 바라며 연준 또한 강력히 희망하는 임금성장, 즉 임금인상률이 여전히 대침체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 정보·분석자료 제공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한 해 전에 비해 2.6%밖에 오르지 않았다. 이는 제대로 굴러가는 경제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인상률 3~3.5%에 크게 못 미친다. 미국인들의 임금이 왜 답보 상태일까? AP통신이 최근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먼저 평균임금 상승을 방해하는 요소로 인구구성의 변화가 있다. 임금을 많이 받던 베이비붐 세대가 무더기로 은퇴하고 있으며, 그들이 떠난 자리를 임금수준이 낮은 젊은 근로자가 채운다. 현재 미국에서 매일 1만 명이 65세에 도달한다. 전부는 아닐지라도 그들 대부분은 은퇴한다. 젊은 근로자들, 특히 대학 졸업장이 없는 사람들의 소득은 지난 40년을 거치면서 하락했다.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5~34세 일반 미국인 근로자는 2016년 3만4800달러(약4000만원)를 벌었다. 그런데 인플레이션 조정을 거치면 이것은 같은 연령대 근로자가 3만6900달러를 벌었던 1975년보다 낮은 금액이다.

다음으로 ‘조심하는 종업원’이 있다. 봉급 인상을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근 900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실업률이 10%까지 치솟았던 2008~2009년 대침체 이후 시기의 기억이 생생한 상황에서 그러기는 더더욱 어렵다. 심지어 미국 경제가 완전히 회복된 지금도 봉급 인상 이야기를 꺼내기 주저하는 근로자들이 있다. 이러한 추세를 보여주는 자료가 있다. 1916년 설립된 미국의 대표적 비영리민간 경제조사기관인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 자신감 조사가 그것이다. 이 조사는 사람들에게 6개월 안에 소득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지 여부를 묻는다. 봉급이 오를 것으로 그들이 예상한다는 대답이 많으면 많을수록 성사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들이 봉급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2014년까지 소득이 오르기보다 내리리라 예상한 사람이 실제로 더 많았다. 그리고 봉급 인상을 예상한 미국인의 비율은 지난해 말까지 침제 이전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재무분석 전문 자회사인 무디스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봉급 인상 요구에 관한 한 사람들은 연습을 해 보지 않아 실력이 떨어졌다”고 말한다.

대침체 이후 임금이 고착됐다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경기침체를 맞아 종업원을 감원할 때조차 고용주들은 대체로 잔류 종업원들의 임금 삭감을 꺼린다. 고용주들은 직원들의 사기 저하를 피하기 위해 감원에서 살아남은 종업원들의 임금을 깎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매출 및 이익 감소를 감안하면 경기침체 때 고용주들이 임금 삭감을 원하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므로 종업원 임금에 손을 대지 않은 데서 발생한 비용을 상쇄하려고 많은 고용주들은 경제가 좋아졌는데도 임금인상을 동결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AML)의 이코노미스트들이 계산한 바에 따르면, 임금이 위로건 아래로건 꿈쩍하지 않은 근로자들의 비율은 경기침체 시기 급격히 늘었으며 아직도 건전한 수준으로 되돌아가지 않았다.

급여 수준의 하향평준화도 주요한 이유다. 경기침체는 실업률만 급등시킨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엄밀히 따지면 실업 상태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고통을 주었다. 한 조사는 전일제 근무를 선호하는 시간제 근로자의 비율을 측정한다. 이 범주는 경기침체 동안 폭증했다. 또 다른 조사는 구직을 포기해 더 이상 실업자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람들을 집계한다. 그런 미국인 수백 만 명이 지난 8년에 걸쳐 전일제 일자리를 잡았지만, 많은 경우 훨씬 낮은 봉급 수준에서 그랬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이 지난해 계산한 바에 따르면, 앞서 시간제 근로자였다가 전일제 일자리를 잡은 사람들의 80%가 미국 임금 중앙값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기로 하고 취업했다. 그리고 실업상태이거나 구직을 단념한 사람들은 대체로 그 중앙값보다 30% 낮은 임금으로 채용된다는 것이 그 조사에서 밝혀졌다.

대침체 이후 시간이 아직 충분히 흐르지 않았다는 이유도 있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이제 몇 달만 지나면 임금성장이 튀어오르리라고 여전히 예상한다. 근로자 공급이 줄면 근로자 가격, 즉 임금은 결국 오르게 돼 있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법칙이 아니겠느냐고 그들은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단지 시간이 걸릴 뿐”이라면서 “빠듯한 노동시장은 더 큰 임금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 실업률이 흔치 않게 낮은 4.4%인 가운데 많은 고용주들은 유능한 직원들을 충분히 찾지 못 한다고 불평해 왔다. 구인 일자리는 600만 개에 육박한다. 이는 경기침체 시기의 두 배이며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다. 어느 시점에 가면 그 모든 추세들이 기업들에 더 높은 임금을 제시토록 강요할 것이 분명하다고 이코노미스트들은 말한다. 하지만 많은 근로자들은 임금인상을 직접 눈으로 봐야 그 말을 믿겠다는 입장이다.

곽상순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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