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로 우리의 커피문화는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인스턴트 커피에 익숙했던 우리의 입맛이 갓 추출한 원두커피의 등장으로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다이어트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커피의 좋은 효능까지 부각되었고 신선하고 맛있는 원두커피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이를 입증하듯 SNS에는 소위 ‘인생커피’ 라고 불리며 꼭 먹어봐야 하는 맛으로 유명해진 카페들이 속속 소개되고 있다.
 
가격과 양도 선택에 중요한 요인이지만 우리 혀의 유혹은 꽤 강렬한 편이다. 한번 풍미가 좋은 고급 커피를 맛보면 그 뒤로는 그보다 맛이 떨어지는 커피에 큰 기쁨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사람의 혀가 참 가볍고 간사하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커피시장만큼 고객의 입맛도 빠르게 진화를 한다고 볼 수 있다.
 
더 고소하고 더 풍미가 좋은 커피를 마시고 싶어 하는 욕망은 원두에 관심을 갖게하고 스페셜티 커피를 찾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커피문화의 질적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이런 시류를 타고 요즘 한국에 들어와 인기를 끌고 있는 커피가 바로 호주, 뉴질랜드에서 즐기는 롱블랙과 플랫화이트다. 아직은 다소 생소한 메뉴지만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연남동과 경리단길, 이태원 등지의 소문난 카페에 제일 인기 있는 메뉴가 주로 롱블랙과 플랫화이트이다.
 
롱블랙은 아메리카노와 비슷하나 커피와 물을 섞는 순서가 중요하다. 뜨거운 물에 에스프레소를 부어 크레마를 많이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고 양이 적은편이다.
 
플랫화이트는 고운 거품을 내야하므로 바리스타의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카푸치노의 거품보다 곱고 섬세한 거품을 에스프레소에 얇게 올려 우유와 에스프레소의 고소한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양이 적은편이지만 우유와 원두의 조화가 원두의 개성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둘 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주로 마시는 커피의 형태로 유럽의 커피문화를 좀 더 고수하고 있는 메뉴라고 볼 수 있다.
 
인기를 반영하듯 최근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메뉴판에 롱블랙이 등장하였다. 우리의 커피시장이 미국식 커피문화에서 호주식 커피문화로 또 한번 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매력이 없다면 당연히 변화는 없을 것이다. 롱블랙과 플랫화이트는 합리적인 양과 함께 커피 맛의 스팩트럼을 몇 단계 더 늘려 다양한 맛을 느끼게 하는 매력이 있다.
 
아메리카노가 우리나라에 원두커피의 대중화를 꾀하였다면 롱블랙은 우리에게 깊은 커피의 맛과 다양성을 알려줄 것이다. 물론 좋은 재료가 아니라면 그 깊이를 알려줄 수 없기 때문에 신선한 원두와 바리스타의 기술은 기본이다.
 
커피는 기호식품이지만 중독성을 가지고 있어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바꿔준다. 커피를 마시지 않고는 하루의 시작이 상쾌하지 않은 사람들은 중요한 하루의 시작이면 더욱 간절하게 커피를 찾는다. 우리에게 커피 한잔의 역할은 꽤 중요해졌다.
 
우리의 적극적인 소비와 커피에 대한 질적인 추구성향이 지금 프랜차이즈 시장에 좋은 영향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성무 동국대 전산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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