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그만큼 60세 이후의 인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생각해 보면 20여 년 전만 해도 60이 넘으면 병원에 올 때 혼자 오는 경우보다는 보호자와 함께 오는 경우가 훨씬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80세가 넘어도 혼자 진료실에 들어서는 분들이 꽤 있다. 그동안 세태가 변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건강이 좋아져서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해졌다고도 볼 수 있겠다.

보통은 60세가 되면 직장에서 은퇴하고 소일거리를 하거나 재취업의 기회를 잡아 쉬엄쉬엄 일을 하기도 하고 건강에 문제가 없다면 운동이나 등산을 하면서 지내기도 한다. 그만큼 하는 일이 주류에서 벗어난 것들이다. 신체적으로는 점점 쇠퇴해지는 것을 느끼고 정신적으로도 기억력이 떨어지고 의욕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끼며 행동도 느려지고 실수하는 일도 생기게 된다. 사회적으로도 주류에서 밀려나 있는데 하는 일마저 변변치 않으니 가족들 보기도 눈치가 보인다. 어떻게 보면 이제 100세 인생에서 반을 넘어선 것인데, 어중간한 상태로 지내고 있는 것이다. 주변 상황도 변화가 많은데, 암이나 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생기고, 배우자와 사별하거나 가까운 벗 중에서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도 생기게 된다. 자식들이 잘 살아주면 좋겠지만 취업이나 사업 그리고 결혼생활에서도 순탄치 않을 때가 있는 것이다. 내 위치도 온전치 못해서 불안한데 여기저기서 걱정거리가 생기는 일이 흔해진다. 그런데 답답한 마음을 터놓을 곳도 마땅치 않다. 사회적인 활동도 줄어들고 친목 모임도 줄고 어디 다른 곳에 마음을 둘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혼자 속으로만 전전긍긍하다 보면 화병도 오고 우울증도 생기고 마음이 편치 않게 된다. 경제적으로는 벌어놓은 돈이 있으면 그나마 어려움이 덜 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퇴직 후에 마땅한 수입이 없어 앞으로의 노후에 대한 걱정이 많다. 게다가 퇴직금으로 받은 돈마저 자식들 어려움에 보태거나 주위의 권유로 투자하다가 손해라도 보게 되면 노후 생활에 대한 걱정은 더욱 더 막막해진다.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다시 경제활동을 하기는 쉽지 않다. 능력은 안 되는데 살아가려면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처지가 되는 것이다. 입지는 점점 줄어드는데 떠맡아야 하는 일들이 계속 생겨난다. 나이가 들면 호르몬의 감소, 골 근육의 퇴화 및 뇌 세포의 퇴행성 변화가 오게 되고,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같은 성인병 질환이 늘게 된다.

정신적으로도 변화가 나타나는데, 인지적인 면에서는 지능의 저하, 기억 감퇴, 정보처리의 둔화 및 사고의 경직성 등을 보이게 된다. 또 성격적인 면에서는 강박적이고 독단적이며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보이고, 소극적이고 의존적이며 의심이 많아지게 된다. 사회적 주류에서 밀려나면서 대인관계도 줄어들고 점점 소극적이고 내향적으로 변하게 되며, 외부 세계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자신만의 생활에 빠지게 된다. 이 시기의 정신질환으로는 우울증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남자보다는 여자에서 많으며, 이혼자나 사별자에서 더 많고, 신체적인 질병이나 함께 복용하는 약물 등으로 인해서도 우울증이 오게 된다. 근래에는 인공관절 수술 후에 오랫동안 활동의 제한을 받으면서 우울증이 오는 환자들도 늘고 있다. 이 시기의 우울증 환자들의 특징은 신체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자살 및 비관적인 사고가 흔하며 인지기능의 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세심한 관찰과 치료가 필요하다.

우울증에서도 치매 증상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 감별에 주의가 필요한데, 우울증에서 보이는 치매 증상을 가성치매라 한다. 치매는 아니면서 치매 증상을 보이는 것인데, 치매와는 전혀 다른 질병이고 이때의 치매 증상은 우울증이 치료되면 같이 좋아지게 된다. 때로는 치매와 우울증이 같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때에는 어느 한 가지 질환에 대한 치료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고 두 질환에 대한 치료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우울증약을 먹으면 치매가 생긴다고 걱정하는 환자들이 간혹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이고 우울증을 치료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치매환자에서 보이는 우울증을 치료해서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한편 알코올 문제로 주변의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환자들도 있다. 술이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도 하지만 술로 인한 유해성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것처럼 신체적으로는 간질환, 췌장염, 위장질환, 고혈압, 면역력 저하 및 말초신경 병변 등을 유발하게 된다. 또 정신적으로는 우울, 불안, 수면장애 및 기억력 장애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노인이 되어서도 계속 술을 마시는 경우는 어느 정도 중독이 되었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술을 끊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타협을 해가면서 술로 인한 후유증을 최소화 하도록 해야 한다.

노인에서는 그전 까지는 별 문제 없이 지내다가 어느 순간부터 망상증을 보이기도 한다. 주로 피해망상을 보이게 되는데, 여성 쪽에 훨씬 더 많고 약물치료에 대한 반응은 좋으나 재발하는 경우가 흔해 계속 유지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 외에도 치매, 섬망, 건강염려증 등의 질환이 노인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시대가 바뀌면 그에 따라 적응해 가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이제는 환갑, 진갑을 따질 때가 아니다. 앞으로도 살아가야 할 날들이 많이 남아 있고 책임져야 할 것 들이 계속 생겨나기 때문이다. 새로운 노인시대에 대한 패러다임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노인들만이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사회 전반의 인식의 변화와 노인 복지에 대한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동안의 인생경험에서 얻은 지혜를 바탕으로 빈곤, 질병, 고독으로부터 벗어나 자신뿐 아니라 자손을 위해 어떠한 삶을 살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정리=김정아 기자  ilyo@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