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한국갤럽…한국당과 바른정당 경합, 리얼미터…한국당이 3배 앞서
- 주류 의견(한국당 비토)과 다를 때 숨으려는 “침묵의 나선‘ 작동

 
“여론의 형성과정은 한 방향으로 쏠리는 나선 모양과 같다. 고립에 대한 두려움과 주류에 속하고 싶은 강한 욕망이 침묵의 나선을 만든다."

침묵의 나선 이론(The spiral of silence theory)은 독일의 사회학자 엘리자베스 노엘레-노이만이 제시한 주장이다. 주류 여론이 형성됐을 때 소수 의견은 더욱 침묵하게 된다는 ‘침묵의 나선’은 곳곳에서 발견될 수 있다.

2016년 12월 국회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 전후로 찬성여론은 70∼80% 사이를 오갔다. 전국 평균 여론이 그렇다는 얘기다, 놀라운 일은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에서도 탄핵 찬성 여론이 전국 평균 여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여론조사와 달리 대구·경북의 지역 여론이나 바닥 민심은 의외로 탄핵 반대가 거셌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적극 찬성한 바른정당의 고전이나 대구 출신으로 보수의 유력 대선 주자인 유승민 의원에게 쏟아진 ‘배신자 한풀이’도 이를 방증하는 것이다.
 
여론조사방식에 따라 ‘침묵의 나선’ 작동, 맹신 금물
 
대구·경북의 탄핵 찬성 여론과 바닥 민심은 왜 달랐을까. 이는 ‘침묵의 나선’ 작동 때문이다. 유무선 전화면접 여론조사는 면접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질문하기 때문에 응답을 회피하거나 자신의 의사를 숨기게 될 수 있다. 또는 거짓으로 응답할 수도 있다. 탄핵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분위기에서 드러내놓고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히기 어려운 것이다.
 
대부분 단신으로 묻히거나 일부 지역 언론에 보도되고 말았지만 대구·경북의 탄핵 찬성 여론과 바닥 민심을 제대로 파악한 여론조사도 많았다. 유무선 ARS(자동응답) 여론조사가 그랬다. ARS 여론조사는 대구·경북의 탄핵 찬반 여론이 대부분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무선 전화면접 여론조사보다 현실이 정확히 파악된 것이다.
 
ARS 여론조사는 응답자가 녹음된 질문에 따라서 전화기의 버튼만 누르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회분위기에서 자유롭다. 면접조사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질문할 때보다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구·경북 득표율이 2012년 대선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사실이나 홍준표 지유한국당(한국당) 득표율이 1위를 기록한 것은 침묵의 나선이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한국당 3배 앞서는 리얼미터 신뢰, 바른정당 위기감
 
7월 2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은 10%로 바른정당 지지율과 8%와 경합을 벌이고 있다. 한국당은 대구·경북, 60세 이상에서만 앞섰을 뿐 수도권과 20∼40세대에서는 바른정당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전혀 다른 결과도 있다. 불과 하루 전인 2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와 tbs·CBS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은 15.1%인데 비해 바른정당 지지율 4.8%에 그쳤다. 한국당이 바른정당을 3배 이상 앞지른 것이다. 한국당은 수도권과 20∼40세대에서 경합을 벌였을 뿐 대부분의 지역과 세대에서 바른정당을 압도했다(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하루 차이로 발표된 두 여론조사는 어디가 더 정확할까. 이럴 때는 조사방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28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유무선 전화면접조사 방식이다. 무선 85%, 유선 15%로 이루어졌다. 27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유무선 ARS가 90%인데 비해 무선전화면접 비중은 10%이다. 즉 두 여론조사의 차이는 전화면접조사와 ARS조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당 지지율은 왜 전화면접조사에서 낮고 ARS조사에서 높을까.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한국당에서 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보고 있다. 특히 지금은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게다가 한국당은 홍준표 당 대표 선출 이후에도 변화와 혁신을 미적거리고 있다. 홍 대표의 좌충우돌, 유석춘 혁신위원장의 돌출발언 등이 한국당과 박 전 대통령의 차별화를 막고 있는 셈이다.

이런 여건에서 국민들은 선뜻 한국당의 지지를 밝히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ARS조사는 상대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데 자유롭다. 여론조사 방식의 차이로 인한 한국당 지지율 차이는 침묵의 나선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실제 한국당 지지율은 한국갤럽보다 리얼미터가 더 정확할 수 있다.

반대로 바른정당은 침묵 나선의 일시적 수혜자다. 보수 성향이지만 선뜻 한국당 지지를 표하지 못하는 상당수가 일시적으로 바른정당을 지지한다고 응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른정당 지지율에는 거품이 끼어들 여지가 많다.

실제 바른정당 지지율은 오히려 리얼미터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바른정당이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정당 지지율을 받아들인다면 이는 큰 오산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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