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도 아닌데…순풍이냐 역풍이냐

<뉴시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정치권에 ‘예능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유력 주자들이 예능에 나온 데 이어 다시 정치권 ‘예능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활동 영역이 연성화된 시사 예능뿐 아니라 ‘일반 예능’에까지 넓혀가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보통 ‘성수기’인 선거철에 정치인들의 예능 출연이 잦지만 현재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이목을 끄는 대목이다. 이런 흐름에 대해 여론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요서울은 정치인들의 예능 진출의 전후를 살펴봤다.
 
추미애·홍준표 ‘일반 예능’ 모습 드러내…이재명, 부부 동반 ‘고정 출연’
‘정치의 일상화’ 방증, 시민들과 심리적 간극 좁혀…“인기 영합주의” 비판도

 
통상 정치인들은 예능 프로 가운데서도 시사교양 예능에 출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시사와 접목된 프로그램 특성상 자신의 분야와 부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보통 연예인과 같이 일반 예능에도 출연하는 추세다. 더구나 한 번 출연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정 출연’하는 정치인도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기 의원은 tvN ‘둥지탈출’에서 아들과 함께 출연 중이다. 자식들끼리 낯선 땅을 찾아 여행하는 모습을 부모들이 지켜보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 출연진 가운데 정치인은 기 의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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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장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이 시장은 SBS ‘동상이몽 시즌 2-너는 내 운명’에 부인 김혜경 씨와 함께 출연 중인데, 부부가 살아가는 모습을 자택 중심으로 비추는 프로그램이어서 현직 정치인의 사생활도 여과 없이 공개된다. 부엌에서부터 안방, 화장실까지 내밀한 사적 영역이 전파를 타고 있다.
 
현직 정치인이 자신의 사생활을 지속·공개하는 예능에 출연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 시장은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실 정치인 입장에서 그런 내밀한 부분들을 그대로 공개하는 게 어렵기는 하다”면서도 “정치인이라고 하는 게 특별한 존재, 또는 우리와 동떨어진 지배자들. 이런 게 아니고 그냥 평범한 이웃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예능 출연은 이들뿐 만 아니다. 대선 이후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는 KBS 예능 프로인 ‘냄비받침’에 출연했다. 이 프로그램엔 최근 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모습을 드러냈다.
 
추 대표는 예능 출연에 대해 “정치인과 정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깨고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서 방송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특히 홍 대표는 현재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예능 프로에 출연해 이목을 끌었다.
 
예능 활동 반경 ↑
공직 진출 발판 되기도

 
정치인들이 최근 시사 예능을 넘어 일반 예능에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은 정치인과 시민들 간 심리적 거리가 상당 부분 좁혀진 데 따른 현상이란 해석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국정 농단 사태와 조기 대선 등으로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이 높아졌고, ‘정치의 일상화’가 진행되면서 정치가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 아니라는 인식이 퍼졌다”며 “(정치인 예능 출연이) 국민과 소통하는 주요 방식의 하나로 자리 잡혔다”고 설명했다.
 
종합편성채널 등장도 이 같은 배경에 한몫 했다는 평가다. 종편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편성되면서 이들의 활동 폭이 넓어지는 계기가 됐다. 방송국 입장에서도 유력 정치인 출연은 시청률 ‘흥행 보증 수표’이므로 이 같은 현상을 부채질했다.
 
정치인들은 예능 프로 출연을 통해 ▲친근감 부각에 따른 호감도 상승 ▲국민들과의 비대면 접촉 극대화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자신의 철학·메시지 전달 등이 가능하다. 편집이라는 ‘안전장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방송 출연으로 쌓은 인지도는 공직 진출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JTBC 시사 예능 프로인 ‘썰전’에 출연했던 민주당 이철희 의원과 종편 시사 프로그램의 단골손님이었던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엔 TV조선 ‘강적들’ 등 각종 시사 방송을 진행했던 박종진 전 앵커가 바른정당에 영입 1호로 입당하기도 했다. 박 전 앵커는 향후 강남 지역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 세탁’ 비판 여전
“가치 있는 정보 줘야”

 
정치인의 예능 출연에 대해 ‘이미지 홍보 수단’이라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된다. ‘정치의 연예인화’로 선출직 공무원인 국회의원 등에 대한 치열한 검증이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엄경영 대표는 “정치인 예능 출연은 이들의 이미지를 세탁해 주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며 “(정치인의) 진정성과 능력 검증에 있어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인기 영합주의’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덕현 시사평론가는 ‘엔터미디어’에 기고한 칼럼에서 “최근 들어 정치인들의 방송 출연은 이제 거의 일반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방송을 전유하는 걸 시청자들이 허용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어떤 식으로든 (정치인의 예능 출연이) 시청자들에게 가치가 될 만한 정보를 줄 때 허용되는 것일 뿐”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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